정신질환
한국인 1만 명당 1명은 ‘경계성 인격장애’… 증상 뭐길래?
신소영 기자
입력 2023/11/02 14:15
국내 인구 1만 명당 1명은 경계성 인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 BPD)로 진단받아 치료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연령대별로는 20대가 많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석정호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국내 경계성 인격장애의 유병률을 알아보기 위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DB)를 분석했다.
경계성 인격장애는 자기상, 정서, 대인관계가 매우 불안정하고 감정의 기복이 매우 심한 인격장애를 말한다. 권태감과 공허감이 만성적으로 나타나며 대개 자제력이 부족해 충동적인 행동을 보인다. 도벽과 도박, 자해, 약물 남용 등을 시도할 위험성이 높고 대인관계도 불안정하다. 환자의 약 60∼80%는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것으로도 보고된다. 다만, 경계성 인격장애의 국내 발병률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연구는 국가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국내 경계선 인격장애 유병률을 다룬 첫 연구다.
연구 결과, 국내에서 경계성 인격장애로 진단된 환자 수는 2010년 3756명에서 2019년 4538명으로 1.2배 증가했다. 이 기간 경계성 인격장애 유병률은 인구 1만 명당 2010년 0.96명에서 2019년 1.06명으로 올랐다.
남성 유병률은 2010년 0.81명에서 2019년 0.80명으로 큰 변화가 없었으나, 같은 기간 여성 유병률은 1.12명에서 1.32명으로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20대의 유병률이 제일 높았다. 2010년 2.41명이었다가 2019년에는 3.42명에 이르렀다. 2019년 기준으로 인구 1만명당 유병률은 30대 1.39명, 40대 0.70명, 50대 0.38명, 60대 0.28명, 70대 이상 0.24명으로 나이가 많아지면서 점차 낮아졌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유병률이 1만명당 8.71명으로 가장 높았고, 대전(6.62명)과 대구(5.90명)이 그 뒤를 이었다.
연구 저자 석정호 교수는 "다른 국가의 경계성 인격장애 유병률 2.7∼5.9%에 비해 국내 유병률이 크게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증상이 나타나 진단이 까다로운 질병의 특성과 정신과 방문을 꺼리는 이유 등으로 인해 실제보다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계성 인격장애로 진단되면 상담을 통한 정신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도 시행하지만 뚜렷하게 도움이 되는 약물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물의 경우 증상이 나타날 때 이를 완화하는 항정신병 약물이나 항우울제 등을 쓸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연세의학저널(Yonsei Medical Journal)’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