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감정기복 심해지는 봄… 급한 것보다 중요한 것을 먼저 해보세요"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 사진제공 전북대병원
입력 2017/05/05 10:00
전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양종철 교수 '봄철 정신건강 지키기'
‘정신과적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정신과적증후군이란 복잡한 인간관계, 경쟁, 과도한 업무 등으로 인해 질병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우울감, 두통, 불안감, 무기력감 등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이런 정신과적증후군은 봄에 특히 심해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왜 그런 걸까?
양종철 전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불안장애 심리치료에 관심이 많다. 뉴욕 컬럼비아대 의대 정신분석연구소에 있었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교육이사와 대한불안의학회 국제이사로 활동하면서 불안장애 한국형 진료 지침을 개발하는 데 기여했다. ‘불안이 대뇌에서 신경인지 기능을 저하시키는 기전’을 밝혀내는 등의 논문 100여 편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신경영상 기법을 이용해 불안·우울 같은 정서가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과 기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하나의 능력으로 통하고, 경쟁과 업무가 늘면서 이에 대한 스트레스가 커졌습니다.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현대인들은 과중한 업무와 여러 사람들과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며, 혹시 스트레스로 인해 중병이 오지는 않을지를 걱정합니다. 스트레스(stress)는 엄밀히 말하면 스트레스원(stressor)에 의해 생기며 정신적·신체적 안정 상태가 변화되는 것을 말합니다. 스트레스원은 다양한데요, 부정적인 사건뿐 아니라 긍정적인 사건도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인간이 살아있는 한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입니다. 스트레스가 처리되지 않고 쌓이면 피로감, 의욕저하, 식욕저하, 두통 등이 생길 수 있고, 더 심각해지면 우울증, 불안증, 불면증 같은 정신적 문제도 올 수 있습니다.
정신과적증후군이 계절의 영향을 받을 수 있나요?
기분은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일조량이 적은 겨울철에 우울증이 더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봄에 우울감을 더 많이 느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것을 힘들어하거나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들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봄에는 일교차가 크고 호르몬 분비가 변하면서 생체리듬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분 변화가 더 많이 나타납니다. 이미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 중 봄에 유독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생기와 에너지를 가지고 움직이는데, 자신은 적응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부담을 느끼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3~5월에 자살한 사람의 비율이 전체 27.6%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감정기복이 심해지기 때문입니다. 자살은 우울증 환자에게서 특히 많은데, 우울증 환자의 경우 심한 우울 상태에 있을 때보다 감정이 변하는 시기에 자살 위험이 더 높아집니다. 신체적으로는 활력이 생기지만 정신적으로는 절망감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 자살에 대한 주의를 요합니다.
현대인들이 정신과적증후군으로부터 자유로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사람은 작은 스트레스에도 몸과 마음이 큰 충격과고통을 겪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많은 사건과 복잡한 관계들을 겪으면서도 건강과 즐거움을 유지하며 지냅니다. 자기에게 맞는 스트레스 처리법을 개발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트레스를 잘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불쾌한 감정을 마음에 오래 담아두지 않고자연스럽게 해소해야 합니다.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 ‘스마일마스크증후군(Smile mask syndrome)’이라는 용어가 많이 쓰입니다. 항상 남들에게 밝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기분 나쁜 감정이나 화를 제대로 발산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겉으로는 웃지만 속은 울화가 있어 불쾌한 감정이 지속되는 상태이며, 오래가면 우울증이 될 수 있습니다. 심리적으로는 지나친 억압 상태, 즉 자신도 모르게 무조건 감정을 억누르는 심리적 방어기제가 작동되고 있는 것입니다. 마음속에서 스스로를 너무 엄격하게 대하는 내면의 목소리가 있거나, 불쾌한 감정을 표현하면 다른 사람들이 외면할 것이고 관계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두려움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너무 억누르지 말고 마음을 표현하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현재 내 마음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살피고 감정을 조금씩 말해보는 것입니다. 가끔은 불쾌한 감정을 유머를 활용해 표현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둘째, 현재의 삶에서 행복을 찾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긍정적인 마음이 필요합니다. 병원에서 만나는 환자와 가족들을 보면 이에 대해 느끼는 바가 큰데요,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모두 잃었지만 자신의 두 팔과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일하며 행복한 여생을 사는 분들을 종종 봅니다. 반면에 약간의 돈을 잃거나 승진에 실패했다고 원망과 좌절의 나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인생 여정에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파랑새증후군(Bluebird syndrome)’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벨기에의 극작가 마테를링크의 동화극 파랑새의 주인공에게서 유래한 말입니다. 현재의 삶을 외면하고 이룰 수 없는 꿈만을 동경하며 우울해하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비록 현재의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면서 극복해가는 과정 속에서 삶의 보람과 즐거움을 찾아야 합니다.
셋째,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입니다. ‘급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착각에 빠지지 말고, 가족, 종교, 운동, 취미 활동 등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합니다. 시간을 적절하게 배분해 리듬을 만들면 바쁜 일상에서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번아웃증후군(Burn-out syndrome)’에 빠질 위험도 줄어듭니다.
교수님만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비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정신건강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 역시 스트레스에서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일반 사람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환경에 노출돼 살고 있기 때문에, 앞서 제시한 대로 나에게 맞는 스트레스 처리법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습니다. 일과 휴식 시간을 적절히 배분하고 가족과 함께하는 생활리듬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가족들과 매주 정한 시간에 이야기를 나누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하고, 운동을 하거나 음악을 듣는 것도 좋아합니다. 그 순간에는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행복해지는 걸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