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질환
"노쇠와 혼동 쉽지만 급사 위험… 대동맥판막 협착증, 적극 치료해야"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3/09/27 09:43
세계 심장의 날 특집 인터뷰_유철웅 고려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고령화로 대동맥판막 협착증 급증
개흉 없는 최소침습적 치료법 TAVI
도입 후 고령층에서 적극적 치료 추세
50대부터 심혈관 문제 미리 검진해야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어떤 질환인가?
대동맥판막은 심장에서 온몸으로 피가 나가는 문이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판막은 종이처럼 펄럭이는데, 판막이 딱딱해지며 잘 열리지 않게 되는 게 대동맥판막 협착증이다.
원인은 무엇인가?
가장 큰 원인은 노화다. 실제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70~80대 환자가 가장 많다. 노화의 뒤를 잇는 발병 원인으로는 이엽성 판막 질환이 있다. 대동맥판막은 원래 3개의 이파리로 구성되어야 하는데 선천적으로 2개의 이파리를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다. 이엽성 판막 질환 환자는 판막의 석회화가 빠르게 진행돼 젊은 나이에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발병할 수 있다.
주요 증상은 무엇인가?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주요 증상으로는 크게 3가지가 있다. 흉통과 같은 협심증 증상, 숨참과 같은 호흡곤란 증상, 뇌까지 피가 도달하지 못해 발생하는 어지러움과 실신이다. 쉽게 숨이 차고 자주 어지러운 증상 등은 노화현상과 비슷한 점이 많다. 노화로 인한 전신 쇠약과 대동맥판막 협착증으로 인한 증상을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현재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진행이나 관련 합병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약물 치료 방법이 부재해 수술이나 시술적 조치를 통해 치료해야 한다. 증세가 있는 경우 중증도를 구분해 치료 수준을 판단하는데, 중증으로 발전하기 전까지는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하며 약물 치료로 증상 악화와 관련 합병증에 대응한다.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는 적극적 치료의 대상으로 판막 교체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SAVR)이 유일한 치료법이었으나 질환 특성상 고혈압, 당뇨 등을 동반한 고령 환자가 많아 수술 고위험군 환자로 분류,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치료법이 수술 없이 대퇴동맥을 통해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TAVI)이다. TAVI 도입 초기와 비교하면, TAVI 시술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고령에선 TAVI 시술이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치료법을 환자가 선택할 수도 있나?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 치료법은 먼저 의료진이 다학제 회의를 통해 최선의 방법을 제시한 다음, 이에 대한 환자의 의견과 선호도를 듣고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80세 이상 환자는 수술 위험도를 따지지 않고, 산정 특례 적용 시 본인 부담금 5%로 시술을 받을 수 있다. 80대 미만 환자는 수술 위험도에 따라 선별적으로 급여가 적용돼 중등도 위험군은 본인 부담이 50%, 저위험도는 80%이다. 수술 저위험·중위험군 환자 중 일부는 아직도 존재하는 경제적 비용에 대한 부담을 느껴 수술적 치료를 진행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70대 수술 저위험군 환자가 TAVI 시술을 하면, 시행에는 문제가 없지만 80%의 본인 부담금이 발생해 비용부담이 클 수 있다.
TAVI 시술은 어떻게 진행되나?
TAVI는 개흉 없이 대퇴동맥을 통해 카테터를 삽입한 후 협착된 대동맥판막 부위에 인공 판막을 위치시키는 시술이다. 전신마취 없이 수면 마취나 국소 마취로 진행하고 시술 시간은 30분 정도로 짧은 편이다.
시술자의 영향이 있을 것 같은데?
수술적 치료와 시술적 치료 모두 시행하는 의료진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임상 경험이 많고, 축적된 노하우가 많은 팀의 결과가 좋은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요한 건 대한민국 흉부외과·심장내과 의료진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술기와 시술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거다. 또한 TAVI 시술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시술이 가능한 기관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치료법이 있어도 심장질환은 두렵다. 세계 심장의 날을 맞아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면?
심혈관 질환은 미리 대비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막을 수 있다. 50~60대부터 심혈관계 문제를 미리 점검하는 게 좋다.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고 악화시킬 수 있는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등의 질환을 앓고 있다면,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심장 전문의와 상담하길 권한다. 기저질환이 있다면 전문의의 권고에 따라 건강하게 생활해야 한다.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꾸준한 운동이 중요하다. 근력 유지를 위해 달리기, 걷기, 계단 오르기 등의 운동을 일상에서 실천해야 한다. 나이가 들어 갑자기 운동을 하려면 쉽지 않다. 젊을 때부터 특히 하체 근육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을 꼭 실천하길 바란다.
또한 우리나라는 국가 건강 검진 체계가 잘 갖추어진 나라다. 질병이 이미 발전했을 때 발견해 힘든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국가에서 권고하는 기본 건강 검진을 꾸준히 받고, 검진 결과에 따른 의료진의 권고 사항을 잘 지키길 바란다. 특히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정기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빠르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