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고가의 '대동맥판막협착증 TAVI 시술', 환자 부담금 5%로 크게 감소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4/27 10:33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치료법 중 하나인 TAVI 시술(경피적 대동맥 판막 치환술, 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이 5월부터 수술 고위험 환자에 대해 완전급여화 된다. 지난 3월 31일 보건복지부는 수술 불가능군과 고위험군(STS 점수>8%) 이거나 80세 이상의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 대한 TAVI 시술을 5월부터 완전급여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급여 전환에 따라, 기존의 80%였던 환자 본인부담률이 5%까지 낮아지며 환자의 비용 부담이 크게 경감됐다. TAVI 시술은 본인 부담 비용이 3000만원 정도로 비쌌다.
‘심장의 문(門)’ 역할을 하는 대동맥판막이 닳거나 좁아져서 굳어지는 질환인 대동맥판막협착증은 고령화로 인해 그 환자수가 계속해서 증가해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에 따르면, 2010년에는 약 1만 4000여명이던 환자수가 2020년에는 3만 3000명으로 10년새 두 배 넘게 증가했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중등도 이상으로 진행되기 전에는 증상이 느껴지지 않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거나 경직되어 호흡 곤란, 흉통, 실신 등의 증상을 초래한다. 증상 발현 후 2년 동안 치료받지 않은 환자의 약 50%가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기 때문에 조속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심장을 열고 손상된 판막을 교체하는 외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과 달리, TAVI 시술은 가슴을 열지 않고 작은 절개만으로 카테터를 동맥에 삽입해 기존 대동맥 판막 부위에 인공판막을 위치시켜 대체하는 시술이다. 시술 시간이 짧고 가슴을 열지 않아, 개흉 수술로 비롯될 수 있는 합병증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고위험군은 물론 중위험군, 저위험군에서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2020년 미국심장학회(ACC), 미국심장협회(AHA)는 심장판막질환 치료 가이드라인의 기준을 수술 위험도가 아닌 나이로 변경하기도 했다. 또한, 시술의 안전성 데이터가 쌓이고 있어, 최근 미국심장학회에서 발표된 시술 후 5년 추적 결과에 따르면, 시술 후 구조적 판막 실패가 나타난 비율은 약 2.5%에 불과했다. 구조적 판막 실패가 나타날 경우,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율이 두 배 가까이 높아지기 때문에 구조적 판막 실패 확률이 낮다는 것은 안전성과 직결된다.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채인호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은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질환이고, 고령이거나 수술 고위험군의 환자들에게는 TAVI 시술이 유일한 선택지”라며 “환자들의 치료 혜택을 위해 학회 차원에서 꾸준히 TAVI 시술 급여화의 문을 두드려왔는데, 더 이상 환자들이 비용때문에 시술을 망설일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한편, TAVI 시술은 국내에서는 2011년 도입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승인을 받은 전국 45개의 병원에서 활발히 시술되고 있다. (2021년 12월 기준) 채인호 이사장은 “국내 대다수 대형 병원이 수준 높은 TAVI 시술을 시행할 수 있는 환경을 이미 갖추고 있어 이번 급여화로 인해 더 많은 환자들이 의료기술 발전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건강보험 적용 확대에 맞춰, 관련 업체도 TAVI 시술의 치료제인 인공판막의 가격을 약 7% 인하하며 치료 옵션 확대에 협조했다. 시술 급여화(본인부담률 5%)와 치료재료 가격 인하를 모두 반영하면 수술 불가능군과 고위험군 환자 뿐만 아니라 80세 이상의 고령 환자에서 TAVI 시술 비용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수술 중위험군(4%≤STS점수≤8%)과 수술 저위험군(STS점수<4%)의 본인부담률은 각각 50%, 80%로 적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