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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없어도 자살 생각할 수 있어… '이것' 부족 때문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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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이 없는 근로자도 자살 생각을 간혹 하곤 한다. '보상 부족'이 주요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울증이 없는 근로자도 자살 생각을 간혹 하곤 한다. '보상 부족'이 주요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보통 자살을 생각해 본 적 있는 사람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원 연구팀이 한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3년 연구 결과에서 16.2%나 우울증이 없는데도 자살 생각이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상원·조성준 교수와 전혜정 전공의 연구팀은 해당 연구 결과를 보고, 우울증이 없는 근로자에서 자살 생각 발생 위험을 높이는 직무 스트레스 요인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2015년에서 2019년 사이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의 심케어 서비스(직장인 마음건강 증진 서비스)를 이용한 우리나라 근로자 1만 442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두드러진 우울증 증상이 없지만 자살 생각이 있는 근로자는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젊은 연령보다는 중장년 이상의 연령에서 많이 나타났다. 이 그룹의 근로자들은 심리회복 탄력성(스트레스 사건 이후 빠르게 회복하는 힘)이 낮았으며, 주관적으로 느끼는 스트레스가 크고, 불안 증상이 두드러졌으며, 수면시간이 일반인보다 적었다.

또한 직장 내 '보상 부족'이 우울 증상 없이도 자살 생각을 유발하는 가장 주요 원인으로 확인됐다. 직장인들에게 보상이란 업무에 대하여 기대하고 있는 보상의 정도를 나타내며, ▲금전적 보상 수준 ▲직업에 대한 개인의 만족도 ▲직장 내에서 존중받음 ▲일에 열정을 보일 경우 받는 적절한 보상 등을 의미한다.


전상원 교수는 "직장 내 적절한 보상은 근로자들이 불안장애와 우울증에 걸리지 않게 하는 보호 요인으로 작용하며, 적절한 보상이 없으면 근로자들의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정신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직장 내 보상 부족은 우울 증상이 없어도 자살 생각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보상이 갖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조성준 교수는 "직장인들의 정신 건강 평가는 대부분 우울증이 있는 사람을 주요 평가 대상으로 삼고 있어 우울증이 없는 자살 위험 그룹이 배제될 수 있다"며 "위험 그룹의 개념을 확장해 효과적인 예방 전략과 대상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전문 학술지 'Psychiatry Investigation'에 게재됐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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