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C형 간염 후진국]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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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사범 및 재소자 C형 간염 관리는 공중보건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C형 간염 전파 고위험군 관리는 저렴한 신속진단키트, 진단-치료 시스템 개선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클립아트코리아
여러 해외 연구와 국내 재소자 바이러스성 간염 현황에서 확인됐듯, 한국은 C형 간염 사각지대가 뚜렷하다. 마약사범과 교도소 재소자(출소자)는 부정하지 못할 우리나라 C형 간염 전파의 주범이다. 수년째 마약 등 부적절한 약물사용자 증가세가 뚜렷한 상황에선 마약을 한 적도 없고, 교도소에 다녀온 적도 없는데 C형 간염에 감염돼 억울한 사람이 늘어날 게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이들을 관리하지 않는 걸까? 사각지대는 해결할 방법이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WHO의 목표인 2030년 C형 간염 종식을 달성할 방법이 이미 있다고 전했다.

◇너무 비싸서? 검사도 치료도 하지 않는 국가

마약사범과 재소자가 지역사회 C형 간염 전파 주범임을 알고 있음에도 이들을 대상으로 검사와 치료를 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다. 비용 때문이다. C형 간염 확진을 위한 HCV RNA 검사는 10만원 이상이고, 치료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더라도 완치를 위해 환자가 부담해야 할 약값은 약 300만원이다. 마약류 중독자의 진료와 재소자에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1명의 C형 간염 고위험군 발굴·치료를 위해 최소 1000만원 이상이 소요된다.

실제로 마약사범 및 재소자 관리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이들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나, 비용 때문에 C형 간염 검사와 치료를 모두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 측은 "C형 간염은 검사비용부터 비싸다"며 "입소할 때와 입소 후 정기 건강검진 항목에 A, B형 간염과 달리 C형 간염이 없는 건 비용 때문이라 보면 된다"고 밝혔다. 다만 "신입 수용자 문진 또는 혈액검사상 간수치 이상 등이 발견되면 간염 검사를 추가로 실시하고 외부 의료시설에 나가서 진료 받게 하는 등 노력은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간경변증, 간부전, 간암 등 중증 간질환의 원인인 C형 간염을 사회에 퍼뜨릴 가능성이 매우 큰 사람이 눈앞에 있음에도 내버려 두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정부의 대처가 막대한 C형 간염 치료비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 경고한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도영 교수는 "재소자, 그중에서도 마약사범은 C형 간염 전파 고위험군이다"며, "이들은 사회로 돌아오는 순간 C형 간염 전파자가 되지만, 우리나라는 마약사범·재소자 C형 간염 환자 규모나 전파력 등에 대한 데이터조차 제대로 된 게 없다"고 말했다. 

C형 간염은 생각보다 더 치명적이고 환자 부담이 크다. 대한간학회의 직접의료비용 통계를 보면, C형 간염이 합병증 동반 간경변증으로 진행할 경우 약 992만5890원, 간암으로 진행하면 2073만6768원이다. 이로 인해 간 이식이 필요해지면  1억2642만8286원(1회)이 들고, 간 이식 후에도 매년 1402만9236원의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질환이다.


◇'가성비' 해결책 넘치는 C형 간염 

C형 간염으로 인한 각종 간질환 치료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건 사실이나, 수천만원을 들여 마약사범과 재소자부터 C형 간염 검사와 치료를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진퇴양난의 상황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해결책은 있다.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첫 번째 사각지대 해결책은 C형 간염 신속진단키트를 활용하는 법이다. C형 간염 항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신속진단키트의 환자 식별도는 10만원 이상인 RNA 검사와 비슷한 수준이면서 훨씬 저렴하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장재영 교수는 "C형 간염 신속진단키트는 1회 약 4000원으로 저렴하면서 정확도는 높다"며, "이를 선별검사용으로 사용하고, 항체 양성자를 대상으로 RNA 검사를 시행한다면 효율적으로 C형 간염 환자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다음은 출소 직전 C형 간염 검진을 시행하고, 치료는 출소 후에 받을 수 있게 연계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출소 후엔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점을 활용한 방안이다. 김도영 교수는 "전 국민의 건강을 생각해야 한다"며, "마약사범과 재소자는 최소한 출소 전 1회라도 C형 간염 검사를 받게 하고, 확진자는 출소 후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의료기관에 연계해 지역사회에 C형 간염이 확산하는 것을 막는 게 사회적으로 이익이다"고 말했다. 그는 "마약사범과 재소자를 의료기관에 연계해줘도 실제 치료를 받을지 장담할 수는 없다"며, "그럼에도 이들 역시 국민의 한 사람이기에 검사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도영 교수는 "C형 간염 항체 양성자 중 RNA 검사에서 C형 간염 확진을 받는 건 절반 정도 뿐이라 이들에게 치료비를 지원하더라도 지나치게 막대한 비용이 들지는 않으리라 본다"고 밝혔다.

검진과 치료 시스템만 제대로 마련된다면, 마약사범과 재소자의 C형 간염 치료율은 크게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정숙향 교수는 "이들은 마약을 비롯해 각종 약물 등을 사용한 경험이 있으니 건강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막상 진찰을 해보면 건강 문제, 특히 감염 질환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매우 많다"며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마약사범과 재소자의 치료 순응도는 일반인만큼 높은 편이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C형 간염은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주요 감염질환이지만 단기간 약을 복용하면 완치가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해 관련 예산을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외에도 ▲마약사범 및 재소자 재활프로그램에 C형 간염 등 감염질환 예방 교육 포함 ▲예방접종 등을 통해 환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A·B형 간염 예산 조정을 통한 C형 간염 검진·치료 시행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정숙향 교수는 "C형 간염은 사람을 통해서만 전파되는데 유병률은 일반인 1% 미만, 마약사범과 재소자는 40% 이상이다"며 "우리 모두를 위해 고위험군을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