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C형 간염 후진국]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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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사범, 재소자는 일반인보다 C형 간염 유병률이 훨씬 높다. 이들은 지역사회 C형 간염 전파의 주요 원인이 되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C형 간염은 느리고 조용하지만, 위협적인 질환이다. 감염되더라도 대부분 증상이 없고, 십수 년에 걸쳐 만성화된 이후 간경변증, 간암 등 중증 간질환으로 진행한다. C형 간염 관련 질환으로 매해 40만 명이 사망할 정도다. 특히 막대한 치료비 부담을 안겨주는 간염의 주요 원인에서 C형 간염의 비중은 커지고 있어 적극적인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C형 간염 후진국으로 분류된다. WHO가 2030년까지 C형 간염을 종식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미국, 유럽, 일본, 대만 등은 목표 달성 가능 판단이 나온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2040년에야 간신히 C형 간염 종식이 가능하다는 예측이 나올 정도다. 이는 우리 사회 곳곳에 C형 간염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놓치고 있기에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C형 간염 분야에서 10년이나 뒤처진 나라가 된 걸까? 헬스조선이 C형 간염 사각지대를 조명해봤다.

◇C형 간염은 드물다? 마약사범·재소자 감염률 최대 65배
C형 간염의 국내 유병률은 1% 미만으로 낮은 편임에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바로 마약사범과 재소자들이다. 이들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C형 간염은 유병률이 절대 낮은 질환이 아니다. 마약사범과 재소자들은 C형 간염 유병률이라 볼 수 있는 HCV 항체 유병률이 50%에 육박하고, 일반인보다 C형 간염 유병률이 수십 배 높다.

먼저 주목해야 할 건 마약사범이다. 마약사범의 C형 간염 유병률은 놀라운 수준이다. 대한간학회 통계에 따르면, 2007~2010년 국내 318명의 정맥주사 약물남용자의 HCV 항체 유병률은 48.4%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C형 간염 항체 양성률이 2020년 기준 0.75%(남자0.75%, 여자0.76%)와 비교하면, 마약사범의 C형 간염 비율은 일반인보다 65배 높다. 마약사범은 많은 사람이 지역사회 C형 간염 주요 전파자로 알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나 북한이탈주민보다도 C형 감염 유병률이 높다. 외국인 근로자 건강검진 결과를 보면, 새로운 유입 인구의 HCV 항체 양성률은 1.8~2.6%로 집계된다.

교정시설 재소자의 C형 간염 유병률도 만만치않다. 재소자의 높은 C형 간염 유병률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해외 연구를 보면, 미국은 재소자의 C형 간염 유병률은 약 17%로 추정하고 있으며, 유럽은 평균 15%, 국가별로 5~43%로 보고 있다.

2019년 스페인에서 발표된 연구를 보면, 교도소 수감자의 C형 간염 감염률은 지역 사회 일반인보다 10~15배 더 높았다. 또한 세계소화기저널(World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2021년 발표된 연구에선 수감자의 C형 간염 유병률이 전 세계적으로 100인년 당 16건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년'은 분석 대상자들의 관찰기간을 더한 개념으로, 100명을 1년간 관찰했을 때 16건의 C형 간염이 발생했다는 의미이다.

이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헬스조선이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실을 통해 단독 입수한 법무부의 '2018~2022 연도별 전체 재소자 수 중 바이러스성 간염 발병자(보균자) 수' 통계를 보면, 최근 5년간 재소자 중 C형 간염 발병률은 압도적이다. 재소자의 C형 간염 발병률은 A형 또는 B형 간염 바이러스 발병률보다 최대 47배 높다. 2018년 기준, A형 간염 환자는 1명, B형 간염 환자는 9명이었으나 C형 간염 환자는 47명이었다.

심지어 C형 간염 환자는 증가세다. A형 간염환자는 2021년부터 0명을 유지하고 있고, B형 간염 환자 수는 3~11명을 오갔으나 2022년 현재 11명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C형 간염 환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2019~2021년 12명까지 감소했다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2022년 58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최근 5년간 마약사범이 급증한 것과도 비례해 더욱 주목할만하다. 경찰청 마약조직범죄수사과의 발표를 보면, 경찰에 적발된 마약사범은 2018년 8107건이었으나 2022년 1만2387건까지 늘었다.

더 문제는 현재 확인된 마약류 사용자와 재소자의 C형 간염 유병률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현재 법무부는 마약사범이라도 교도소에 입소할 때 A·B형 간염과 달리 C형 간염 검사는 하지 않는다. 재소자 정기 검진 항목에도 C형 간염 검사는 없다. 법무부에 따르면, C형 간염 검사는 별도로 진행되지 않는다. 입소 시 문진 또는 수감 중 간수치 이상이 발견되면 추가 검사를 해 발견하는 정도다. C형 간염이 만성화해 간경변, 간암 등으로 진행된 다음에야 간수치 이상 등이 발견됨을 고려한다면, 무증상 C형 간염 환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장재영 교수는 "마약사용은 음지에서 이뤄지고 있고, 이들은 본인이 마약을 사용하는 C형 간염 고위험군임을 절대 알리지 않는다"며, "별도의 C형 간염 검사를 하지 않는 한 감염 여부는 알 수 없기에 마약 사용 C형 간염 감염자는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유력 전파자지만… 관리 안 되는 마약사범·재소자
마약사범이나 재소자의 C형 간염 유병률이 높다 해도 나와는 상관없는 범죄자들의 일로만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절대 남의 일이 아니다. 마약사범을 포함한 재소자는 언젠가는 다시 사회로 복귀하고, 은밀한 곳에 숨어 조용한 C형 간염 전파자가 되는 탓이다.

사회로 복귀한 재소자의 경우, 지역사회 C형 간염 전파율이 높은 편이다. 미국 NCMJ(North Carolina Medical Journal)에 2019년 발표된 연구를 보면, 출소한 재소자를 통해 확산한 C형 간염 재확산율은 17~33%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마약사범이나 재소자의 전파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아 정확한 수치를 알 수는 없으나, 결코 재확산율이 낮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부 지역이나 스페인 등은 마약사범을 포함한 재소자가 지역사회에 C형 간염을 전파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C형 간염 여부를 확인하고 수감 중 치료를 시행하지만, 우리나라는 C형 간염 재소자를 별도로 관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마약류 관련 법률을 위반한 전체 재소자 수 중 바이러스성 간염(A형, B형, C형) 발병자 수와 치료자 수에 대한 자료는 현재 보유·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마약사범과 재소자가 C형 간염 전파 원인임을 알고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C형 간염 검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진짜 문제는 여기에 있다. 


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