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과

"주취자 난동 제지, 실종 환자 추적… 병원서 1차 방어막 역할합니다"

전종보 기자

[우리 병원 언성히어로] ⑦ 강남세브란스병원 보안팀 민준규 주임

스포츠 뉴스 기사를 읽다보면 ‘언성히어로’라는 단어가 자주 나옵니다. 경기에서 돋보이진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내며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들을 이렇게 부릅니다. 언성히어로(unsung hero)는 우리말로 ‘보이지 않는 영웅’을 뜻합니다. 사회 곳곳에는 우리가 모르는 언성히어로들이 많습니다. 병원도 마찬가집니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무사히 진료받을 수 있도록, 의사들이 환자를 잘 진료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이 각자 위치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리 병원 언성히어로’가 그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편집자주)




이미지

강남세브란스병원 보안팀 민준규 주임/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병원에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병원은 늘 긴박하다. 환자가 갑자기 중태에 빠졌을 때뿐만이 아니다. 환자 또는 보호자의 폭언·폭력, 환자 실종, 주취자 난동 등도 병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긴박한 상황에 포함된다. ‘시큐리티(SECURITY)’ 유니폼을 입은 병원 보안요원들은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해 병원 이곳저곳을 지키고 서 있다. 이들은 경찰이 출동하기 전까지 위험으로부터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들을 지키는 병원의 ‘1차 방어막’이기도 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보안팀 민준규 주임은 “병원 내에서 난동이 발생해도 의료진이나 환자가 이를 직접 제지하긴 어렵다”며 “병원 보안요원이 최대한 빨리 출동해 문제가 심각해지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소란 제지, 실종 환자 추적부터 시설 안내까지
병원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크고 작은 소란이 일어난다. 긴 대기 시간에 지쳤거나 직원의 응대에 기분이 상해서, 또는 술이 많이 취해서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내뱉고 폭력을 휘두른다. 병원 보안요원의 주요 업무는 이 같은 병동 내 소란을 제지하는 것이다. 한 번 씩 정신건강 문제로 환자가 이상 증상을 보이면, 의료진이 진료할 수 있도록 환자를 제지하는 것 또한 보안요원의 업무다. 민준규 주임은 “응급실의 경우 진료 지연 때문에 소란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다들 급한 상황에서 병원을 찾기 때문”이라며 “의료진 입장에서는 위급한 환자를 먼저 돌볼 수밖에 없으므로, 이 같은 점을 환자에게도 인지시키고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보안요원의 일은 이 뿐만이 아니다. 보호자나 의료진으로부터 환자가 사라졌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재빨리 추적에 나서야 한다. 신고를 받은 경찰도 현장에 출동하지만, 경찰이 오기 전까진 보안요원들이 직접 CCTV를 돌려보고 환자를 찾는다. 이외에도 안내데스크에 서 있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돕고 위치를 안내하기도 한다.

◇구두 경고 후 밖으로 유도… 직접 제압은 어려워
병동에서 소란이 발생하면 병원 곳곳에 부착된 보안팀 내선 번호로 신고가 접수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보안요원은 우선 구두 경고를 통해 난동자를 최대한 제지한다. 난동자를 더 이상 자극하지 않고 진정시키는 동시에, 난동자가 진료를 방해하거나 환자·의료진에 위해를 가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구두 경고만으로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때는 병원 안에 있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밖으로 유도한다. 난동자가 흉기를 들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등 상황이 긴박하다고 판단되면 즉시 경찰에 신고하기도 한다.

위급한 상황에서는 보안요원이 직접 난동자를 제압해야 할 때도 있지만 여건상 쉽지 않다. 제압 과정에서 난동자가 상해를 입으면 추후 법적인 책임을 물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보안요원이 폭행을 당해도 경찰에 신고한 뒤 출동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잘 어르고 달래는 것’이 기술이라면 기술이다. 민준규 주임은 “상황을 설명하고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안내하면 화를 푸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며 “반면 환자가 폭행을 휘두를 때는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이 출동하기 전까지 양 팔을 잡는 정도의 조치를 취하며 최대한 제지한다”고 말했다.


◇부자(父子)가 보안요원… 아버지 향한 존경심도 직업 선택에 한 몫
민준규 주임은 6년 전부터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보안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가 대학교에서 경호학을 전공했다는 사실을 알았던 지인이 보안요원 일을 제안했고, 적성에 맞겠다 싶어 시작해 지금까지 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민준규 주임의 아버지 역시 과거 다른 곳에서 오랜 기간 보안요원으로 근무했다는 점이다. 그는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 또한 보안요원 일을 선택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어찌 보면 업계 선배지만, 민 주임의 아버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일에 대해 조언한 적이 없다고 한다. 민준규 주임은 “원래 성격상 서로 많은 걸 묻지 않는다(웃음)”고 말했다.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사건·사고를 겪었다. 난동자를 제지하다 다리를 걷어차이는가 하면, 병원 인근 매봉터널까지 사라진 환자를 찾아 나선 적도 있었다. 민준규 주임은 일이 힘들다가도 환자나 보호자에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될 때면 ‘좋은 일을 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그는 “특히 잃어버린 환자를 찾아 가족들에게 돌려보냈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환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들을 때도 많은 힘이 된다”고 했다.

◇“보안팀에서 1차적으로 위험 방어… 주취자들은 그만!”
민준규 주임은 보안팀을 ‘병원 내 1차 방어 수단’이라고 표현했다. 병원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출동해 경찰이 오기 전까지 환자·보호자와 의료진을 보호하는 게 그들의 임무라는 설명이다. 민 주임은 “원내에서 긴박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지만 의료진이 대응할 수 없고 경찰이 병원에 상주할 수도 없다”며 “경찰이 출동 때까진 보안팀이 무조건 1차적으로 방어하는 수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들에게 몇 가지 당부의 말도 전했다. 먼저 난동 상황이 발생했을 때 행동요령에 대한 당부다. 민 주임은 “보안요원이 길어도 3~5분이면 현장에 도착한다”며 “그때까지 절대 난동자를 자극하지 말고 달래면서 시간을 끌어달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건강에 대한 당부다. 그는 “병원에서 매일 수많은 환자들을 접한다”며 “환자들이 아프지 않고 병원에 올 일도 없었으면 한다”고 했다. 끝으로 민준규 주임은 늦은 밤 찾아오는 주취자들에게도 당부를 전했다. 주취자들은 병원 보안요원들이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 가장 많이 맞닥뜨리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는 “주취자들이 병원에 찾아와 통제를 따르지 않고 난동을 부리면 주변 환자들은 겁에 질릴 수밖에 없다”며 “술을 마시지 않거나 술이 깬 상태에서 병원에 와 달라”고 말했다.



이미지

강남세브란스병원 보안팀 민준규 주임/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4담: 네 가지 담지 못한 이야기>
1. 민준규 주임은 술을 한 잔도 못 마신다. 친구들과도, 회식 자리에서도 술을 마시지 않는다. 조금만 마셔도 취기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주취자들을 제지하면서 ‘나도 취하면 이렇게 될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물론 아직까지 그런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예정이다.

2. 그는 호텔에서도 잠시 보안요원으로 일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으로 돌아왔다. 병원에서 일하다 호텔에서 일하니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 편하고 지루했다고 한다. 병원 보안 업무는 분명 힘든 일이지만, 그는 이곳에서 좋은 동료들과 오래오래 근무하고 싶다.


3. 병원 보안요원으로 일하려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웃으면서 “힘든 일을 경험하고 싶다면 와도 좋다”는 경고(?)를 전했다. 동시에 ‘강한 멘털’이 필요하다는 진심어린 조언도 덧붙였다.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건강 상태 때문에 예민한 경우가 많다보니, 처음 일하면 응대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였다.

4. 보안요원으로 일하다보면 사람의 외관이나 행동거지를 보고 위험을 예측하기도 한다. 실제 적중률은 80%정도라고 한다. 문뜩 기자의 인상이 궁금해졌다. 민준규 주임의 대답은 짧고 명확했다. ‘매우 좋다’고 했다.


占싼딅뮞鈺곌퀣苑� 占쎌뮆�э옙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