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퇴원 환자 불안 해결사… 1시간 넘게 통화할 때도 있어요"

전종보 기자

[우리 병원 언성히어로] ⑤ 서울아산병원 심순희 퇴원 환자 상담 간호사

스포츠 뉴스 기사를 읽다보면 ‘언성히어로’라는 단어가 자주 나옵니다. 경기에서 돋보이진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내며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들을 이렇게 부릅니다. 언성히어로(unsung hero)는 우리말로 ‘보이지 않는 영웅’을 뜻합니다. 사회 곳곳에는 우리가 모르는 언성히어로들이 많습니다. 병원도 마찬가집니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무사히 진료 받을 수 있도록, 의사들이 환자를 잘 진료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각자 위치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리 병원 언성히어로’가 그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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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심순희 퇴원 환자 상담 간호사 / 서울아산병원제공
퇴원하는 환자의 마음은 기대가 반, 걱정이 반이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건 분명 기쁜 일이지만, 아플 때 곁에 의사나 간호사가 없다는 사실은 마음 한 켠에 불안감으로 남는다. 퇴원하고 나면 ‘이 증상은 왜 생긴 건지’, ‘이런 음식은 먹어도 될지’ 물을 사람이 주변에 없다는 것 또한 환자에겐 불안 요소다. 퇴원 환자 상담 간호사는 병원을 떠난 환자들이 이 같은 불안·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전화 통화를 통해 주기적으로 환자 상태를 살핀다. 수화기 너머로 퇴원 후 생활, 몸 상태 등을 물으며, 환자의 궁금증에 답하고 도움 요청에 응하기도 한다. 서울아산병원 심순희 퇴원 환자 상담 간호사는 “퇴원 후 회복 과정은 다음 치료 계획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입원 치료를 잘 받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루 20~30건씩 퇴원 환자 전화 상담, 1시간 이상 통화할 때도
현재 서울아산병원은 종양내과, 심장내과, 산부인과 등 3개과 퇴원 환자를 대상으로 전화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3개과는 병원 내에서 환자 수와 여러 가지 문의가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심순희 간호사를 비롯한 간호교육행정팀 소속 퇴원 환자 상담 간호사 4명 또한 과거 해당 과에서 근무하다 퇴원 환자 상담 간호사로 합류했다.

퇴원 환자 상담 간호사의 업무는 오전 8시 30분에 시작된다. 이때부터 오후 5시까지 퇴원 환자들과 전화 통화를 하며 상담 업무를 수행한다. 상담 건수는 날마다 다르다. 적게는 하루 20~30건, 많게는 40건 이상이다. 가장 전화가 많이 왔을 때는 50건이 넘기도 했다. 진료 예약 문의처럼 짧은 통화는 1~2분 안에 끝나지만, 한 번에 30~40분씩 통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환자가 문의한 내용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고 안내하다보면 상담 한 건에 1~2시간 이상 걸릴 때도 있다. 오후 5시에 상담 업무가 끝나면 상담 간호사들이 모여 그날 진행한 상담 내용과 환자 데이터 등을 공유한다. 심순희 간호사는 “서로 어떤 전화를 받았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날 상담 내용을 공유해야 한다”며 “‘이럴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어떤 게 좋은 상담인지’ 의견을 나누면서 경험을 쌓기도 한다”고 말했다.

◇말투·목소리·숨소리 모든 게 환자 정보… “자세히 듣고 답해야”
상담 내용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식단, 운동, 샤워 등 일상생활에 대한 것부터 진료 일정, 증상 관리, 배액관 관리법까지 다양한 질문이 쏟아진다. 개중엔 퇴원할 때 이미 안내한 내용도 많지만, 환자가 모두 기억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두 번, 세 번씩 자세히 안내한다. 상담 간호사 선에서 즉답을 주기 어려울 땐 담당 의료진, 진료과에 문의한 후 다시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설명하고, 전화로 해결이 어려운 경우 병원 방문을 권하기도 한다. 심순희 간호사는 “환자의 질문에 답하고 되물으면서 환자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환자가 궁금했던 내용이 정말 해결됐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야 오해의 소지가 생기지 않는다”며 “모르는 내용을 애매하게 답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환자와 통화 할 때는 단어 하나, 말투, 목소리, 숨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모든 게 현재 환자 상태를 파악하는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 환자의 설명이나 목소리를 듣고 위급한 상황이라고 판단돼 응급실 방문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가만히 듣기만 해선 안 된다. 귀로 환자의 말을 들으면서 눈으로는 모니터에 입력된 환자 정보를 빠르게 훑는다. 동시에 손가락으로 쉼 없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상담 내용을 입력한다.

심순희 간호사는 “환자는 상담 간호사가 환자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환자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그에 맞게 상담해야 한다”며 “헤드셋으로 환자와 대화하면서 모니터를 통해 환자의 질환, 수술 여부, 배액관 사용 여부, 복용 중인 약 종류 등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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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 환자 상담 간호사는 전화기 2대를 사용한다. 하나는 환자 상담용, 하나는 내부 통화용이다. 그래서 헤드셋도 2개를 사용한다. 하루 종일 헤드셋을 사용하다보면 귀가 빨개질 정도로 아파 수시로 마사지를 해줘야 한다. / 서울아산병원제공
◇병동 근무하며 퇴원 환자 삶에 관심 갖게 돼
서울아산병원은 2019년부터 퇴원 환자 전화 상담을 시작했다. 심순희 간호사는 이때부터 함께 한 ‘오픈 멤버’다. 전화 상담 간호사 경력은 올해로 5년차지만, 간호사 경력으로는 20년차다. 2004년 처음 간호사 일을 시작했던 곳도 서울아산병원이었다. 혈액종양내과 병동에서 주로 근무한 심 간호사는 일을 하면서 대학원 공부도 병행했다. 그러던 중 2019년 신설된 퇴원 환자 상담 부서에 지원했다. 평소 ‘퇴원 환자의 삶을 관리해주는 것도 간호의 한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퇴원 환자 상담 부서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심순희 간호사는 “병동에서 일할 때 퇴원 환자들의 전화를 받으면서 이들을 상담해줄 별도 부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대학원에서도 퇴원 환자 삶의 질에 대해 연구하곤 했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병동 간호사로 근무했지만 퇴원 환자 간호사로 일하는 건 또 다른 도전이었다. 오랜 기간 몸담았던 종양내과 외에도 심장내과, 산부인과 환자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기 때문에 진료과별 주요 질환, 퇴원 교육부터 각 진료과 환자들이 어떤 질문을 많이 하는지, 또 어떻게 답변해야 하는지 공부했다.

그렇게 퇴원 환자 상담 간호사로 전환해 5년 째 일하고 있지만 심 간호사는 여전히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환자들의 의료 교육 수준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고, 퇴원 환자 상담 간호사 역시 그런 환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항상 환자의 질문에 답변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상담실은 병동과 떨어져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교육을 들으면서 병동의 흐름을 이해하고 감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퇴원은 끝이 아닌 시작… 병원 떠난 환자도 관리 필요”
심순희 간호사는 퇴원을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표현했다. 의료진에겐 퇴원이 끝이지만 환자는 퇴원 후 일상에서 새로운 시작을 맞는다는 의미다. 그 시작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병동에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았던 모든 일들을 환자 스스로 해결하다보면 수시로 난관에 부딪치기 마련이다. 병원은 퇴원한 환자가 이처럼 병원 밖에서 불편함을 겪지 없도록 계속해서 관리하고 도와야 한다는 게 심 간호사의 생각이다. 그는 “퇴원 전 교육을 받아도 실제 퇴원 후에는 스스로 관리하는 게 어렵고 증상이 생겼을 때 마땅히 문의할 곳도 없다. 그러다보면 무분별한 정보에 휩쓸리기도 쉽다”며 “환자가 이런 일을 겪지 않으려면 퇴원 후에도 병원 차원에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 간호사는 항상 ‘모든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해결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상담에 임한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일하다보면 어려운 문제도 어떻게든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환자가 집에서도 계속 몸을 잘 관리할 수 있는 돕는 게 퇴원 환자 상담 간호사의 역할”이라며 “전화 상담을 통해 회복 단계에 있는 많은 환자들이 문의 사항을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환자들에게 당부의 말도 빼먹지 않았다. 심순희 간호사는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개별 환자에 맞게 적극적으로 상담해주고 있다”며 “집에서 혼자 고민하지 말고 퇴원 환자 상담 부서에 많이 문의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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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심순희 퇴원 환자 상담 간호사 / 서울아산병원제공
<4담: 네 가지 담지 못한 이야기>
1. 심순희 간호사는 ‘~인 것 같다. ~할 수 있다’와 같은 추측성 표현을 쓰지 않는다. 애매하게 말하면 환자가 잘못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습관이 돼서 평소 대화할 때도 추측성 표현을 안 쓴다고 한다. 실제 인터뷰 중에도 환자와 관련된 말이나 상담 사례를 이야기할 땐 단 한 번도 추측성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

2. 전화 상담을 하다보면 긴급한 상황에 놓인 환자와 연락이 닿기도 한다. 3년 전 일이다. 입국 후 자가 격리 중이던 환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흉통이 심했고 심정지 위험까지 있는 상황이었다. 심순희 간호사는 “코로나19로 응급실 이용이 제한되고 이송 역시 쉽지 않은 상태였지만, 병원 감염관리실, 응급실, 관할 보건소 등과 계속해서 전화·논의한 끝에 환자를 응급실로 이송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환자는 잘 치료 받고 퇴원했다고 한다.


3. 심순희 간호사는 얼마 전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여느 날처럼 퇴원 환자가 전화를 걸어서는 ‘매번 아쉬울 때만 전화하는데 이렇게 고마울 때도 전화하는 게 도리인 것 같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4년 동안 근무하며 처음 겪었던 일이었다. 심 간호사는 “순간 너무 감사했다. ‘이런 분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4. 퇴원 환자 상담 전화번호는 퇴원 안내문에 적혀있다. 전화 통화는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가능하다. 점심시간에도 전화를 받지만 다소 지연될 수 있다. 퇴원 환자 상담 간호사는 점심시간에 4명이 2교대로 식사하며 일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병원이 그렇듯 상담실도 월요일이 가장 바쁘다. 주말 동안 밀린 문의가 한 번에 들어오다 보니 다른 날에 비해 최소 10건 이상은 상담 문의가 더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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