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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염에 쓰는 ‘질정’… 효과적일 때 VS 효과 적을 때? [이게뭐약]

이해림 기자

[이게뭐약]일반의약품 질염 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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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성 질염엔 세나서트 질정이, 칸디다성 질염엔 지노베타딘·​카네스텐·​카네마졸 질정이 주로 쓰인다. 트리코모나스 질염에도 지노베타딘 질정이 어느 정도 듣지만, 확실한 치료를 위해선 항원충제를 처방받는 게 좋다./사진=알보젠코리아, 에이치엘비제약​ 제공


질염은 ‘여성의 감기’라고 불릴 정도로 흔하다. 병원에 가서 처방약을 타는 게 최선이겠지만, 생활에 치여 병원 갈 시간이 없다면 약국에서 파는 질정(질좌제)을 써볼 수 있다. ▲알보젠코리아의 ‘세나서트’ ▲에이치엘비제약의 ‘지노베타딘’ ▲바이엘코리아의 ‘카네스텐’ ▲동광제약의 ‘카네마졸’ 등 선택지도 많다. 어떤 증상에 어떤 약을 써야 하며, 병원에 가야만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경우는 언제일까? OTC(Over the counter, 일반의약품) 연구모임 회장인 오인석 약사와 일산차병원 산부인과 부인종양센터 이철민 교수에게 물어봤다.

◇세균·곰팡이성은 약국약 효과적… 트리코모나스성은 처방약 필요
질염 유형별로 잘 듣는 약도 다르다. 그중에서도 세균성 질염엔 세나서트를, 칸디다성 질염은 지노베타딘, 카네스텐, 카네마졸을 주로 사용한다. 세나서트는 세 가지 살균제가 복합돼있는 질정이다. 가드넬라균, 클라미디아균 등이 유발하는 ‘세균성 질염’에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칸디다 곰팡이에 감염돼 생기는 ‘칸디다성 질염’에도 꽤 듣는 편이다. 지노베타딘은 ‘빨간 소독약’ 성분인 포비돈 요오드를 농축시킨 약이다. 다양한 균을 비롯해 칸디다 등 곰팡이를 치료하는 데 쓴다. 질염을 유발할 수 있는 트리코모나스 원충에도 어느 정도 듣는다. 카네스텐과 카네마졸은 약 이름이 다를 뿐 성분은 클로로트리마졸이란 항진균제로 같으며, ‘칸디다성 질염’의 치료에 쓰인다.

성관계 등 계기를 통해 트리코모나스 원충에 감염되면 생기는 ‘크리모코나스성 질염’은 지노베타딘 질정이 어느 정도 듣긴 하지만, 경구용 항원충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문제는 환자 증상만 듣고 질염 원인이 트리코모나스 원충인지 정확히 감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산부인과에서 균검사를 받지 않는 이상, 증상을 통해 질염 발생 원인을 유추할 수밖에 없다. ▲분비물에서 악취가 나고, 냉이 지나치게 많을 때 세균성 질염을 ▲가려움이 심하고, 응고된 냉이 나오면 칸디다성 질염을 의심하는 식이다. 그러나 가려움과 통증은 트리코모나스 질염이 있어도 생긴다. 오인석 약사는 “트리코모나스 질염의 경우 원충이 성관계 상대에게 옮을 수 있는 데다, 지노베타딘만으로 치료하기에 무리가 있다”며 “트리코모나스 질염이 의심되면 산부인과에서 원인을 정확히 진단받고 처방약을 쓰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약국약 내성 거의 없어… 부작용 있으면 경구약 처방받아야
질염은 완치라는 게 없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몸에 공생하던 균들이 과도하게 증식해 질염을 일으킨다. 이 균 자체를 없애는 건 불가능하므로 증상이 나타나면 그때그때 약을 써서 치료해야 한다.

다행히 약국에서 판매하는 질정을 자주 쓴다고 몸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은 낮다. 일산차병원 산부인과 이철민 교수는 “세나서트, 지노베타딘, 카네스텐, 카네마졸 등 질정은 큰 부작용이랄 게 없고, 내성도 거의 생기지 않는 편”이라 말했다. 다만, 사람에 따라서 부작용이 나타날 순 있다. 오인석 약사는 “알약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넣는 부형제 탓에 피부 점막에 알레르기가 생기거나, 부기·통증이 느껴질 수 있다”며 “이럴 땐 질에 넣지 않고 복용하는 경구제를 산부인과에서 처방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균·곰팡이·원충에 감염돼야만 질염이 생기는 건 아니다. 폐경기 여성호르몬 부족이나 알레르기 탓에 생기는 질염도 있다. 이럴 땐 감염 치료용 일반의약품 질정 말고, 다른 약이 필요하다. 오인석 약사는 “폐경기에 에스트로겐 수치가 떨어져 건조해진 질에 생기는 ‘위축성 질염’엔 에스트로겐이 든 호르몬성 질정이, 알레르기 탓에 발생한 질염엔 항히스타민제가 잘 듣는다”고 말했다. 호르몬성 질정은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야 처방받을 수 있다.

◇약국 약 듣든 듣지 않든 한 번쯤은 산부인과 진료를 
약국 약이 듣든 듣지 않든 간에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 당뇨병이 있거나, 타고나길 분비물의 양이 많은 사람은 신체 특성상 질염이 잘 생길 수밖에 없다. 전문의 진료를 통해 본인의 몸 상태를 파악하면 질 건강도 더 잘 관리할 수 있다. 일산차병원 산부인과 이철민 교수는 ‘여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되거나, 분비물이 분비되는 ‘자궁외번’이란 기관이 자궁 경부 밖으로 돌출된 사람은 분비물의 양이 많다”며 “이런 이유로 질이 습하게 유지되면 균이나 곰팡이 등의 감염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당뇨병 환자도 질염이 잘 생긴다. 이 교수는 “당뇨병이 있으면 칸디다 곰팡이가 살기 쉬운 환경이 돼, 질염이 아주 심하게 생길 수 있다”며 “당뇨병 환자들은 질염 치료도 필요하지만, 당뇨병 자체를 우선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약을 사용하는 것만큼 생활 습관 교정도 중요하다. 그중 제일이 ‘습기 제거’다. 이철민 교수는 “탕 목욕을 하거나, 수영한 후에 생식기를 잘 말려야 한다”며 “물에 젖은 채로 내버려두면 곰팡이를 비롯한 균이 증식해 질염이 잘 생긴다”고 말했다. 오인석 약사는 “질의 산도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 일반 염기성 비누를 쓰기보단 약산성 여성청결제를 사용하는 게 좋다”며 “면 재질의 속옷을 착용하고, 너무 꽉 끼는 옷은 입지 않는 게 질염 예방을 위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