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들의 음주법은 따로 있다?
이지형 객원기자
입력 2023/06/01 21:30
술로 일상의 황폐화를 겪어본 사람들은 일주일에도 여러 번 고민한다.
절주할까, 단주할까?
절주는 술을 절제해 마시는 것이고, 단주는 술을 아예 끊는 것이다. 절주 옹호론자들은 지인들과의 음주와 담소가 인생의 큰 즐거움 중 하나인데 야박하게 어찌 끊느냐고 말한다. 단주 소망자들은 누군들 절주를 원하지 않겠느냐 항변한다. 마시다 보면 어느새 급발진 상태로 돌입한다는 한탄이다.
◇“저희, 소주잔 말고 ‘그 잔’ 주세요”
남궁기 교수는 단주 쪽을 권했다. 절주는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단 것이다. 요약하자면, 절주를 결심하는 건 맨정신 상태에서다. 그러나 마시던 술을 멈추는 것, 그러니까 절주의 실행은 이미 서너 잔이 들어간 상태에서다. 절주는 논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는 촬영 말미에 흥미로운 실전 팁 하나를 건넸다. ‘우리 과(세브란스 정신건강의학과) 사람들과 많이 마셔야 할 때’ 활용하는 방법이란 단서를 달았다. 그러니까 세브란스 의사들의 절주법인 셈이다. 이런 식이다. 동료들과 단골 고깃집에 간다. 소주를 시키면서 ‘그 잔’ 주세요…, 외친다. 식당 사장님은 미리 준비해둔 양주잔을 식탁에 배치해준다.
“양주잔에 따르면 소주 얼마 안 들어갑니다. 그런데 사람의 뇌는 잔으로 양을 가늠해요. 10병 먹을 거 6병 먹게 되는데, 취하는 건 똑같아요. 제가 현장에서 봐서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