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
12년 전 척수 다친 하반신 마비자, 기적적으로 다시 걸어… ‘이 장치’ 덕분
이채리 기자
입력 2023/05/26 11:17
12년 전 교통사고로 척수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된 환자가 뇌와 척수를 연결하는 ‘무선 디지털 통신 장치’로 다시 걷는 데 성공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스위스 로잔 연방 공과대학의 그레구아르 쿠르틴 교수 연구팀은 2011년 자전거 사고로 척수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된 셰르트-얀 오스캄(40)의 끊어진 뇌와 척수 사이의 신경을 ‘무선 디지털 브리지(Wireless digital bridge)’로 연결했다.
스위스 로잔 연방 공과대학의 그레구아르 쿠르틴 교수 연구팀은 2011년 자전거 사고로 척수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된 셰르트-얀 오스캄(40)의 끊어진 뇌와 척수 사이의 신경을 ‘무선 디지털 브리지(Wireless digital bridge)’로 연결했다.
연구팀은 64개의 전극으로 구성된 무선 기록 장치를 제작하고, 오스캄의 머리뼈와 척수에 다중 전극으로 구성된 센서를 심었다. 운동 신호가 뇌에 심은 전극에서 포착되면 무선 헤드셋을 통해 오스캄의 등에 짊어진 배낭 모양의 컴퓨터로 전달된다. 이 신호를 분석한 컴퓨터는 척수에 심은 전극으로 운동 명령 신호를 보낸다. 오스캄이 발목, 엉덩이 등의 하반신을 움직이려 할 때 뇌의 어떤 부분이 활성화되는지 파악하고, 그 의도를 전기 신호로 변환한 것이다. 신호가 무선으로 척수의 전극에 전달되면, 전극은 다시 하반신 근육에 운동 명령 신호를 보낸다. 실험에 참여한 오스캄은 40회 훈련 끝에 스스로 서고 걸을 수 있게 됐다. 그는 하루 최소 100미터를 걸을 수 있고, 가파른 경사를 오르거나 서서 술을 마시고, 차에 타고 내릴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부터 여러 자극 시술을 시도했던 오스캄은 “이전에는 자극이 나를 통제하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내가 스스로 제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복잡한 뇌의 의도를 전부 파악하긴 어렵고, 여러 차례의 수술과 물리치료가 병행돼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미 뉴욕타임스(NYT)에서 “처음엔 공상 과학소설 같은 생각이었지만 오늘은 현실이 됐다”며 “우리의 목표는 이 기술이 필요한 전 세계의 모든 마비자가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Nature)'에 최근 게재됐다.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Nature)'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