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일반

[아미랑]‘운동 마니아’의 혈액암 판정… 어떻게 극복했을까?

최지우 기자

<아미랑 인터뷰>

 


다발골수종 3기를 이겨낸 김영숙(61‧경기도 파주시)씨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조혈모세포 이식, 간 이식, 장 폐색 등 수차례의 힘든 순간을 이겨내고 지금은 누구보다 삶을 즐기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의 주치의인 순천향대 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경하 교수도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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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골수종을 극복한 김영숙(왼쪽)씨와 그의 주치의인 순천향대 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경하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잦은 골절, 혈액암의 신호
김영숙씨는 2020년 8월, 다발골수종 3기를 진단받았습니다. 다발골수종은 혈액암 중 하나로, 면역항체를 만드는 형질세포에서 암세포가 생성돼 골수에서 증식하는 질환입니다. 국내 전체 암 발병률의 0.6%를 차지하는 드문 암이지만, 40대부터 발생률이 높아져 70대에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어 다발골수종 발병률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 수는 2015년 6048명에서 2020년 8929명으로 증가했습니다.
김씨는 암 진단을 받기 1년 전부터 갈비뼈가 자주 골절됐습니다. 작은 움직임에도 뚝 소리가 나면서 뼈가 부러져 한 달에 한 번은 골절의 고통을 겪었습니다. 이유 없는 골절이 계속돼 동네 병원에서 검사도 해봤지만 뼈에 별 이상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척추 통증이 심해져 응급실에 내원해 척추관협착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정밀검사를 받기 위해 순천향대 서울병원에 입원했더니, 다발골수종이라 했습니다.

걸을 수조차 없던 통증
김씨는 암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눈앞이 캄캄해져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살던 젊은 날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앞으로 1년은 살 수 있을까’ 싶어 괴로웠습니다. 오진일거라며 현실을 부정했다가 남편에게 하소연하며 짜증을 냈다가 혼자 울기도 하며 급격한 감정변화를 겪었습니다.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던 김씨에게 김경하 교수가 큰 위로가 돼줬습니다. 항상 웃는 얼굴로 편안함과 용기를 주고, ‘할 수 있다. 두려워하지 말고 같이 이겨내자’고 끊임없이 말해줬습니다. 이내 암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던 공포가 점차 줄어들었습니다.

입원 당시, 김영숙씨는 척추 뼈에 압박 골절이 생겨 꼼짝없이 누워있어야 했습니다. 항암 치료를 4회 시행한 다음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았습니다. 환자 본인의 조혈모세포를 미리 채집해 보관해 둔 뒤, 항암 치료가 끝나면 이식해 손상된 골수 회복을 돕는 치료법입니다. 조혈모세포 이식이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골절이 완전히 낫지 않아 휠체어를 타고 퇴원을 했습니다. 남편이 옆에서 적극적으로 회복을 도와 통증이 점차 나아지고 뼈가 튼튼해졌습니다. 휠체어에서 보행기, 지팡이 사용을 거쳐 마침내 똑바로 걸을 수 있게 됐습니다. 혼자 걷게 된 이후, 매일 정원에서 맨발로 흙을 밟으며 걸어 다녔습니다. 재활을 하는 동안 집에서 답답해하는 모습을 본 남편이 김씨를 위해 캠핑카를 구입했습니다. 함께 캠핑카를 타고 공기 좋은 산으로 바다로 캠핑을 다니다 보니 건강이 점점 회복돼 12월, 다발골수종 완전 관해 판정을 받았습니다.


급성 간염으로 혼수상태 빠져
2021년 10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캠핑을 즐기던 김씨는 평소보다 소변색이 진해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얼굴색도 누렇게 변해 가족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곧바로 병원에 갔더니 급성 간염이었습니다. 상태가 6일 만에 급격하게 악화돼 간성 혼수에 빠져 중환자실에 입원했습니다. 자가 호흡이 불가능해 기관지에 인공호흡기를 삽관했습니다. 간 이식이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뇌사자 간 이식을 기다렸지만 기증받은 간의 크기가 김씨와 맞지 않았습니다. 위중한 상태였기 때문에 곧바로 가족들 전부 생체 간 이식 가능 여부를 검사했고, 다행히 아들의 간을 이식할 수 있었습니다. 간 이식 1주일 뒤에야 김씨는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인공호흡기를 기관지에 2주 이상 삽관했기에, 기도 협착, 음성 장애 등의 위험을 막기 위해 목에 작은 구멍을 만들고 공기 통로를 연결하는 기관절개술을 받았습니다.

의식을 회복한 김씨는 3주 동안 본인의 이름을 불러도 잘 반응하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이식된 간의 거부반응을 낮추기 위해 사용한 면역억제제 합병증으로 거대세포바이러스 장염까지 생겼습니다. 장폐색이 와 대장을 절제해야 했고 인공항문인 장루를 달았습니다. 장루는 배에 구멍을 내 장의 일부를 꺼내서 항문 대신 장 내용물을 빼내는 주머니입니다. 그래도 가족이 곁에 있었습니다. 가족들은 김씨의 의식이 또렷해지도록 커다란 종이에 캠핑 갔을 때 찍은 사진, 취미였던 색소폰 부는 사진, 손주들 사진 등을 붙여 중환자실 침대 발밑에 끼워두었습니다. 다행히 호전되었고, 현재까지 장루를 잘 관리하면서 다발골수종은 완전 관해 상태를 유지 중입니다.

<김영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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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씨./사진=신지호 기자
-주변인의 말을 들어보니, 운동 마니아시라고?
“암 진단 전까지 배드민턴, 자전거, 테니스, 탁구 등 안 해본 운동이 없을 정도로 운동을 좋아하고 즐겨했습니다. 임진각 평화 마라톤 대회, 여의도 마라톤 대회에 여러 번 출전해 메달을 땄고, 한라산과 설악산 등산도 좋아했습니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채소 위주의 식습관을 유지하면서 평소 몸 관리를 엄청 열심히 해왔습니다. 그래서 암 진단이 더 절망적이었고 힘들었습니다. 암은 정말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병이라고 느꼈습니다. 비록 암에는 걸렸지만, 운동을 꾸준히 해 온 덕분에 건강을 다시 회복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지금도 열심히 운동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테니스나 탁구는 못 쳐도 하루에 1만보씩은 꼭 걷습니다. 저녁에는 운동으로 인한 피로를 풀기 위해 족욕과 스트레칭을 꼭 합니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면 개운한 기분이 듭니다.”

-암 치료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항암 치료를 받을 때 정신적인 고통이 컸습니다. 2주 동안 무균실에 혼자 지내야 했는데, 구토가 심해 밥도 제대로 못 먹는데다가 많이 외롭고 서글펐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져서 눈물이 났습니다. 베개에 까맣게 묻어있는 제 머리카락을 볼 때면 마음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암을 치료할 때만큼이나 급성 간염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에도 괴로웠습니다. 온몸에 힘이 없어서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나지 않았습니다.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어서 목에는 가래가 많이 꼈는데, 말을 할 수가 없어서 간호사 선생님을 부를 수가 없더라고요. 이를 딱딱 부딪쳐 소리를 내 간호사를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인생의 활력소로 캠핑을 꼽는 이유는?
“캠핑은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저에게 딱 맞는 취미였습니다. 좋은 곳에 가서 깨끗한 공기 마시면서 쉬는 게 제가 암을 극복한 비결인 것 같습니다. 남편과 함께 캠핑카를 타고 전국 8도를 다니는데요. 제주도나 남해처럼 먼 지역을 갔을 땐 한 달 정도 지내다 옵니다. 도심을 벗어나면 답답한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어서 행복합니다. 장 수술 후, 장루를 달게 됐을 때에도 캠핑은 너무 알맞은 취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캠핑카 안에 화장실이 있어서 대소변을 비우기가 수월했습니다. 요즘도 병원 검진 일정이 없을 때는 가족들과 캠핑을 다니면서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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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충청남도 당진 장고항에서 남편과 캠핑하며 찍은 사진./사진제공=김영숙씨
-지금 다발골수종과 싸우고 있는 다른 환자들에게 한 마디.
“‘나는 살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를 되뇌세요. 나을 수 있다는 믿음과 함께 열심히 운동하고, 밥 잘 먹으면서 살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가족, 주치의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잊지 마세요. 처음에는 암이라는 생각만 해도 두렵고 힘들겠지만 옆에서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가족, 의료진을 믿고 의지하다 보면 편안함을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 저랑 비슷한 분이 계시다면 오늘도 용기 잃지 않고 파이팅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경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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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하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현재 다발골수종 치료 현황은?
"다발골수종은 20~30년 사이에 가장 많이 발전한 혈액암 중 하나입니다. 재발률이 약 80%로 높아 완치보다 ‘완전 관해’라는 표현이 더 맞는 병이지만, 최근에 효과 좋은 치료법이 많이 개발돼 완치에 대한 희망이 생기고 있습니다. 다발골수종에 맞는 표적 치료제, 면역 치료제, 이중항체 약제 등이 많이 나왔습니다. 이외에 CAR-T 치료제가 등장해 재발성, 말기 다발골수종 환자에게도 긍정적인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김영숙씨가 암을 이겨낸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의료진이 권고하는 건강 수칙을 철저히 지키던 모범생 환자였습니다. 간 이식으로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이라 식생활 제약이 컸는데, 그것도 지금까지 아주 잘 지키고 계십니다. 평소 몸 관리를 철저하게 하셨던 게 치료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좋은 결과가 있던 것 같습니다. 가족들이 정성스럽게 환자를 지지해준 것도 시너지 효과를 낸 듯합니다. 의식이 없는 상태일 때, 가족들이 만든 앨범은 의료진에게도 큰 감동이었습니다. 중환자실에 오래 있다 보면 섬망이 올 수 있는데, 이때 환자에게 익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의식 회복에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다발골수종 환자들에게 한 말씀.
“다발골수종은 빠르게 치료법이 발전하고 있는 암 종입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여러 치료제들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혹시 재발하더라도 상심하지 마시고 열심히 치료 받으시길 바랍니다. 김영숙씨처럼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고난 뒤에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분이 많습니다. 치료 무사히 마치고 나면, 하고 싶었던 것들 하시면서 활기찬 삶을 사시라는 것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항상 희망을 잃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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