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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없는 아이스크림... 식중독 일으킬 수 있다고? [불량음식]

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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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철 화백
아이스크림이 절로 생각나는 날씨가 성큼 찾아왔다. 아이스크림은 유통기한도 없어 언제든지 냉동실에 얼려두고 먹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그러나 주의해야 하는 것이 있다. 대개 아이스크림은 꽁꽁 얼려 있기 때문에 식중독 위험이 낮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꼭 그렇지도 않다. 아이스크림 역시 식중독 위험을 피할 수 없다. 지난해 미국 플로리다에선 아이스크림을 먹고 수십명이 입원하고 1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리스테리아균에 오염된 아이스크림을 먹고 이들이 식중독을 겪은 것으로 보고, 해당 아이스크림을 전부 리콜 조치했다. 아이스크림이 도대체 어떻게 식중독을 유발한 걸까? 식중독 원인과 함께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다.

◇리스테리아균, 저온에서도 증식 가능해
아이스크림에서 관찰될 수 있는 대표적인 식중독균으로는 리스테리아균이 있다. 리스테리아균은 다른 식중독균과 달리 저온에서도 증식이 가능하다. 중앙대광명병원 감염내과 박정하 교수는 “리스테리아균은 영하 18도 이하에서도 생존이 가능하고 1~45도나 되는 넓은 온도범위에서 활발하게 증식할 수 있다”며 “특히 아이스크림을 잘못된 환경에서 보관한다면 해동, 냉동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식중독균이 증식하게 되는데, 이때 식중독균에 오염된 아이스크림을 섭취하면 식중독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스크림에 들어가는 우유 역시 리스테리아균 증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정진원 교수는 “애초에 리스테리아균은 흔히 목초, 살균 과정을 거치지 않은 소젖 등에서 발견된다”며 “우유를 제대로 살균하지 않았다면 리스테리아균은 우유의 단백질 성분을 먹이로 삼아 더 증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스테리아균에 감염되면 발열, 설사 등이 동반되며 간농양, 수막염, 뇌염, 유산 및 사산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화한 임산부 혹은 노년층, 신생아에서 감염 위험성이 높다. 그 외 아이스크림에서 발견될 수 있는 또 다른 식중독균으로는 황색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대장균 등이 있다.

◇잘못된 유통과정이 식중독균 증식시켜
대개 아이스크림에서 식중독균이 증식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올바르지 못한 유통과정 때문이다. 본래 아이스크림은 영하 18도 이하에서 운반 및 유통돼야 하는데, 적정 온도로 제대로 유지하지 않을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정하 교수는 “아이스크림이 살균처리 후 영하 18도 이하에서 유통되더라도 인체에 무해한 정도의 세균이 소량 남아있을 수 있다”며 “유통 과정에서 아이스크림이 잠시라도 녹는 등 세균들이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식중독을 일으킬 정도로 균 수가 많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정진원 교수도 “유통과정 중 온도변화로 인해 아이스크림이 녹고 어는 과정에서 세균이 증식할 수 있다”며 “드물게 제조 과정에서 식중독균에 오염될 가능성도 있지만, 유통과정 문제로 식중독균이 오염되는 사례가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제조 과정에서 식중독균이 오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빙과업계 관계자는 “보통 법적 규제에 의해 아이스크림 제조 공정을 관리하고 있는데, 그중 재료를 살균하고 그다음 일정 온도 이하로 얼린 상태로 유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규정이 있다”며 “이 조건에 맞춰서 제조할 땐 세균이 발견되기 어렵지만, 이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을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아이스크림을 먹은 식중독 환자가 대량으로 발생했을 땐 제조 과정 중에 문제가 있다고 추정한다”며 “한 탱크에다 아이스크림 재료를 전부 넣고, 소분해서 얼리는 동일한 제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각 매장에서 아이스크림을 보관하는 방법도 식중독균 증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빙과업계 관계자는 “실제 무인 매장, 슈퍼 등에서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분이 많은데, 이들이 아이스크림을 제대로 관리 및 보관하고 있다고 확신할 순 없다”며 “품질 관리 프로세스를 가진 기업에 비해 이들 매장에서의 위생관리는 다소 미흡한 수준일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모양 변형된 아이스크림 먹지 말아야
전문가들은 대체로 ▲제품이 녹았다 다시 얼어서 성에가 끼어있거나 ▲모양이 변형된 아이스크림  ▲제조일자가 오래된 아이스크림 섭취를 권하지 않는다. 박정하 교수는 “녹았다 다시 얼어서 성에가 끼어있거나 제품이 녹았다가 다시 얼면서 모양이 변형된 경우 유해한 식중독균이 증식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러한 아이스크림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며 “제조된 지 오래된 아이스크림도 녹았다가 다시 어는 과정이 반복됐을 가능성이 높아 제조 일자로부터 1년 이상 오래된 아이스크림은 먹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간혹 컵 아이스크림을 통째로 먹다가 남은 아이스크림을 재냉동해 다시 먹는 사람이 많은데, 이 또한 좋지 않다. 정진원 교수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동안 상온에 노출돼 아이스크림이 녹고 입에 닿는 과정에서 세균이 증식할 수 있다”며 “큰 통에 든 아이스크림은 덜어서 먹어야 하며, 덜어서 먹더라도 개봉한 상품은 이른 시일 안에 먹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