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대응체계 개선 방안 토론회 개최

사회적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각 기관의 역할은 다르다. 소방은 환자를 이송하고 경찰은 피해 경위를 조사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유가족들에게 장사 및 장례를 지원한다. 그런데 규모가 큰 사회적 참사가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는 아직 절차별로 어떤 기관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에 대한 체계가 부족하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을 때 일부 업무에선 공백이 발생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의 사망 시간이 모두 동일하게 표기됐는데 유가족들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28일, 국회에선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탐색하고 재난 대응체계의 개선 방안을 논하기 위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주관으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대규모 재난 시 담당 공무원들 하나같이 “체계 없어”
이태원 참사 시 현장 대응엔 수많은 애로사항이 발생했다. 먼저 체계적으로 현장 지휘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장응급의료소장의 현장 도착이 지연되니 보건소 신속대응반, 구급대에게 적절한 역할이 부여되지 않았다. 기자의 현장 출입이 이뤄지거나 의료진 조끼를 착용한 지역응급의료지원센터 직원의 출입이 통제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고 이후 피해자 지원 체계도 마찬가지였다.
재난대응 담당 공무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재난 때마다 반복된 일이다. 이번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권진아 연구원의 면담 연구 결과를 보면 세월호 참사, 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고, 밀양세종병원 화재사고 등에서 대응 업무를 맡은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매뉴얼과 지침이 없어서 피해자 지원이 미흡했다고 호소했다.
권진아 연구원은 “재난 대응은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재난을 경험했던 자치단체는 많지 않다”며 “재난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앙수습지원단 등 중앙부처의 구체적인 지원과 함께 피해자 유형별 대응 체계, 위기관리 매뉴얼 등에 세부절차를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러 억측·피해자다움 강요에 피해자들은 가장자리로…
이태원 참사 대처 과정에서 두드러진 두 번째 문제점은 피해자 중심주의였다. 이번 참사에선 유독 사고와 피해자를 지칭하는 표현이 많았다. 일부 언론에서는 누군가가 밀어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추측성 기사들이 나오기도 했다. 피해자 사이에서 가해자를 찾으려는 위험한 시도가 이어진 것이다. 참사 후 다섯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피해자들에게 ‘핼러윈에 왜 거기에 있었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피해자 권리보장은 법에도 기재된 사항이다. 그런데 재난과 관련된 법에는 없다. 발제를 맡은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피해자 권리위원회 박성현 활동가는 “헌법에는 피해자의 기본적인 권리들이 기재돼 있지만 재난보호법은 자연재해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서 사회적 참사에 의한 피해자들은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태원 참사 이후 여러 대책이 마련됐지만 있지만 본질적으로 참사를 예방할 수 있는 지원체계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고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모두의 안전을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대단히 잘못한 사람 없지만 피해는 막심, “재난대응 매뉴얼 절실”
전문가들은 위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결국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발제 이후 토론 패널로 참여한 법률사무소 ‘법과치유’ 오지원 변호사는 “누구도 대단한 잘못을 하지 않았지만 담당기관 간 연계가 안 됐고 업무 공백이 생기다 보니 유족들이 사망 시각이 모두 같은 검안서를 받게 됐다”며 “재난 대응을 잘 하는 미국 등은 과거 참사 유형을 가지고 중앙 부처 및 담당자들이 서로 모여서 매뉴얼을 만든다”고 말했다. 또 “추상적인 국가안전기본관리 계획이 아닌 실질적인 피해자 대응을 위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난 시 희생자의 과거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립과학수사원 양경무 법의학부장은 “매뉴얼 없이 유가족들에게 시신이 인도됐고 유족의 질문에 답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게 유가족들의 의문을 키운 것 같다”며 “현재 재난으로 희생자가 많이 발생했을 시 겉모습만 보고 사인, 사망 시각 등을 적어야 하는데 긴급한 상황에서라도 희생자의 과거력을 알 수 있도록 의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난이 발생하면 현장에서 대응하는 정부부처가 유가족과의 소통을 담당하면서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같이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재난 피해자에 대한 의료비 및 간병비 지원 근거 마련, 의료기록 확보를 통한 검시과정 고도화, 소방공무원 심리안정휴가 마련 등 대한민국 재난대응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
◇대규모 재난 시 담당 공무원들 하나같이 “체계 없어”
이태원 참사 시 현장 대응엔 수많은 애로사항이 발생했다. 먼저 체계적으로 현장 지휘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장응급의료소장의 현장 도착이 지연되니 보건소 신속대응반, 구급대에게 적절한 역할이 부여되지 않았다. 기자의 현장 출입이 이뤄지거나 의료진 조끼를 착용한 지역응급의료지원센터 직원의 출입이 통제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고 이후 피해자 지원 체계도 마찬가지였다.
재난대응 담당 공무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재난 때마다 반복된 일이다. 이번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권진아 연구원의 면담 연구 결과를 보면 세월호 참사, 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고, 밀양세종병원 화재사고 등에서 대응 업무를 맡은 담당자들은 하나같이 매뉴얼과 지침이 없어서 피해자 지원이 미흡했다고 호소했다.
권진아 연구원은 “재난 대응은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재난을 경험했던 자치단체는 많지 않다”며 “재난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앙수습지원단 등 중앙부처의 구체적인 지원과 함께 피해자 유형별 대응 체계, 위기관리 매뉴얼 등에 세부절차를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러 억측·피해자다움 강요에 피해자들은 가장자리로…
이태원 참사 대처 과정에서 두드러진 두 번째 문제점은 피해자 중심주의였다. 이번 참사에선 유독 사고와 피해자를 지칭하는 표현이 많았다. 일부 언론에서는 누군가가 밀어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추측성 기사들이 나오기도 했다. 피해자 사이에서 가해자를 찾으려는 위험한 시도가 이어진 것이다. 참사 후 다섯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피해자들에게 ‘핼러윈에 왜 거기에 있었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피해자 권리보장은 법에도 기재된 사항이다. 그런데 재난과 관련된 법에는 없다. 발제를 맡은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피해자 권리위원회 박성현 활동가는 “헌법에는 피해자의 기본적인 권리들이 기재돼 있지만 재난보호법은 자연재해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서 사회적 참사에 의한 피해자들은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태원 참사 이후 여러 대책이 마련됐지만 있지만 본질적으로 참사를 예방할 수 있는 지원체계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고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모두의 안전을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대단히 잘못한 사람 없지만 피해는 막심, “재난대응 매뉴얼 절실”
전문가들은 위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결국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발제 이후 토론 패널로 참여한 법률사무소 ‘법과치유’ 오지원 변호사는 “누구도 대단한 잘못을 하지 않았지만 담당기관 간 연계가 안 됐고 업무 공백이 생기다 보니 유족들이 사망 시각이 모두 같은 검안서를 받게 됐다”며 “재난 대응을 잘 하는 미국 등은 과거 참사 유형을 가지고 중앙 부처 및 담당자들이 서로 모여서 매뉴얼을 만든다”고 말했다. 또 “추상적인 국가안전기본관리 계획이 아닌 실질적인 피해자 대응을 위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난 시 희생자의 과거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립과학수사원 양경무 법의학부장은 “매뉴얼 없이 유가족들에게 시신이 인도됐고 유족의 질문에 답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게 유가족들의 의문을 키운 것 같다”며 “현재 재난으로 희생자가 많이 발생했을 시 겉모습만 보고 사인, 사망 시각 등을 적어야 하는데 긴급한 상황에서라도 희생자의 과거력을 알 수 있도록 의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난이 발생하면 현장에서 대응하는 정부부처가 유가족과의 소통을 담당하면서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같이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재난 피해자에 대한 의료비 및 간병비 지원 근거 마련, 의료기록 확보를 통한 검시과정 고도화, 소방공무원 심리안정휴가 마련 등 대한민국 재난대응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