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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때 CPR 부정확한 사례 많아" 유럽소생위원회 분석
오상훈 기자
입력 2022/12/15 19:00
15일 유럽소생위원회(ERC)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소생(Resuscitation)’ 최신호에 따르면 슬로베니아 마리보르대의 니노 피야츠코·제리 놀란 교수 등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은 당시 사고 현장이 담긴 10개의 영상물을 분석한 다음 희생자들의 주된 사인이 압박 질식(compression asphyxia)에 따른 ‘저산소 심정지’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파악하는 희생자들의 사인과 대략 일치한다.
연구팀은 또 일반인들이 시행한 심폐소생술과 관련해 세 가지 특징을 제시했다. 이 중 두 가지는 목격자 중 현장에서 바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거나 구호전문가를 도운 게 대부분 청소년이었고, 이 청소년들이 희생자나 구호전문가를 도우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게 보였다는 점이었다.
다만 세 번째 특징은 심폐소생술이 적확하게 실시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연구팀은 “목격자들의 심폐소생술 수준이 최적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며 “압박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이완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즉,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심장에 피가 충분히 들어오지 않아 이완이 덜 된 상태에서 심장을 압박했다는 뜻이다. 이러면 압박의 깊이가 낮아지고 혈액이 뇌까지 미치지 못해 심폐소생술의 효과가 떨어진다.
심폐소생술을 실시할 때 중요한 건 정확한 방법이다. 가슴을 빠르고 강하게 압박해야 하는데 여기서 ‘강하게’란 5~6cm 깊이로 누르는 것을 의미하며 ‘빠르게’는 1분당 100~120회를 뜻한다. 문제는 실전에서 적용할 수 있을 만큼 교육이 부족하다는 것. 실제 지난해 12월, 한국소비자원이 ‘응급처치 교육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고등학교 재학 시기에 응급처치 교육을 받은 대학생 164명 중 약 절반인 92명(56.4%)만이 응급처치 순서를 숙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처치 순서·심폐소생술 방법·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을 모두 숙지해 적절한 응급처치 지식을 갖추었다고 판단되는 학생은 19명(11.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연구팀은 밀집 지역에서 발생하는 압박사고에 의한 치사율을 줄이려면 심폐소생술 교육 때 ▲ 팔은 권투 자세를 취할 것(주먹은 얼굴에, 팔꿈치는 양 가슴 옆에 위치시켜 폐가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라) ▲ 에너지와 산소를 아끼기 위해 비명을 지르지 말 것 ▲ 바닥에 넘어졌을 때는 태아와 같은 자세로 웅크려 주요 장기를 보호할 것 ▲ 군중의 흐름에 따라 움직일 것을 권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