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잘 나가는' 당뇨·비만약, 치매 치료제로 변신 중
신은진 기자
입력 2023/02/21 17:00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치매 효과 검증 위한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
노보노디스크는 자사의 당뇨·비만치료제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의 후속 제품 세마글루타이드를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으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GLP-1 유사체인 세마글루타이드는 강력한 혈당강하 효과와 함께 식욕 억제를 통한 체중 감소 효과가 뛰어난 성분으로, 당뇨 또는 비만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오젬피', '리벨서스', '위고비' 등의 주성분이다. 특히 위고비는 미국 FDA에서 승인받은 비만 환자 체중관리를 위한 최초의 주 1회 GLP-1 계열 비만약으로, 삭센다보다 체중 감량 효능이 높아 미국 등에선 이미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
어떻게 당뇨·비만치료제를 치매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을까? 일단 당뇨·비만과 치매 자체가 연관성이 매우 깊다. 당뇨는 혈관을 망가뜨리고 염증을 유발하는 질환이고, 치매는 염증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는 질환인데, 세마글루타이드는 만성염증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
건국대병원 신경과 한설희 교수는 "미국에서는 알츠하이머 치매를 '제3형 당뇨'라고 할 만큼 당뇨와 치매는 연관성이 큰 질환"이라며, "2형 당뇨가 제대로 치료되지 않으면 틀림없이 치매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40대 초반부터 아밀로이드라는 악성 단백질이 뇌에 쌓이기 시작하고, 서서히 염증을 일으켜 약 30년이 지나면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한다"며, "세마글루타이드는 혈관과 뇌 염증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어 초기 치매 치료제로의 활용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약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약 성분의 혈액-뇌 장벽 투과성도 좋다. 위고비가 삭센다보다 체중감량 효과가 좋은 이유도 세마글루타이드가 리라글루타이드보다 혈액과 뇌 사이의 장벽 통과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고비는 삭센다보다 약 2배 효과가 좋다. 삭센다의 체중감량 효과가 평균 5%, 최대 10%인데 반해 위고비는 평균 10~15%의 체중감량 효과가 있다.
세마글루타이드를 치매약으로 개발하는 임상시험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한국인도 다수 참여한다. 관련 임상시험을 주도하는 한설희 교수는 "올해 5월이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글로벌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이 완료될 예정이다"며, "최종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이미 뇌 신경세포가 염증으로 인한 손상을 입은 다음엔 염증을 없애도 소용이 없다"며, "당뇨 또는 비만으로 인해 수년 내에 알츠하이머 치매가 발병할 위험이 큰 환자에게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는 치료제를 목표로 세마글루타이드 임상시험이 진행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세마글루타이드는 당뇨·비만치료제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 ‘2022 연말 결산서'에 따르면, 오젬피와 리벨서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2% 증가한 약 10조 5089억원(833억 7100만 크로네)을, 위고비는 346% 증가한 약 7800억원(61억 8800만 크로네)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