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도심 속 무인도'… 20대 고독사 절반이 극단적 선택

전종보 기자

[우리, 살자]② 1인 가구의 외로운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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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TV 예능 프로그램 속 혼자 사는 사람의 모습은 즐겁고 행복하다. 연락하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가족도 친구도 있다. 현실도 예능 같으면 좋겠지만, 실제 모든 1인 가구의 삶이 즐겁고 행복하지만은 않다. 고령자나 형편이 어려운 사람, 정신적인 아픔을 겪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홀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외로움·쓸쓸함은 깊어지고, 우울감까지 더해지면 때때로 살아야 하는 이유를 잊기도 한다. 홀로 사는 이들에 대한 관심은 시급한 수준을 넘어섰다.

◇고독사 5~6명 중 1명이 스스로 생 마감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고독사 사망자 수는 2021년 기준 3378명이다. 이 중 17.3%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전년에 비하면 고독사 사망자 수(2020년 3278명)도, 고독사 중 자살이 차지하는 비중(2020년 16.5%)도 소폭 늘었다. 특히 20대는 고독사 중 절반 이상(56.6%)이 극단적 선택에 의한 사망이었으며 30대도 40.2%에 달했다.

일단 국내 1인 가구 수 자체가 늘었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로 인해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가족과 떨어져 오랜 기간 혼자 사는 노인이 증가하면서 극단적 선택의 원인이 되는 우울, 불안과 같은 문제를 겪는 경우 또한 많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보다 1인 가구는 증가한 반면, 사람과 사람 간 연결, 사회·정서적 지지체계가 약해진 점 역시 영향을 미쳤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는 “우리나라는 가족 간 유대관계가 강한 만큼, 사별·이별로 인해 혼자 남은 사람이 느끼는 우울감, 고독감도 상대적으로 큰 편”이라며 “지난 3년의 경우 코로나19로 사람들과 연결이 끊기면서 혼자 사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더욱 어려움을 겪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립된 1인 가구, 치료·예방 접근 어려워
1인 가구는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들에 비해 극단적 선택을 생각할 위험이 높다. 경제적 어려움, 신체·정신질환 등 극단적 선택의 원인이 되는 여러 문제가 닥쳤을 때 이를 털어놓고 의지하거나 알아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외부와 단절한 채 사는 사람일수록 우울증, 불면증, 알코올 중독 등에 취약한 반면, 문제를 스스로 인지하거나 다른 사람에 의해 도움 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 또한 원인이 된다. 전홍진 교수는 “고립된 1인 가구의 삶은 도심 속에서 홀로 무인도에 사는 것과 같다”며 “정상적인 기분이 유지되려면 계속해서 외부 자극이 있어야 하지만, 1인 가구에게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1인 가구의 경우 자살 예방교육을 비롯한 치료적 접근이 어렵다는 것 역시 문제다. 혼자 살아도 학교나 직장에 다니면 위기 신호를 감지할 여지가 있지만,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혼자 사는 고령자나 은퇴한 중년층 등은 직장인, 학생과 달리 제때 예방 교육을 받거나 의료 기관에 연계되기 어렵다”며 “특히 중년층은 방문 치료와 같은 의료 서비스마저 받지 못해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이상 접근이 매우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30년 뒤면 다섯 가구 中 두 가구가 1인… “새로운 접근 고민해야”
국내 1인 가구 비중은 2020년 기준 31.2%다(통계청). 2025년 34.3%, 2030년 35.6%까지 증가하고, 2050년에는 39.6%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30년쯤 지나면 다섯 집 중 두 집은 혼자 사는 집일 것이라는 뜻이다. 1인 가구에 대한 관심이 지금보다 높아져야 하는 이유다. 외로움, 우울, 고립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 쓸쓸한 죽음, 안타까운 선택 역시 늘어날 수 있다. 백종우 교수는 “외로움은 결국 현대인의 숙명”이라며 “이전에 가족들이 했던 일을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의료기관, 사회단체 등 모두가 나서야 할 때다”고 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위기 가구를 조기 발견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부터 마련해야 한다. 기존처럼 도움 요청에 응하는 것이 아닌, 사전에 경고 신호를 감지하거나 예측해 찾아가는 방식이 요구된다.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사람들 중에는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것은 물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1인 가구들이 서로 연결되고 새로운 형태의 가족·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도록 공동체 구성 관련 지원 또한 이뤄져야 한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함께 모여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은 곳이 필요하다. 1인 가구 공동체가 구성되면 복지, 의료 서비스 접근성도 높일 수 있다. 전문가는 공동체 구성·활성화를 위해 지금과 다른 접근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홍진 교수는 “현재도 일부 커뮤니티가 있지만, 프로그램 수가 많지 않고 이마저도 밖에 나가지 않으려는 사람, 도움을 거부하는 사람은 참여하지 못한다”며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셈이다”고 말했다. 이어 “1인 가구의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한 모든 복지는 집 밖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밖으로 나와서 대인관계를 형성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