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경구피임약으로 여성 질환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해림 헬스조선 기자

인터뷰
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 채희동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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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 채희동 회장에 의하면 여성 질환 환자가 의사의 처방을 받아 경구피임약을 복용할 경우 증상이 완화된다.​/사진=헬스조선DB
가임기 여성의 5~10%가 다낭성 난소증후군을, 30~40%가 생리전증후군을 겪는다.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적다. 피임 목적으로 먹는다는 생각이 아직은 더 커서다. 여성 질환을 관리하려 약을 먹어도, 몇 달씩 장기복용하는 건 부담스럽단 인식도 있다. 약의 부작용으로 '혈전(피떡)'이 생기거나 난임이 될까 두려운 것이다. 당뇨 환자가 당뇨병약을 먹듯, 여성 질환 환자가 경구피임약을 복용해도 문제가 없는 걸까? 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 채희동 회장(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피임 외 목적으로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나? 

대학병원에서 경구피임약을 처방받는 환자 대부분은 건강 관리 목적으로 약을 복용한다. 생식샘자극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함으로써 자궁내막을 얇게 유지하는 경구피임약의 작용 기전이 여성 질환 증상을 개선하는 데도 효과적이어서다. 특히 ▲월경곤란증 ▲월경전불쾌장애 ▲다낭성 난소증후군 ▲비정상적 자궁출혈 등을 치료하거나 자궁 건강을 관리할 때 자주 쓰인다. 자궁내막증 수술 전후로 보조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처방되기도 한다.

-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면 여성 질환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나? 

다양한 경구피임약을 복합적으로 복용한 여성들은 약을 복용하지 않은 여성보다 자궁내막암과 난소암 발병 위험이 적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월경량이 과다해 불편함을 겪고 있는 사람이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면 자궁 내막이 얇게 유지돼 월경량이 줄어든다. 경구피임약을 복용한 월경과다증 환자의 약 40~50%, 월경곤란증 환자의 약 70~80%가 증상 완화 효과를 본다.

- 질환 관리 목적으로 경구피임약을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전문의를 만나 본인의 몸 상태부터 진단해야 한다. 복용하는 경구피임약의 종류와 복용 기간이 사람마다 달라서다. ​약을 복용했을 때 간혹 ▲체중 증가 ▲부기 ▲두통 등 증상을 경험할 수 있지만, 의사와 상의해 복용하는 약의 종류를 바꾸거나 하는 식으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60년대에 1세대 경구피임약이 처음 개발된 후,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효과는 극대화하려는 노력 끝에 나온 게 지금의 4세대 피임약이다. 본인 몸에 맞는 경구피임약 복용법을 충분히 찾을 수 있는 시대다. 정맥혈전증이나 이상지질혈증이 있는 탓에 경구피임약 복용이 부담스럽다면, 자궁내장치(루프)를 삽입해 호르몬을 직접 조절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유방암 환자는 호르몬 치료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경구피임약을 먹으면 안 된다. 자궁내장치 시술을 받을 때도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

- 경구피임약을 복용한 후 혈전이 생길 위험은 없나? 


 ‘정맥혈전증’은 가장 잘 알려진 경구피임약의 부작용 중 하나다. 악명이 무색하게도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다. 4~5년에 한 번꼴로 드물게 생긴다. 경구피임약 탓에 혈전이 생길 가능성이 임신으로 인해 혈전이 생길 가능성보다 훨씬 낮으므로, 적극 활용하는 게 이득이다. 다만, ▲비만 ▲고령 ▲흡연자 ▲기타 혈전이 생기기 쉬운 질환 병력 등 조건에 하나라도 해당하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경구피임약 복용 후 혈전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복용 전에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 경구피임약을 오래 복용하면 난임 위험이 커지진 않나? 

경구피임약 복용을 중단하면 가임력이 바로 회복된다. 오랜 기간 약을 먹은 사람은 약을 끊어도 몇 달 정도는 월경을 시작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90%는 3개월 내로 월경이 재개된다. 다낭성 난소증후군이나 자궁내막증 등 난임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을 관리하려 피임약을 먹다 끊으면, 기저 질환 탓인 난임을 피임약 복용 탓인 양 오해할 수 있다. 이런 환자들은 증상 완화 목적으로 복용하던 경구피임약을 끊은 후에도 난임을 해결할 수 있는 보조적인 치료를 받곤 한다.

실제로 내 환자 중 한 명은 고등학생 때부터 경구피임약으로 다낭성 난소증후군을 관리하다가, 결혼 자녀 계획이 생겨 피임약 대신 배란을 돕는 약을 처방받고 임신에 성공했다. 첫 아이를 출산한 후 다시 경구피임약으로 월경 주기를 조절하다, 둘째 역시 같은 방법으로 건강하게 낳았다. ▲월경곤란증 ▲월경전불쾌장애 ▲다낭성 난소증후군 ▲비정상적 자궁출혈 등이 있는 환자라면 경구피임약으로 꾸준히 치료하며 건강을 관리하는 게 추후 원활하게 임신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 경구피임약을 건강 관리 목적으로 복용한단 인식이 아직은 부족한 듯한데…

피임 외 건강 관리 목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이 느는 추세지만, 경구피임약엔 여전히 ‘피임 목적’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여성 질환을 예방하거나 월경 곤란증 증상을 완화하려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다가도 주변 시선을 의식해 약 먹기를 그만두곤 한다. 그러나 미국에선 가임기 여성의 약 25%가 피임과 건강관리 목적으로 경구피임약을 복용한다. 대한민국 가임기 여성의 약 2.5%만이 이 약을 활용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여성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경구피임약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돼야 할 때다.

- 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는 피임약에 관한 편견을 바로잡으려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경구피임약을 둘러싼 편견을 바로잡는 것은 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의 존재 이유 중 하나다. 우선 경구피임약 활용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보건교사를 비롯한 현장 의료진을 대상으로 경구피임약의 다양한 쓰임새와 올바른 활용법을 강연 중이다. 최근 몇 년간은 코로나 19 상황에서 경구피임약을 처방할 때 참고할 수 있는 ‘COVID-19 임상권고안’을 마련해 대한산부인과학회 학술지에 소개하고 의료현장에 배포하기도 했다. 경구피임약에 관한 국내 인식은 앞으로도 더욱 개선돼야 한다. 학회 역시 경구피임약 사용 가이드라인을 소책자로 발간·배포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홍보와 교육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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