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잘난 체 혹은 자기애… '자존감' 높은 게 좋은 걸까?
이해림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6/09 07:30
자존감이 높은 사람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있다. 하나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자기애가 지넘치다 못해 잘난 체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존감은 ‘양날의 검’ 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신 연구에 의하면 자존감이 높아서 나쁠 건 없어 보인다.
미국 캘리포니아대와 스위스 베른대 합동 연구진에 따르면, 높은 자존감은 삶의 여러 측면에서 이롭다.
연구진은 삶의 다양한 측면을 ▲대인 관계 ▲학업 및 직업 ▲정신 건강 ▲신체 건강 ▲반사회적 행동 등으로 세분화한 후, 각각의 영역과 자존감 간 상관관계를 살폈다. 자존감에 대한 수많은 선행 연구의 데이터를 한데 모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 높은 자존감은 인생 전반에 이롭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대인관계가 만족스럽고, 학교 및 직장생활이 원활했으며, 몸과 마음도 건강했다. 대인관계가 좋으니 주변에서 받는 정서적·물질적 지지가 많아, 도전한 일에 실패하더라도 충격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연령대에서 이러한 상관관계가 발견됐다. 나르시시즘이나 자기효능감 등 다른 변인을 통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자존감이 ‘독’이 된다는 편견은 자존감과 나르시시즘을 구분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둘 다 자신을 높게 평가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 둘은 엄밀히 다르다. 자존감이 높다고 해서 자아 도취한 사람처럼 자기중심적이고 오만하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또 자존감이 높은 사람과 달리 나르시시스트는 반사회적 행동을 많이 한다고 알려졌다. 나르시시즘도 있고 자존감도 높은 사람에게서 높은 자존감을 제거했더니 긍정적인 효과가 모두 사라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나르시시즘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자존감의 효과였다는 뜻이다.
이 연구는 최근 미국 심리학회 학술지인 ‘아메리칸 사이콜로지스트(American Psychologist)’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