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지치지 않는 완벽주의자가 되려면?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 이해림 헬스조선 인턴기자
입력 2022/04/29 17:35
삶이 내 마음같이 안 되고, 거기서 계속 스트레스를 받으면 지친다. 목표 달성에 실패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 완벽주의자가 번아웃(burn out) 상태에 잘 빠지는 이유다. 높은 성과를 내는 데 도움된다는 완벽주의의 장점은 유지하면서, 번아웃에도 빠지지 않을 방법은 없을까?
◇완벽해지지 못할까 걱정하다 보면 ‘번아웃’
어떻게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을 이끌어나가려 하는 ‘완벽주의’ 성향이 클수록 번아웃에 빠질 위험도 크다. 번아웃이란 ‘업무 스트레스’ ‘불합리한 조직 문화’ ‘실적에 대한 압박’ 등 다양한 이유로 과도한 스트레스가 지속돼 아무 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 상태에 빠지는 것을 일컫는다. ‘임상스포츠심리학 (Clinical Sport Psychology)’ 저널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완벽주의 우려(concerns) 성향이 강한 스포츠선수일수록 번아웃을 잘 겪었다. 논문을 쓴 영국 요크세인트존대와 에섹스대 합동 연구진은 256명의 성인 스포츠선수를 대상으로 ▲완벽에 대한 우려 ▲완벽해지려는 노력(strivings) ▲선수가 인지한 본인의 스트레스 ▲번아웃 정도를 측정했다. 완벽주의자는 높은 목표를 상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 애쓴다. 그 과정에서 본인의 실수를 곱씹으며 자책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까 걱정하기도 한다. 이렇듯 다양한 완벽주의의 특성은 크게 ‘완벽에 대한 우려’와 ‘완벽해지려는 노력’의 두 범주로 분류된다. 연구 결과, ‘완벽에 대한 우려’가 큰 선수는 극심한 스트레스 탓에 번아웃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력에 초점 맞추면 번아웃 예방돼
‘완벽하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번아웃으로 이어지는 것과 달리, 완벽해지려 노력하는 것은 긍정적 결과를 낳기도 한다. 다수의 해외 논문에 따르면 완벽하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사람은 실패를 두려워하고 신경질적이었다. 과거의 실수를 곱씹는 성향이 있어 자기 효능감도 낮았다. 완벽해지려 애쓰는 하는 사람도 신경질적 이긴 매한가지다. 노력이 완벽주의의 긍정적 측면이긴 하나, 완벽주의자의 목표는 지나치게 높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력에 초점을 맞추는 완벽주의자는 바라던 결과를 어떻게든 손에 넣을 가능성이 크다. 자기 효능감 뿐 아니라 성취한 결과의 수준도 높을 수밖에 없다.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해나가면 번아웃을 겪을 위험도 줄어든다. ‘한국형 번아웃 증후군 형성과정 및 대처방안에 관한 근거이론적 접근(박수정)’에 따르면 개인이 직무에 대한 애착을 형성하고 자신의 역할에 몰입하려고 노력하면 번아웃 증후군의 강도가 완화됐다. 이외에 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의지를 불태우는 것도 도움이 됐다. 앞서 언급한 연구에서도 ‘완벽해지려는 노력’은 오히려 번아웃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본인 ‘능력 밖의 일’이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맞닥뜨리면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해진다”며 “이런 스트레스 상태가 누적되면 무기력한 번아웃 상태에 빠진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면 내 앞에 주어진 일을 잘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본인의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곽금주 교수 역시 “삶에서 마주치는 일을 주도적으로 해결해낸다면 스트레스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패가 두려워도 문제를 정면돌파 해야 번아웃을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