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남성용 피임약 곧 나올까… 동물실험서 99% 효과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비호르몬 피임약, 우울증·체중증가 등 부작용 덜어 사람 대상 임상시험서 효과 입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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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남성용 경구 피임약 개발에 다시 한 번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동물 실험에서 99%의 피임효과가 확인된 데 따른 것으로, 향후 인체 대상 실험에서 효과와 함께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이 약은 남성호르몬을 표적으로 하는 기존 약들과 달리 비호르몬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어 더욱 관심을 모은다.

◇美 연구팀이 개발 남성 피임약, 쥐 실험서 99% 효과
최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네소타 대학 군다 게오르그 교수 연구팀은 생쥐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을 통해 자체 개발한 남성용 경구 피임약 ‘YCT529’의 효과·안전성을 확인했다. ‘YCT529’는 ‘레티노산 수용체 알파(RAR-α)’ 단백질의 작용을 차단하도록 설계된 약물로, 비타민A 유도체인 RAR-α는 레티노산과 상호 작용하면서 ▲정자 형성 ▲배아 발달 ▲세포 성장 등에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4주간 수컷 생쥐에 ‘YCT529’을 투여한 결과, 단백질 기능이 차단되면서 생식기능이 저하됐고 정자 수 또한 감소했다. 피임 효과는 99%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생쥐는 투여 중단 후 4~6주가 지나 생식기능을 회복했으며 정상적으로 임신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올해 하반기 중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군다 게오르그 교수는 “3분기 또는 4분기까지 미국에서 인체 실험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유어초이스 테라퓨틱스(YourChoice Therapeutics, 미국 피임약 개발회사)와 협력할 것”이라며 “동물 연구에서 효과를 보인 화합물이 인체 시험에서도 효과를 보일지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현재 다른 화합물도 탐색 중이다”고 설명했다.

◇비호르몬 남성 피임약, 새로운 옵션으로 주목
지금까지 개발·사용되고 있는 피임약이나 피임법은 여성용이 대부분이다. 남성의 경우 콘돔 사용과 정관절제술을 통해 피임이 가능하지만, 실패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영구적으로 임신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점이 각각 한계로 지적된다. 정관복원술을 통해 다시 정관을 개통한다고 해도, 수술 비용이 적지 않고 복원 후 임신이 안 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남성용 경구 피임약 개발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 역시 이 같은 이유다. 특히 이 약은 기존에 개발 중인 남성 피임약이 대부분 테스토스테론을 표적으로 하는 것과 달리, 호르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비호르몬 남성 피임약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연구팀은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표적으로 하는 약물의 경우, 체중 증가, 우울증,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 수치 증가와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러한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비호르몬 남성 피임약을 개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효과·부작용 확신 일러… “100% 아니면 여성 임신” 우려도
연구팀이 약 개발에 성공한다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남성 피임법이 추가된다. 다만 현재로써는 계획대로 하반기 임상 진행이 가능할지조차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임상이 진행된다고 해도,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를 보이지 않고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겪을 위험도 남아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비뇨의학과 문두건 교수는 “약에 대한 부작용이 없고, 약을 끊었을 때 정자 질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자연임신이 가능할 정도로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 복용량과 복용량에 따른 피임 가능 여부 등 정확한 사용 기준부터 확인·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약 사용 자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문 교수는 “피임에 대한 기대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약의 피임 성공률이 100%가 아니라면 남성이 아닌 여성이 임신을 하게 된다”며 “정확한 기준 없이 사용될 경우 건강한 성생활에 영향을 줄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 화학학회(American Chemical Society, ACS) 학술회의에서 최근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