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명품백 '오픈런'에 중독됐다면? 정신건강 적신호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 강수연 헬스조선 인턴기자
입력 2022/04/08 07:30
백화점 문이 닫힌 시각, 매장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텐트를 치면서까지 백화점 오픈을 기다리는 이유는 명품을 사기 위해서다. 최근 들어 매장이 오픈하자마자 달려가 제품을 구매하는 이른바 '오픈런'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오픈런에 자주 참여하는 사람이라면 정서 불안에 해당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명품중독, 자기혐오로 이어지기도
오픈런에 중독된 사람들은 과시욕에 사로잡힌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에게 구매행위가 일시적인 만족감은 줄 수 있지만 지속적인 만족감을 줄 순 없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교수는 "구매 후 잠깐의 만족감에 빠지지만 얼마 안 가 금방 시들해져 신제품이 나오면 또 사고 싶은 끝없는 욕구가 생길 것"이라며 "이는 갖고자 하는 제품을 '꼭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오는 왜곡된 사고"라고 말했다.
오픈런 중독으로 일상생활을 저해할 정도의 소비를 반복한다면 정신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내적결핍에서 기인한다. 자신에 대한 평가가 낮기 때문에 명품을 구매해 과시함으로써 그 결핍을 채우고 우월감을 느끼는 것이다. 소유욕과 과시욕이 심해지면 ▲정서적 불안 ▲(원하는 제품을 가지지 못한 데서 오는) 스트레스 ▲자기통제력 저하 ▲자기혐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조서은 교수는 "'명품백이 있어야지 내가 가치 있다'는 왜곡된 생각과 열등감은 과시욕이 심한 경우에 나타난다"고 말했다.
◇일상에 지장 생길 경우 치료 필요
과시욕이나 소유욕이 많은 사람은 자아동질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자아동질적 경향이란 경제 여건을 벗어나 과도한 소비행위를 해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스스로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는 것을 말한다.
물론, 명품과 같은 값비싼 물건을 무조건 구입한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어느 정도 선에서 소비를 멈추는 사람도 있어 객관적인 시선으로 본인 상황을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본인의 경제여건에 맞는 소비인지 확인하기 ▲시간을 두고 그 제품이 정말 필요한 건지 생각하기 ▲일시적인 만족감을 과도하게 추구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는 게 객관적 상황 파악에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과시욕이 많은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조서은 교수는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로 무분별한 소비를 이어간다면 치료적 접근이 이뤄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쇼핑중독은 행동요법과 약물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신용카드를 없애고 체크카드나 현금을 사용하는 등 과소비를 부를 수 있는 습관을 고치는 등의 행동요법으로도 제어가 안 될 경우 약물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