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
인공와우 이식 후 치료가 중요… 매핑·청각재활 훈련 꼭 해야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3/02 09:34
인공와우이식수술
고도난청 즉시 수술해야 청력 회복
건강보험 적용돼 경제적 부담 덜어
수술 후 말하기·말지각 검사 진행
환자 맞춤 소리 자극 강도 조절을
일상생활 속 정전기·MRI 등 주의
학생 권모(17)씨는 귀에 꽂혀있는 기기를 만지며 답했다. 권씨는 고심도 난청 환자로, 24개월 때 귀 신경에 직접 전극으로 소리를 전달하는 인공와우이식술을 받았다. 권씨가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수술과 오랜 훈련의 결과다.
고려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임기정 교수는 인공와우수술 이후 치료의 중요성을 고려해 매년 하루 '인공와우기기 점검의 날'을 개최하고 있다. 이날은 모두 병원에 모여 기계점검, 언어평가와 치료, 매핑(청신경 상태에 맞춰 음파에서 변환되는 전기량을 설정하는 작업) 등을 기본 진료비만 내고 받는다. 임기정 교수는 "청각은 인간이 의료기술로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감각이다"라며 "제때 치료나 수술을 받고, 관리를 잘한다면 큰 불편함 없이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와우, 고심도 난청 환자도 소리 듣게 해
귀는 세상과 개인을 연결하는 창구다. 보청기로도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고심도 난청 환자는 사회와 단절돼 우울증, 인지 장애 발병 위험이 크다. 특히 어릴 때부터 소리와 단절된 선천성 난청 환자는 소리가 안 들려 언어를 익힐 수 없고, 이는 사회성과 지능 발달 저하까지 이어진다. 인공와우는 이런 환자도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는 신통방통한 기기다. 임기정 교수는 "우리 귀는 소리를 들으면 고막과 이소골을 진동시키고, 와우라고도 부르는 달팽이관은 이 진동을 전기로 변환해 대뇌 청각 피질로 전달한다"며 "난청 환자들은 진동을 전기로 잘 변환하지 못해 소리를 못 듣는 것인데, 인공와우를 이식하면 이 기기가 귀 대신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꿔 뇌가 음을 감지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인공와우기기는 귀 안쪽에 들어가는 내부 장치와 귀 바깥에 붙이거나 거는 외부 장치(어음처리기), 두 파트로 구성된다.
고도난청이 의심되는 즉시 치료하면 청력은 물론 의사소통 능력도 회복할 수 있다. 선천적으로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신생아는 생후 12개월 전에 수술을 받아야 청각 기능에 영구적인 결함이 생기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2005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경제적인 부담도 줄었다. 내부 장치는 대다수 영구 사용할 수 있다.
인공와우이식수술을 하면 처음에는 잡음 또는 기계음으로 들린다. 매핑(mapping)과 청각재활 훈련이 따라줘야 한다. 우송대 청각학과 탁평곤 교수는 "사람마다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소리 자극이 다르다"며 "매핑이 정확히 되지 않으면 인공와우 이식 후에도 소리를 듣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어린아이들은 수술 후 1주일마다 한 번 3~4주 매핑을 하면서 적절한 자극 강도를 정한다. 그 후 1개월에 한 번씩 매핑을 하다, 안정되면 6개월~1년에 한 번씩 점검하면 된다. 성인은 2~3번 매핑으로 적정 수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후에는 마찬가지로 불편함이 없다면 정기적인 검진만 받으면 된다.
청각재활 훈련은 말지각검사, 말하기·언어 치료 등 듣고 언어를 구사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키우는 작업이다. 말을 배우지 못한 유소아에게 특히 중요하다. 말을 할 수 있는 성인이라도 기계를 통해 듣는 소리는 이전에 듣던 소리와 다른 형태로 들리기 때문에 청각재활 훈련을 해야 한다. 훈련을 할수록 뇌가 이전의 소리와 새로운 소리를 일치 시켜 3~6개월 이내에 일상 대화를 할 수 있다.
◇일상 속 주의할 점은…
인공와우이식수술은 아무래도 기기를 귀 속에 넣는 것이다 보니 부작용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임기정 교수는 "부작용으로 이식기의 고장, 수술부위의 염증, 안면신경 마비 등이 있을 수는 있으나 매우 드물다"며 "40년 넘게 지속된 비교적 안전한 수술"이라고 말했다. 금속기기이기 때문에 수술 후 일상에서 조심해야 할 점은 있다. 겨울철 폴리에스터, 나일론 등 정전기가 심한 옷을 입는다면 인공와우기기의 회로가 멈출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플라스틱 미끄럼틀, 정전기가 잘 일어나는 카펫, 소파 등을 이용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MRI 촬영도 주의해야 한다. MRI는 거대한 자기장으로 몸 안의 미세한 자기장 변화를 찾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MRI 촬영을 할 때는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전산화단층촬영(CT)은 인공와우기기와 무관하다. 이 외 다른 수술을 받아야 할 때도 전기지혈기 등으로 전류를 이용해 출혈을 막기 때문에 수술 전 의료진과 상의가 필요하다. 임기정 교수는 "인공와우이식술을 받은 어린이는 내이의 기형이 많아 뇌수막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인공와우이식술을 받거나 받을 예정인 어린이는 뇌수막염 예방접종을 권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