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소아 변비, 병 아냐… 아이 믿어주면 저절로 나아" [헬스조선 명의]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소아변비 명의'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연호 교수​

 




잘 먹고 잘 싸는 일은 중요하다. 성장기 아이에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유식을 먹기 시작하면서, 또는 변기 훈련을 시작한 이후 갑자기 변비가 생겨 보호자의 속을 태우는 아이가 많다. 이런저런 방법을 써봐도 변비가 반복되면 부모도 아이도 지친다. 소아 변비를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소아 변비 명의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연호 교수에게 소아 변비 해결법을 들어봤다.

-소아 변비는 아이도 보호자도 괴롭게 한다. 원인이 뭔가?
우선 소아 변비의 발생 시기부터 살펴봐야 한다. 소아 변비 발병시기는 첫 번째가 생후 6개월~돌 사이이고, 두 번째가 변기 훈련 시기이다. 이 시기에 어른, 즉 보호자가 잘못된 행동을 해서 소아 변비가 생긴다.

-어른들이 어떤 잘못을 하는 건가?
어른들이 대변에 대한 나쁜 기억을 심어주는 잘못을 한다. 시기별로 보면, 첫 번째 잘못은 생후 6개월~돌 사이에 발생한다. 이 시기는 아이가 이유식을 먹기 시작하면서 대변이 딱딱해지는 때이다. 그간 모유나 분유를 먹으며 말랑한 대변만 보던 아이가 딱딱한 대변을 보려니 항문이 찢어지게 되면서 아픔을 느낀다. 이는 아이가 태어나서 느끼는 첫 번째 통증이다. 대변을 보는 게 반복되는 과정에서 통증 때문에 아이는 대변을 보는 게 무서워지고, 대변이 나올 때 아픈 것이니 대변을 참는다. 아이의 반응은 단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모는 아이가 대변을 참고, 대변을 볼 때 끙끙거리니 깜짝 놀라서 일단 병원에 데려간다. 이때부터 문제는 시작된다. 아이는 통증이 무서운 것인데 병원에선 아이가 억지로 대변을 보게 한다. 아이 입장에선 피하고 싶은 일을 낯설고 무서운 곳에서 억지로 당하는 것이다. 돌 된 아이에게 이런 감정은 엄청난 트라우마가 되고 아이는 더욱 대변을 보지 않으려 한다.

두 번째 소아 변비 발생시기는 변기 훈련 시기인데, 이때는 어른들이 어설프게 아이의 성장에 개입해서 소아 변비를 악화하는 잘못을 한다. 어른들은 변기 훈련 첫 번째 단계로 기저귀를 뗀다. 기저귀를 떼면 자연스럽게 변기를 이용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인데 아이 입장은 다르다. 갑자기 2년간 대변을 봐 온 곳이 사라지는 것이다. 아이에겐 대변을 볼 곳이 없어지니 대변을 참는 게 당연하다. 기저귀만 떼면 배변 훈련이 되는 줄 아는 어른들이 아이를 곤혹스럽게 하는 것이다.

결국 아이는 대변을 계속 참으려 하는데 주변 어른들은 매일 아이가 대변을 봤는지 확인하려 한다. 아이의 배변 여부에 따라 부모가 기뻐하고 슬퍼하니 이는 아이에겐 트라우마를 만들어 대변 보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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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연호 교수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소아 변비의 원인이 심리적인 문제라는 건가?
그렇다. 어른들은 아이가 대변을 보게 도와주려고 아이의 다리도 벌려주고, 항문도 자극하는 등의 일을 하는데 아이 입장에선 고문이고 트라우마일 뿐이다. 소아 변비는 시간이 지나가면 저절로 좋아지는 현상인데 어른들이 중간에 잘못된 개입을 하면서 만들어낸 잘못된 허상이다. 항문과 대변에 대한 스트레스를 사라지게 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좋아진다. 어른들의 잘못 때문에 아이들이 몇년간 고생을 한다.

-소아 변비는 심각한 질환의 신호가 아닌가?
소아 만성변비를 검색해보면 제일 먼저 뜨는 게 '선천적 거대결장증'이라는 병이다. 이 병은 정말 희귀하고, 어떤 의사가 봐도 병이라는 걸 알 수 있는 병이다. 일반 변비와는 확인히 구분된다.

단지 변을 못 보는 증상이 같다 보니 소아 변비의 연관 정보로 뜨는 것인데, 이런 정보를 보고 우리 아이의 증상과 하나씩 맞춰보다가 '우리 애가 큰 병이구나' 하고 속는 거다.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이면 당하는 건 내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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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변비의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최연호 교수.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그럼 소아 변비는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
소아 변비의 치료 목적을 변을 보게 하는 것에 두면 안 된다. 그건 철저히 어른의 입장이다. 소아 변비 치료는 아이가 항문과 대변에 대해 가진 나쁜 기억을 사라지는 것을 목표로 진행해야 한다. 나쁜 기억을 없애기 위해 변을 묽게 하는 약만 사용하면 된다. 아이는 대변을 볼 때 통증이 없다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면 금세 과거의 통증을 잊는다. 항문과 대변에 대한 나쁜 기억을 없애기 위해 변을 묽게 하는 약을 장기간 쓰고, 어른들이 아이를 자극하지 않으면 된다.

아이에게 대변에 대해 묻지도 말고, 기저귀는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 종종 병원에서 아이의 대변 사진을 찍고, 상태를 기록하라고 하는데 이런 것도 하지 마라.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행동이다.

아이도 인간이라 일주일 이상 변비가 계속되면 결국 대변을 본다. 아이를 믿고 그저 내버려두면 된다. 대변을 못 본다고 해서 무슨 일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병원에 갈 필요가 없는 건가?
일단 병원을 가기는 해야 한다. 소아 변비에도 약 처방은 필요하다. 소아 변비에 사용하는 약은 변을 묽게 만들어 아이가 대변을 볼 때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돕는다. 나쁜 기억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은 좋은 경험을 오랫동안 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약 처방이 필요하다.

-아이가 당장 변비로 힘들어하는데 약만 줘도 되는 건가?
그렇다. 꾸준히, 오랫동안 아이의 항문을 자극하지 말고 약만 복용시키면 된다. 약을 처방대로 먹일 필요도 없다. 식전에, 몇 cc씩, 몇 번에 나눠서 먹이다 보면 아이도 이게 약이라는 걸 안다. 생활의 일부처럼 줘야 한다. 식전, 식후 중 아무 때나 줘도 되고, 한 번에 줘도 된다. 소아 변비에 사용하는 약은 변을 묽게 만들어주는 것이라 내성도 없다.

-약은 언제까지 사용해야 하나?
아이가 대변 보기를 두려워하고, 참는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이다. 만약 변기훈련 과정에서 변비가 발생한 것이라면, 아이가 스스로 변기에 앉아 대변을 볼 때까지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진짜 오래 걸린다. 만만치 않은 과정이다. 두 석 달 안에 끝나지 않고 수년이 걸린다. 아이도 엄마도 상당한 인내가 필요한 일이지만 즐겁게 해야 한다.

소아 변비 치료를 일로 생각하거나 병 치료로 생각하다 보면 더 힘들다.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부모가 되겠단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면, 1년은 쉽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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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소아변비로 병원을 찾은 아이의 엑스레이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치료과정에서 식습관 개선이나 유산균 복용 등이 도움되나?
소아 변비를 낫게 하려면 물을 많이 먹여라, 섬유질이 많은 채소를 먹이라 하는데 소용없다. 우리 어렸을 때를 생각해봐라. 어렸을 때는 채소를 안 먹어도 어른이 되면 없어서 못 먹는다. 다 변해가는 것이다. 저절로 변해갈 것인데 그걸 부모가 못 견뎌서 제어 하고 싶은 것이다.

음식을 바꾸거나 유산균을 복용하는 일이 누군가에겐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사실 큰 의미는 없다. 아이는 그저 뭐라도 잘 먹으면 된다. 소아 변비 치료의 원칙은 나쁜 기억을 없애는 것이다. 외부의 힘을 빌려 해결하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소아 변비를 예방하는 식습관이나 배변훈련은 없는 건가?
소아 변비를 예방하겠다며 그런 걸 하면 안 된다. 아무것도 하지 마라. 아이를 믿어라.

보통 아이가 두세살 정도 되면 배변훈련을 시도하는데 많게는 80%의 정도의 아이가 문제없이 훈련에 성공하고, 20% 정도의 예민한 아이들이 배변훈련 과정에서 부모와 힘겨루기를 하다 소아 변비 같은 문제가 생기는 거다. 우리 아이가 배변을 두려워하는구나 느끼면 그때 부모가 뭔가 하고 싶은 마음을 참아야 한다. 다른 아이들이 하는 걸 보고 배울 때까지 시간을 두고 일이년 동안 지켜봐라. 내 아이의 기준에 맞춰 마음을 달래주는 게 중요하다. 소아 변비를 예방하겠다고 아이에게 뭔가를 하려고 하지 마라.

또한 부모가 예민하고 걱정이 많으면 아이도 영향을 받는다. 그간 예민하게 아이를 제어하는 부모였다면 지금이라도 그만두는 게 옳다.

-아이의 성장발달에 따라 배변훈련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럴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책을 보면 아이가 몇kg 일 때 분유를 몇 cc를 먹이고, 소변은 하루에 몇 번 봐야 한다고 나와있다. 그런데 이는 평균 수치이다. 내 아이는 항상 평균에 있지 않다. 누군가는 왼쪽에, 또 누군가는 오른쪽에 있다. 기준은 내 아이가 되어야 한다. 자꾸 평균만 따르려고 하니까 문제가 생긴다. 평균을 따라가려고 아이에게 강요하면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너무 빠르다고, 느리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이가 다른 성장발육 상태가 다 괜찮고, 나와 소통이 되고, 눈빛이 좋고, 건강하면 아이를 믿어주면 된다. 자꾸 어떤 한 면만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걱정하기 시작하면 다 병으로 보일 수 있으니 매우 주의해야 한다.

아이에게 자기 결정권을 줘야 한다. 특히 먹고, 놀고, 자고 싸는 생리적인 현상은 절대 제어 하면 안 된다. 대소변 보는 걸 부모가 제어하려 하면 아이에게 트라우마가 생겨 문제로 이어지는 것이다. 항문, 대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조짐이 보이면 아이를 믿고 기다려야 한다. 아이를 믿고, 어떻게 아이가 변해가는지를 지켜보면 부모도 자신감이 생기고 아이도 행복해진다.

-아이가 항문, 대변에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걸 알 수 있는 행동이 있나?
정상적인 행동과 반대되는 행동을 한다. 항문과 대변에 트라우마가 있는 소아 변비 아이는 대변이 나오려 할 때 숨는다. 끙끙거리며 다리를 붙이고 도망을 다닌다. 이런 모습이 대변을 보고 싶으면 보는 보통의 아이들과 반대되는 모습이다. 아이의 행동을 빨리 간파해야 한다.

-소아 변비로 고민하는 보호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아이를 키울 때 첫 번째로 생각해야 할 게 부모의 입장을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아이의 입장에서 한 번만 생각해보면, 아이가 뭘 무서워하고, 피하려 하는지 보인다. 자꾸 어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소아 변비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는 훈련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부모가 '나'를 내려놓고 아이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답이 보인다. 훈련하다 보면 저절로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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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연호 교수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최연호 교수는
최연호 교수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현재 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에서 소아소화기영양 분야를 전공하는 교수로써 교육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의학한림원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최 교수는 소아청소년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치료에서 명의로 꼽힌다. 소아기에 생기는 염증 질환인 소아 크론병 치료의 과학적 근거를 규명했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빈혈을 유발한다는 것을 밝혀 미국 소아위장관학 교과서에 게재해 국제적으로도 유명하다. 기능성 장 질환에 기계적인 약물 처방 대신 환경을 바꾸게 하는 휴머니즘 진료로 환자와 가족에게 자신감을 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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