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일반
'이 운동' 꾸준히 하면 고혈압 예방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12/26 08:00
고혈압은 '침묵의 병'으로 불리는 조용한 병이지만, 뇌졸중·심근경색 같은 중증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이런 고혈압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꾸준하게 '빨리 걷기'를 하는 게 도움이 된다.
미국 뉴욕 주립대 버팔로 캠퍼스 연구팀은 70~89세 여성 8만3435명을 대상으로 걷기 운동과 고혈압 발병의 관계를 11년간 추적 관찰했다. 대상자들은 연구 초기 고혈압·심부전·관상동맥질환·뇌졸중 등 병력이 없었지만, 연구 기간 동안 3만8230건의 고혈압 사례가 발생했다.
연구 결과, 걷는 속도가 빠르고 장시간 걸은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고혈압 위험이 11~21% 낮았다. 다만, 걷는 속도가 3.21km/h(2 mph) 이하인 그룹은 걷지 않은 그룹보다 고혈압 발생 위험이 5~8% 컸다. 걷는 속도가 걷는 시간보다 고혈압 발병 또는 예방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빨리 걷기 운동이 고혈압 발병 위험을 낮추는 기전을 밝히지 않았지만, 걷기 운동을 하면 혈압을 높이는 카테콜아민 호르몬이 감소되고, 혈관 내피세포 기능이 활성화돼 혈관 탄성도가 높아지는 등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다. 연구를 주도한 코너 밀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운동으로 건강 효과를 얻으려면 반드시 격렬한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와 같은 운동을 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걷기 운동은 노인 등 모든 연령대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으로, 꾸준히 빨리 걸으면 고혈압 위험을 낮춰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혈관 건강을 위해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성균관대 스포츠과학과 박수현 초빙교수팀이 성인 남성 3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좌식 생활을 하게 했고, 다른 그룹은 같은 시간 동안 좌식 생활을 하면서 1시간에 한 번씩 4분간 자리에서 일어나 제자리걸음을 걷게 했다. 일주일 후 이들의 혈관 기능 변화를 분석한 결과, 제자리걸음을 통해 일시적으로 좌식 차단을 했던 그룹은 혈관의 이완 능력이 8.37%에서 10.11%로 증가했다. 반면 평소처럼 생활했던 그룹은 혈관 기능이 9.65%에서 9.62%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혈관 이완 능력은 혈관이 혈류 변화에 얼마나 잘 반응하는 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혈관의 기능을 대변한다. 혈관 이완 능력 수치가 높을수록 혈관 탄성력이 좋아 혈액순환이 더 쉽게 이뤄진다. 반대로 혈관 이완 능력 수치가 낮아지면, 동맥경화나 고혈압의 위험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