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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가 빠진 뒤 6개월 이후에도 변화가 없다면 지체 없이 치과를 찾는 것이 좋다./이대목동병원 제공

초등학교 5학년생이었던 A양은 앞니가 빠진 지 5년이 지났는데도 영구치가 나오지 않았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는데도 앞니가 빠져있으니 A양은 부끄러워서 매일 손으로 입을 가리고 고개를 숙이고 다녔다. 치과 진단 결과 A양의 앞니에는 과잉치가 두 개 누워있어 치아가 못 나온 것이었다. A양은 과잉치를 빼고 숨겨진 치아를 잡아당기는 교정 등 2년 간 치료를 통해 앞니 영구치가 나오게 됐다.

치아가 턱뼈 안에서 만들어져 잇몸을 뚫고 나오는 과정을 ‘치아 맹출’이라 한다. 개인차가 있지만 큰 어금니는 6~7세, 앞니는 7~8세, 윗 송곳니는 11~12세 경에 맹출된다. 이대목동병원 소아치과 김동현 교수는 “이 시기에 정상적으로 치아가 나지 않는 것이 ‘치아 맹출 장애’인데, 우리나라 아동 10명 중 1명은 치아 맹출 장애를 겪고 있다”며 “치아가 나올 공간이 부족하거나 과잉치, 치아종, 두꺼운 잇몸 등 장애물이 치아가 나오는 것을 막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아이들의 유치가 빠진 뒤 영구치가 나오지 않으면 일단 기다려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치아 맹출 장애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때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대목동병원 구강악안면외과 박정현 교수는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면 인접한 치아 뿌리까지 흡수해 결국 여러 치아가 빠지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이는 심각한 부정교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유치가 빠진 뒤 6개월 이후에도 변화가 없다면 지체 없이 치과를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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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 맹출 장애 사례/이대목동병원 제공

치아 맹출 장애 치료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잇몸 속 매복된 치아에 작은 버튼을 달아 밖으로 끌어당기는 수술법이다. 이때 치아가 내려올 공간을 만들어주고 1~2년 간 치아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교정을 병행해야 한다. 이대목동병원 치과교정과 김민지 교수는 “마치 ‘물에 빠진 치아를 건져내는 것’과 비슷하다”며 “치료 과정 자체가 길고 수술과 교정이 병행되기 때문에 구강악안면외과와 치과교정과, 소아치과 전문의 간의 협진과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치료가 힘들고 기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치아 맹출 장애를 예방하고 이른 시기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아이가 ▲ 넘어져서 유치가 깨진 적 있거나 ▲ 앞니 사이에 틈이 벌어져 있거나 ▲ 유치가 썩어서 신경치료를 한 경험이 있거나 ▲ 치아 관리를 잘 하는데도 자꾸 음식물이 끼고 입 냄새가 나는 경우 치아 맹출 장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치과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 김동현 교수는 “치아가 심하게 썩은 상태로 방치한 경우 염증 때문에 영구치 치배(치아의 씨앗) 위치가 변해 치아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올 수 있으므로 어린 나이부터 구강 건강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