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음료 '빅 사이즈' 대세… 내 '허리 사이즈' 미래는?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1회 섭취량 늘어 비만 위험

▲ 대용량 제품의 경우 스스로 먹는 양을 조절하기 어렵고 식사대용으로 먹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비만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사진 속 제품과 기사는 무관)/사진=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 이후 대용량 과자, 음료 제품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기존 제품들이 간식으로 1~2번 먹을 정도 양이었다면, 최근에는 1주일도 거뜬히 먹을 수 있는 제품들이 계속해서 출시되고 있다. 문제는 1주일 동안 먹을 생각으로 구매한 제품을 며칠 만에 먹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많은 양의 과자, 음료 등을 단기간 반복적으로 먹다보니, 체중 증가와 비만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방심하면 ‘순삭(순간 삭제)’하는 ‘빅 사이즈’ 제품, 마음 놓고 먹어도 될까?

◇코로나19 이후 ‘대대익선’ 대용량 제품 인기
최근 식음료 업계는 ‘대대익선’ ‘거거익선’과 같은 신조어들을 앞세워 대용량 제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다익선(多多益善)’에서 ‘다다’ 대신 ‘대대(大大)’ ‘거거(巨巨)’가 들어간 두 신조어는 ‘크면 클수록 좋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집에 머물며 간식 소비가 늘어난 최근 상황을 반영한 판매 전략으로, 실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대용량 과자와 음료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편의점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작 후 10일 간 주택가 상권의 대용량 스낵과자 매출이 50% 가까이 증가하기도 했다. 외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집에 넉넉히 보관해두고 먹을 수 있는 대용량 제품 구매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먹을 때마다 발생하는 일회용 쓰레기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점 또한 장점으로 작용했다. 식음료 업계 역시 이 같은 점을 고려해 계속해서 새로운 대용량 제품을 준비 중이다.

◇대용량 편해서 좋다? 무분별한 과식, 뇌에서 먹는 양 조절 못해
대용량 제품의 장점은 분명하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기 위해 매번 장을 볼 필요 없이 집에서 쉽게 꺼내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보면 음식을 먹기 위해 감수해온 ‘장을 보는 번거로움’이 사라졌다고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먹고 싶은 음식의 유혹을 떨쳐낼 수 있었던 큰 ‘방어막’이 하나 제거된 셈이다.

편의성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대용량 제품을 마음 놓고 먹어선 안 되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대용량 제품을 구매·섭취할 경우, 적정량을 정해두고 먹기보다 ‘언제 이만큼 먹었나’ 생각될 정도로 섭취량을 조절하지 못하거나, 간식을 식사대용으로 생각해 과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요즘처럼 활동량이 줄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상황에서는 반복적인 대용량 제품 섭취가 체중 증가와 비만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가천대길병원 가정의학과 김경곤 교수는 “보통 음식을 많이 먹으면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면서 ‘충분히 음식을 먹었으니 그만 먹으라’며 섭식행동을 중단시키지만, 한 번에 과도한 양, 특히 과자나 빵에 주로 들어있는 단순당과 기름기를 반복적으로 과다 섭취하면 이 같은 신호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로 인해 이미 많이 먹었음에도 양을 조절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먹게 된다”며 “어렸을 때부터 ‘음식을 남기면 안 된다’는 교육을 받고 자란 한국인들은 음식의 양과 상관없이 한 번 먹기 시작하면 더 많이 먹고 빨리 끝을 보려는 성향이 있어, 대용량 제품을 먹을 경우 자연스럽게 먹는 양과 누적되는 칼로리가 늘고 뇌에서 섭식행동을 중단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1회 섭취량 늘면 비만 위험도↑… 못 참겠다면 조금씩 구매해 먹어야”
대용량 제품 섭취가 곧바로 비만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양을 조절하지 못하고 대용량 제품을 한 번에 많이 먹는 패턴이 반복될 경우, 비만은 물론 전체적인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김경곤 교수는 “아직까지 관련 연구결과는 없으나, 반복적인 대용량 간식 섭취는 비만과 함께 당뇨병, 심혈관질환과 같은 합병증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 충분히 될 수 있다”며 “과도한 간식 섭취 자체가 비만을 비롯한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되는데, 한 번에 먹는 양이 늘 경우 건강에 미치는 영향 또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간식을 즐겨먹는 이들도 이 같은 사실을 모르진 않는다. 그럼에도 매번 간식을 찾을 만큼 간식은 중독성이 강하다. 때문에 전문가는 당장 간식을 끊을 수 없다면 조절하는 노력이라도 해줄 것을 당부한다. 김 교수는 “시중에 판매되는 간식 속 단순당·지방에 중독되는 과정과 술·담배에 중독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신경전달물질 변화가 유사할 만큼, 간식은 중독성이 심하고 또 계속해서 강해지는 양상을 보인다”며 “간식을 아예 구매하지 않는 게 가장 좋지만, 참기 어렵다면 대용량을 사놓고 먹기보다 정말 먹고 싶을 때 직접 가서 작은 용량을 하나씩 구매해 먹는 것을 권하고 싶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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