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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 뗀 수술실 내 CCTV 의무화, 시행은 멀었다?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8월 국회 본회의 상정 사실상 불가능… 당장 법 통과돼도 2년 후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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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법이 복지위에서 의결됐으나 국회 본희의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사진제공=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 CCTV

무자격자 불법 대리수술, 마취환자 성추행 등이 수십 차례 발생했음에도 소속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던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법'(의료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됐다.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법은 언제쯤 시행될 수 있을까?

◇7년 만에 복지위 문턱 넘은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법은 2015년 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후 7년 만에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수십 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와 폐기를 반복하고, 21대 국회에서도 공식적으로 5차례 이상의 복지위 소위를 거친 끝에 처음으로 복지위 전체 회의에서 의결된 것이다.

법안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의무이지만 녹화는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녹화는 되지만 녹음은 불가능하다. 녹음은 환자 또는 보호자, 의사가 모두 동의해야 가능하다. 단, 의사가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조항도 있다.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로는 응급수술, 고위험 수술, 전공의 수련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이 있다.

영상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수술실 내·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아야 하며, 최소 보관기간은 30일 이상이다. 영상 정보 열람·제공은 ▲수사·재판 기관의 요청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조정·중재 절차 개시 이후 환자의 동의를 받아 요청하는 경우 ▲환자와 의료인 모두가 동의하는 경우로 제한된다. 열람비용은 열람 요구자가 부담한다. 촬영 정보를 탐지·누출하거나 훼손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CCTV 설치 등에 필요한 비용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수 있으며, 하위법령 마련 등을 위해 시행일은 법안 공포 후 2년 후다.

◇환영하는 환자단체 vs 반발 여전한 의료계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법이 복지위를 통과했으나, 환자단체와 의료계의 온도 차는 여전하다. 환자단체는 개정안에 법 취지 달성을 막는 독소조항이 있다며 보완을 요구하고 있으나, 의료계는 현장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악법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의료법 개정안의 상임위 통과를 환영하면서도 "복지위 통과 법안에는 한국소비자원에서의 피해구제의 조정절차 개시는 빠져 있고, CCTV 설치 예외 요건 예시에서 일부 조항은 자의적 확대 해석 우려가 커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단체는 법사위에서 논의를 통해 예외조항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수술실 내 CCTV 설치법이 환자 안전의 가치도 지키지 못하는 법이라며, 국회 본회의 통과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현재의 법안을 추진하는 주체들은 정보 유출을 통한 개인권 침해, 감시 환경 하에서의 의료 노동자에 대한 인권 침해, 환자-의사의 불신 조장 등의 민주 사회의 중요한 가치들에 대한 훼손 가능성을 부정함으로써 이 법안에 잠재하는 심각한 위험을 은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협은 "개인의 기본권을 심각히 침해하는 현 법안의 위헌성을 분명히 밝히고 헌법소원을 포함, 법안 실행을 단호히 저지하기 위한 모든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대한병원협회는 "병원계 역시 무자격자의 대리수술 등에 대한 개선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나 수술실 내부 CCTV 촬영에 따른 부작용의 내용과 수준은 매우 심각하다"고 밝혔다. 병협은 "병원계는 수술실 출입구에 CCTV를 의무 설치하고 출입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수술실 내부 CCTV 자율설치 의료기관 명단을 공개해 국민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자율적인 설치 분위기를 확산하는 대안을 피력해왔으나, 의료계에서 우려하며 지적해온 문제점이 충분히 해소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이미 강력한 시위와 정치계 압박을 통해 의사면허 취소 사유를 모든 범죄로 확대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법사위에서 계류시킨 이력이 있다. 올해 2월 의사면허 취소 사유를 강화하는 법안은 여야 합의를 통해 보건복지위를 통과했으나, 법사위에서 야당의 반대로 재심사가 결정된 바 있다. 당시 의협은 제41대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었음에도 모든 후보가 선거 유세를 중단하고 국회를 찾아, 개정안의 부당성을 역설했다.

◇25일 국회 본회의 처리부터 불투명
수술실 내 CCTV 설치법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복지위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25일 국회 본회의 통과의지를 밝히긴 했으나, 의료계의 반발과 별개로 이 법안은 법사위 상정부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법사위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은 일정상 8월 국회 상정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긴급한 사안이라면 무리를 해서라도 법사위에 상정하는 경우가 있긴 하나, 법사위 일정은 23~24일로 당장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 쌓여 있다"고 말했다. 법사위는 24일 최대 쟁점인 언론중재법, 탄소중립법 개정안 심사를 앞두고 여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기존 법사위 안건들부터 처리해야 신규법안도 처리할 수가 있는데 이 법안은 야당과의 협상도 필요해 지금으로선 법사위 상정도 확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8월 법사위 상정이 무산되면, 수술실 내 CCTV 설치법은 9월 정기 국회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올해 9월 정기국회는 여야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열리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정기국회라, 쟁점 법안인 수술실 내 CCTV 법의 순탄한 상정은 어려워 보인다. 야당 관계자는 "국정감사, 내년도 예산안 수립 등 긴급을 요하는 사안들이 있음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만일 9월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된다 해도, 실질적인 수술실 내 CCTV 녹화는 2023년 하반기는 되어야 시작될 수 있다. 복지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원활한 제도시행 준비를 위해 2년의 유예기간을 포함하고 있다. 환자단체 등은 조속한 법 시행을 요구하고 있으나, 야당은 개정안 시행 전 충분한 유예기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시행령에 담아야 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강기윤 의원은 "CCTV 설치비용, 정보유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준비해야 할 사안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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