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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엔 강한데, 유독 맥주에만 잘 취하는 나, 왜?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소소한 건강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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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기는 알코올 때문에 생기기에 얼핏 생각해봐도 취기와 도수는 비례할 것 같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소주보다 맥주, 와인 등 도수가 더 낮은 주종을 마셨을 때 더 잘 취한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왜 그런 걸까?

한양대 구리병원 응급의학과 강보승 교수는 “아세트알데하이드라는 성분이 소주에는 거의 들어있지 않지만, 맥주, 와인 등에는 꽤 함유돼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강보승 교수는 '학교도 병원도 알려주지 않는 술 한 잔의 의학'을 집필한 저자다.

취기를 불러일으키는 핵심에는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있다. 이 성분은 알코올보다 10~30배 더 독성이 강해, 체내에 남아있으면 얼굴을 붉히고 속을 메스껍게 하는 등 숙취를 유발한다. 게다가 알코올 분해 효소(ADH)와 결합해 알코올이 분해되는 것을 막는다. ‘취기’ 다시 말해 ‘혈중알코올농도’가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보통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만들어진다. 술을 마셔 알코올이 간에 도달하면 ADH에 의해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분해된다. 숙취는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다시 아세트알데하이드 분해 효소(ALDH)에 의해 아세트산과 물로 분해돼서야 해소된다. 강보승 교수는 “맥주나 와인은 술 자체에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제법 있어서 처음 마실 때부터 체내로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들어오게 돼 알코올 분해효소능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소주보다 혈중알코올농도가 상승하기 더 쉬운 것”이라고 말했다. 소주는 생산과정에서 정제가 돼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전혀 들어있지 않다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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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종별 알코올 도수와 아세트알데하이드 농도/사진=책 <학교도 병원도 알려주지 않는 술 한 잔의 의학>

물론 사람마다 다른 특성도 작용한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장재영 교수는 “명확하게 논문이나 연구로 밝혀진 건 없다”며 “사람마다 다른 유전적인 특성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도수가 약한 술부터 마시라는 속설이 있는데, 오히려 도수가 약한 맥주나 와인을 마셨을 때 알코올 분해 효소능이 약화될 수 있음으로 맞지 않는 얘기다. 장재영 교수는 “도수가 약한 술부터 마시라는 속설이 근거는 없다”면서도 “아무래도 도수가 센 술을 마시고 약한 술을 마시면 부드럽게 느껴져서 더 많이 마시게 되기 때문에 나온 얘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술을 마셨을 때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라면 취기와 무관하게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분해하는 ALDH가 부족하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분해 효소가 부족해 혈관이 확장되면서 얼굴 등 피부가 붉어지는 것이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체내 남아있으면 위험하다. 안면홍조, 빈맥, 두통, 구토 등의 숙취를 유발할 뿐 아니라 세포와 DNA를 손상시킨다. 국제 암 연구소에서는 아세트알데하이드를 1급 발암물질로 등록하기도 했다. 미국 국립알코올연구소(NIAAA)의 연구에서는 음주 후 얼굴이 붉어지는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식도암 발병률이 붉어지지 않는 사람들보다 6~10배 정도, 대장암 발병률이 6배 정도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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