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수면행동장애, 신경퇴행장애 연관성 높아… 멜라토닌 등 약물 치료 가능

반듯하게 누워서 자도 눈을 뜨면 반대로 누워있는 사람, 자면서 말을 하는 사람, 몸에 멍이 들 정도로 자면서 움직이는 사람 등 잠버릇이 유별난 사람들이 있다. 이를 심한 잠버릇 정도로만 생각할 수도 있으나, 심한 잠버릇은 '렘수면행동장애'로 분류되는 일종의 수면장애다.
렘수면행동장애가 골다공증 환자 등에게 치명적인 골절을 유발하기도 하고, 신경퇴행질환과의 연관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렘수면행동장애는 잠들었을 때만 발생하는 문제다. 치료가 가능할까?
◇심한 잠버릇? 뇌 퇴행 영향 주는 장애
렘수면행동장애(RBD, rapid eye movement sleep behavior disorder)란 렘수면 중 나타나는 사건수면(parasomnia)으로 꿈꾸는 행동이 실제 움직임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렘수면행동장애는 렘수면 중 근육 긴장을 억제하는 교뇌의 신경구조물의 이상으로 나타난다. 유병률은 전체 인구 중 1% 정도로 흔하다.
국제수면질환 기준에 따라 ▲수면 중 소리를 내거나 복합적인 움직임 또는 행동이 ▲렘수면 중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되거나 수면다원검사에서 확인되며 ▲수면다원검사에서 렘수면 중 근육 긴장이 사라지지 않을 때(REM without atonia (RWA)) 렘수면행동장애로 진단한다.
단순히 잠버릇이 심하다고만 취급하기엔 렘수면행동장애는 당사자와 주변인의 건강을 위협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변정익, 신원철 교수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렘수면행동장애는 증상이 약해도 환자나 동침자에게 골절 같은 심각한 외상을 주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가 11.3%나 된다. 또한 환자의 약 73.5%는 치매나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질환으로 발전한다.
◇자고 있어도 치료는 가능
렘수면행동장애는 수면 중에 발생하는 문제라 치료가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효과적인 치료법이 있다. 신체 손상을 방지하는 예방차원의 '행동치료'와 클로나제팜이나 멜라토닌을 사용하는 '약물치료'다.
신원철 교수는 "행동치료는 수면 중 움직임에도 다치지 않는 수면공간을 만드는 일"이라고 밝혔다. 수면공간 주변 뾰족한 가구와 같은 위험한 물건을 치우고, 침대 높이를 낮추거나 요를 깔고 잔다거나, 침상레일을 설치하는 등 안전한 수면환경 조성만으로도 렘수면행동장애로 인한 손상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렘수면행동장애는 항우울제 등 약물로 인해 악화하기도 하므로, 장애유발이 의심되는 약제 사용을 중단하거나 교체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약물치료로는 벤조디아제핀계 향정신성 의약품인 클로나제팜이나 멜라토닌을 사용할 수 있다. 신원철 교수는 "렘수면행동장애에 특화된 약은 없지만, 수면장애 치료에 오랫동안 사용되며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한 클로나제팜과 멜라토닌을 치료에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클로나제팜은 수면과 진정효과가 있어 수면장애에 사용하는 약이다. 수면 중 뇌가 각성하거나 꿈꾸는 것을 방지해 렘수면행동장애에도 효과가 좋다. 멜라토닌의 경우, 왜 렘수면행동장애 개선에 효과가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클로나제팜에 비해 부작용이 적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신원철 교수는 "클로나제팜은 약효 시간(반감기)이 길어 낙상, 인지장애, 수면무호흡증 등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보니 노인에게 사용할 때 특히 주의를 많이 기울여야 하는데, 멜라토닌은 이러한 이상반응이 적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몸의 근육, 척수 등에도 멜라토닌이 있는데 멜라토닌을 복용하면 이것이 활성화돼 수면 중 근육 활동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약물치료는 아직 근거가 제한적으로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나, 그는 렘수면행동장애는 신경퇴행질환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해외 최신연구 등을 볼 때 수면질의 개선은 뇌 퇴행을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기에 체계적인 관찰과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