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 고질병 ‘비만’… 고대인 ‘똥’으로 해결?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실제 치료제로 사용 전망

▲ 고대 인간 대변 샘플에서 비만 등을 치료할 가능성이 있는 미생물 유전정보가 확인됐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만병의 근원인 비만은 현대인의 병이다.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해 먹을 땐 비만이 없었다. 식습관도 고열량으로 바뀌었고, 생활습관도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쪽으로 바뀌면서 생긴 당연한 변화다. 체질도 바뀌었다. 흡수하는 영양소가 달라지니, 입주하고 있는 장 속 미생물 생태계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 조상들 장 속에 살던 유익균 군집은 사라지고, 유해균 군집이 늘었다. 그렇다면, 그 유익균 군집을 다시 넣어주면 되지 않을까? 실제로 최근 고대 인간 대변에서 유익균 군집 정보가 발견됐다.

◇고대 인류 대변 속 미생물, 전분 대사에 유리해
미국 하버드 의대 미생물학과 마샤 C 위보우(Marsha C. Wibowo) 교수팀과 보스턴 조슬린 비만 센터 연구팀은 고대~중세 시대 인간 대변에서 유익균 군집 미생물 정보를 밝혀내 네이처지에 지난 12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고대 인간 장내 미생물 군집을 재구성해 분석하기 위해 멕시코와 미국 남서부에서 발견된 1000~2000년 전 인간 대변 샘플 8개를 구했다. 해당 샘플들은 사막 지역에서 발견됐는데, 건조한 기후 덕분에 보존이 잘 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정보를 분석한 결과, 고대~중세 시대 인간의 것으로 추정되는 미생물 유전정보 181개를 찾아냈고, 그중 61개는 이전에 발견된 적 없는 정보였다.

밝혀진 유전 정보로 비슷한 특정 미생물 균을 찾아내거나 합성 생물학으로 재구성해내면, 실제 치료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에 따르면 고대~중세 시대 미생물 군집은 피지, 마다가스카르, 페루, 탄자니아, 멕시코 마자 후아 원주민 등 도시에서 벗어난 생활을 하는 사람들과 비슷한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복합 탄수화물 대사에 사용되는 유전자를 많이 포함하고 있었는데, 이는 복합당인 비정제 탄수화물을 주식으로 먹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분당서울대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는 “비정제 탄수화물은 섬유질이 많은데, 섬유질은 유익균이 잘 살 수 있도록 한다”며 “산업화 돼 정제 탄수화물이 주식이 되면서 장내 유익균이 멸종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보스턴 조슬린 당뇨병 센터 알렉산더 코스틱(Aleksandar Kostic) 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서 밝힌 미생물 유전정보가 비만 등 만성 질환을 치료하는 데 사용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실제로 대변 미생물 이식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먼저 미생물 유전정보가 일치하는 미생물이 살아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비산업계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장내 미생물 군집을 분석할 계획이다. 이후 특정 미생물을 발견하면 동물 실험을 거쳐 인체 치료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꾸준히 커지고 있는 대변 이식 분야
사실 장내 미생물 균의 다양성을 조정해 비만 등 대사질환을 치료하려는 시도는 활발하게 진행 돼왔다. 먼 과거까지 갈 필요도 없이 마른 사람의 대변을 비만한 사람에게 이식하면 될 것이라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실제로 동물 실험을 통해 마른 쥐의 장내 미생물 균을 비만한 쥐에게 이식했더니 살이 빠졌다. 대변 이식술은 건강한 대변을 정제해 유익균이 응집된 용액으로 만든 뒤, 내시경을 통해 환자의 우측 대장에 골고루 분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럼 왜 아직도 실용화되지 않은 걸까? 왜 고대 균까지 찾고 있는 걸까?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김경오 교수는 “처음에는 대변 이식 관련 해 대사질환 연구가 많았지만, 효과가 확실히 밝혀진 건 없어 한풀 꺾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호 교수는 “같은 시간에 정해진 양의 밥을 먹고 정해진 반경에서 생활하는 실험실 쥐와 달리 사람은 음식, 운동, 스트레스 등 각자 통제가 안 되는 요인으로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 영향을 준다”며 “대장 이식으로 인슐린 저항성, 혈당 지수 등 대사 질환 지표는 나아질 수 있지만, 살까지 빠지려면 여러 번 지속해서 이식해 환경을 크게 바꿔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대 유익균, 실제 치료제로 사용될 전망 밝아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해 특정 유익균만 넣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고대~중세 인간 대변 샘플에서 특정 균을 찾은 이유다. 건강한 대변에는 나쁜 균 5%, 유익균 20~30%, 나머지 공생 세균 등이 있다. 건강하지 않은 장에 대변을 정제해 나온 유익균 군집이 아닌, 특정 유익균만 넣는다면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 좋은 변화를 줄 수 있다. 대변 이식은 수혈보다 까다롭게 이식을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의 상태를 확인하긴 하지만, 미처 정제하지 못한 균이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아예 특정 균을 이용하는 방법이 나왔다. 미국 기업 세레스는 치료력 있는 장내 유익균만 뽑아 만든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 치료제를 구현해냈고, 임상 연구 3상까지 통과했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은 항생제 사용 등으로 장에 심각한 염증을 유발하는 병이다. 이런 방법이 상용화되면 고대 균에서 찾은 미생물도 비만 등 만성 질환 치료제로 사용될 가능성이 커진다.

대변 이식술은 아직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에 한해 시행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비만 등 대사질환을 포함해 다른 질환에도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동호 교수는 "임상 연구에서는 궤양성대장염, 과민성장증후군 등 치료에 쓰이고 있다"며 "해외에선 비만뿐 아니라 자폐증, 당뇨병, 치매, 파킨슨병 등 다양한 질환 치료까지 연구 중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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