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브란스병원과 미국 하버드 의대 공동 연구팀이 모낭 조직의 줄기세포를 이용한 '흰머리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머리카락 색은 모낭 속 멜라닌 줄기세포에 의해 결정된다. 멜라닌 색소를 합성하는 줄기세포의 양이 많을수록 머리색이 짙어진다. 나이가 들수록 멜라닌 줄기세포의 수가 줄어들고 기능이 떨어지면서 백모화(흰머리)가 진행된다. 주로 30~40대에 발생하지만, 유전이나 생활 환경, 스트레스 등으로 10~20대부터 나타나기도 한다.
지금까지 염색 이외에 흰머리 치료법은 없었다. 전 세계적으로 색소줄기세포의 생물학적 역할과 흰머리가 발생하는 기전을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유용한 인체모델은 제시하지 못했다. 이에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이주희·이영인 교수는 피부 생물학 연구의 세계적 석학인 미국 하버드의대 데이비드 피셔 교수팀과 공동으로 인체 모낭 조직을 이용해 백모화 모델을 구축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멜라닌 색소 줄기세포의 조기 분화는 멜라닌 색소 줄기세포를 고갈시키고 이소성 색소 침착을 일으킨다. 이러한 이소성 색소 침착은 멜라닌 색소 줄기세포의 분화를 촉진해 백모화를 유발한다. 연구팀은 이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ex vivo' 모델을 이용해 멜라닌 색소 줄기세포의 색소 침착 및 인간 모낭 내 분화 유전자의 발현을 평가했다.
연구팀은 인체 두피 조직에서 분리된 다수의 모낭에 ▲이온화방사선 ▲과산화수소 ▲노르아드레날린을 포함한 특정 스트레스 신호 매개체를 노출해 모낭 돌출부의 이소성 색소 침착을 측정했다. 그 결과, 급성 스트레스에 노출된 모낭의 돌출부 부분에서 이소성 색소 침착이 유의하게 증가함을 확인했다. 이로써 확인된 백모화 기전은 추후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어 기대를 모은다.
이주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ex vivo 모델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인체 모낭 조직에서 백모화 모델을 구축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백모화 기전 뿐 아니라 다양한 색소성 질환의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실험피부학(Experimental Dermat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