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유독 읽기·쓰기만 어려워하는 아이… 혹시 ‘학습장애’?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4/26 20:00
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A군(9)은 평소 다른 학습 활동엔 문제가 없었지만, 유독 읽기·쓰기 영역에서만 같은 반 친구들보다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다. 학원과 집에서 따로 연습을 해봐도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았고, 친구들과 격차는 계속해서 벌어졌다. 장기간 문제가 지속되며 자신감을 잃고 위축된 A군은 부모와 함께 병원을 찾았고, 검사 결과 전체적인 지능과 시각·청각 등에는 문제가 없으나 읽기·쓰기 영역에서 학습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군처럼 지능·정서적 측면에서 문제가 없음에도 지능 수준에 비해 특정 영역에서 현저한 학습 부진을 보이는 것을 ‘특정학습장애’라고 한다. 보통 초등학교 입학 후 기초학습 기술을 배우는 과정에서 발견하게 된다. 크게 ▲읽기 장애 ▲쓰기 장애 ▲수학 장애로 구분되며, 한 영역에서만 나타날 수 있고 여러 영역에서 함께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유형별 증상에 대해 알아본다.
읽기 장애
‘읽기 장애’는 가장 많이 알려진 학습장애로, 학습장애 아동 중 약 75%가 읽기 장애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읽기 장애가 있을 경우 연령·지능·교육수준에 비해 읽기 능력이 낮다. 이로 인해 학업은 물론, 일상생활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글자와 글자에 해당하는 소리를 연결하지 못하며, 읽는 것이 느리고 글을 읽어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본인이 글을 읽기보다 누군가 읽어주는 글을 듣는 것에 의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독서량 부족으로 이어져 향후 어휘력·독해력 저하와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아이가 입학 전일 경우 글자 자체에 관심이 적거나 자기 이름을 쓰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입학 후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는 익숙한 단어 외에는 잘 읽지 못한다. 특히 받침이 있는 단어를 못 읽고, 받아쓰기를 어려워한다. 학년이 올라가면 글을 읽을 때 낯선 외래어를 생략해버리거나, 조사 등 기능어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쓰기 장애
‘쓰기’는 언어를 이해하고 생각을 표현하는 기술로, 읽기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때문에 쓰기 장애와 읽기 장애를 함께 겪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글의 경우 읽기보다 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더 자주 발견되기도 한다. 쓰기 장애가 있을 경우 단어를 소리 나는 대로 쓰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겹받침·이중모음·음운의 변동이 발생하는 불규칙 단어 등은 정확하게 쓰지 못할 수 있다. 쓰기 장애 아동은 교정되지 않은 철자를 사용하고 글에 문법적 오류가 많아, 아이가 쓴 글을 읽더라도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이외에 악필 수준을 넘어 글씨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쓰는 것도 쓰기 장애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글씨를 너무 크거나 작게 쓰는 등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 경우 ▲낱자 사이 간격이 일정하지 않은 경우 등이 속한다.
수학 장애
수학 장애가 있는 경우, 처음 수학을 배울 때 숫자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또 숫자를 세거나 쓰는 데 어려움을 겪고,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등 사칙 연산기호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학년이 올라가 큰 수의 연산, 또는 분수·소수 연산을 하면 지나치게 속도가 느리거나 자주 틀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산술능력에 어려움을 느끼는 반면 다른 영역에서는 정상적인 지적 기능을 나타낼 수 있다.
학습장애는 치료시기를 놓치면 주의력결핍 행동장애, 품행장애, 우울증 등 여러 질환을 동반하는 것은 물론, 심리적 위축과 함께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고등학교까지 문제가 이어지면 중간에 학업을 포기할 우려도 있다. 따라서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전, 또는 입학 후 의심 증상을 보인다면 최대한 빨리 치료에 임하는 게 좋다. 치료를 위해서는 우선 아이의 학습능력을 정확히 파악한 후, 이에 맞춰 개인 수준별 특수교육을 받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