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근무 때 우울감 증가… "자살 생각 늘어" 연구도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지난 2018년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에서 '주52 시간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수차례 법안을 보완한 끝에 올해 7월부터는 5인~49인 사업장에서도 주52 시간 제도가 시작된다. 왜 52시간이 기준이 된 걸까?
◇ 주52 시간 이상 근무, 얼마나 안 좋기에
야근 등 긴 시간 일을 하다 보면 건강이 상하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단순한 기분이 아니다. 실제로 일을 많이 할수록 우울감이 심해진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연 부연구위원과 김수정 박사가 발표한 '장시간 근로가 근로자의 우울감 수준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주당 근로시간이 53~60시간인 그룹과 61시간 이상 그룹은 주당 근로시간이 35~40시간인 그룹에 비해 우울감 수준을 나타내는 CES-D10 점수가 높았다.
우울점수 분석에서 주 35~40시간 근무한 그룹의 우울점수는 2.25점이었는데 40~52시간 근무한 그룹은 2.37점, 53~60시간 근무 그룹은 2.52점, 61시간 이상 근무 그룹은 2.72점이었다.
박보현 오연재 연구팀이 진행한 2018년 '임금근로자의 근로조건과 우울의 관련성' 연구에서는 남성은 68시간을 초과할 때, 여성에서는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우울 의심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7~2009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이용해 근로시간과 우울증상 간의 관련성을 분석한 2013년 연구에서도 52시간 미만인 근로자에 비해 52~59시간 근로자는 우울발생 확률이 1.19배, 60시간 이상에서는 1.62배로 높았다. 근로시간과 우울증상이 정비례하는 것이다.
제4차, 5차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2015년 연구에서는 60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들이 자살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0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들은 52시간 미만 근로자보다 남자 1.36배, 여자는 1.38배나 자살생각을 많이 했다.
정연 부연구위원은 "국내연구에서도 확인됐지만, 해외 다수 연구에서도 주 48~52시간 이상 근무할 때 근로자의 우울감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주 52시간은 국내외 연구를 종합할 때, 근로자의 정신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으로 도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초과근무자 정신건강 보호방법 "없다"
하지만 주 52시간 이상 근무하면 정신건강이 악화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서 초과근무를 피하기는 어렵다. 불가피한 초과근무가 끊이질 않는 한국사회에서 정신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초과근무를 하는 상황에서 우울감이 가중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정연 부연구위원은 "근로시간과 정신건강은 인과성이 존재한다는 수많은 연구를 볼 때, 초과근무를 하면서 정신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초과근무가 자발적이기보단 각 사업장의 구조상 불가피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 수준에서 정신건강을 위한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설명했다.
정연 부연구위원은 "지금도 사업장에 따라 장시간 근로자들의 정신건강 개선을 위한 방안이 있다고는 하나 지침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결국 구조적 문제이기에 사업장의 선의를 기대하기보단, 구조가 개선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