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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자가 진단키트, '1차 방어막' 될까… 반론 거세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4/06 10:10
방역 당국, 활용 논의 시작… 전문가들 "혼란만 가중"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으면서 4차 대유행이 점쳐지고 있다. 이에 방역 당국은 지난 2일 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 활용 가능성 논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자가진단 키트 도입에 대해 전문가들부터 의견이 분분한 상태라 앞으로의 향방이 빠르게 정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확도가 떨어지는 검사가 주는 파장과 효과를 두고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자가 진단키트는 항원 항체 이용해 진단
지금까지 나온 진단법은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분자진단법(RT-PCR), 배양법, 항원 항체 검사법이다. 이중 자가진단 키트는 항원 항체 검사법 중 신속 항원검사법으로 제작된다. 나머지 두 진단법은 바이러스 자체를 살피는 검사라 연구실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반면, 신속 항원검사법은 바이러스가 아닌 바이러스로 유발된 단백질(항원)을 검출하는 방법이라 비교적 쉽고 간편하다. 키트에 탑재된 항체에 의심 환자의 콧물, 가래 등 비말을 떨어뜨리기만 하면 항원-항체 반응으로 결과를 알 수 있다. 자가진단 키트는 얇은 면봉으로 입안과 콧속을 훑은 뒤 특정 액체에 풀어주고 키트에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0~15분이면 검사 결과가 나오는데, 임신테스트기와 비슷하게 두 줄이면 양성으로 판명이 난다.
문제는 양성을 판정해낼 수 있는 민감도가 상당히 낮다는 것에 있다. 진단검사의학회 코로나19 대응 TF 팀장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이혁민 교수는 “유전자 증폭 과정 없이도 바이러스를 검출해낼 수 있는 하한도인 LOD(Limit of Detection)를 비교해보면, 신속 PCR 진단기기인 진엑스퍼트(GeneXpert)는 1cc 검체에 5400개 바이러스가 있으면 양성 검출이 가능하다”면서 “신속 항원 검사는 적어도 바이러스 200만개는 있어야 양성 검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잘못된 검사가 주는 파장 간과하면 안 돼
진단키트 도입을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잘못된 검사 결과로 생길 수 있는 혼란을 우려한다. 이혁민 교수는 “잘못된 검사가 주는 영향을 간과하면 안 된다”며 “지난해 미국 백악관 출입에 자가 진단키트를 썼다가 백악관 전체가 마비가 왔었는데, 그게 백악관이 아닌 전체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연구에서는 진단키트 민감도를 약 90%까지로 보기도 한다. 이에 이혁민 교수는 “확실한 증상이 발현된 지 5일 이내에 검사했을 때만 그 정도 민감도를 가지게 되며, 무증상자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했을 땐 바이러스 배출량이 적기 때문에 41.5% 정도로 봐야 한다”며 “2명 중 1명을 놓치는 건데, 위양성이 나오면 경각심이 떨어져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단키트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펼치는 전문가들은 진단키트 검사 빈도를 높이면 정확도가 높아진다는 주장에 대해 회의적이다.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는 “신속 항원 검사 자체가 민감도가 떨어지고, 균이 많을 때와 적을 때가 임의적이기 때문에 반복이 크게 의미가 없다”며 “반복해서 하는 것보다 한번 RT-PCR 검사를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진단 검사를 많이 하는 게 확진자 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이혁민 교수는 “영국은 인구 1000만명 아래 국가를 빼면 전 세계에서 신속 항원 검사를 포함해 진단 검사를 제일 많이 했고, 역학 조사에만 60조원을 썼다”며 “그런데도 많은 확진자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혁민 교수는 “현재 확진자 수가 주는 건 많은 사람이 이미 감염됐고, 백신 접종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재훈 교수는 “신속 항원 검사는 PCR 검사 능력이 부족하거나, 대규모 유행이 발생한 국가에서 주로 활용된다”며 “우리나라는 RT-PCR 검사 여력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정확도가 떨어지는 자가 진단키트 도입으로 오히려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1차 방어막 역할로 사용해야
반면 진단키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접근성과 반복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1차 방어막으로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대목동병원 천은미 교수는 “코로나19는 감염자의 40%가 무증상이고, 증상 이전에 감염시키는 비율까지 포함하면 60%가 무증상 상태에서 타인을 감염시킨다”며 “무증상자는 PCR 검사를 받으러 가지 않기 때문에 초기 아주 작은 증상이 있어도 검사받을 수 있게 접근성이 좋은 진단키트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진단키트는 일반 의약품이기 때문에 도입된다면 누구든 살 수 있으며, 가격도 RT-PCR 검사보다 저렴한 편이다.
쉬운 접근성이 주는 장점으로 반복성도 있다. 천은미 교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이번에 승인받은 가정용 자가키트 제품은 전부 24~36시간 반드시 2번 검사를 받게 돼 있다”며 “이렇게 반복성 검사가 보장된 키트로 유흥업소 입장 때마다, 초기 아주 작은 증상이 보일 때마다 등 여러 번 검사하게 되면 조기 선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처방전 없이도 약국과 식료품점에서 살 수 있는 자가진단 키트 제품 2가지를 승인했다.
자가진단 키트를 호의적으로 보는 시각엔 자가 진단키트가 검사의 전부가 아닌 1차 방어막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천은미 교수는 “잘못된 검사 결과로 혼란이 유발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당연히 개인위생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라며 “자가 진단키트로 음성이 떴어도 당연히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고, 이게 지켜진다면 혼란이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자가 진단키트, 보조적 수단으로도 도입되려면 시간 걸려
방역 당국은 정확성을 높인 진단키트 개발 후 보조적 수단으로 도입을 고려할 것이라는 입장을 지난 5일 밝혔다. 도입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자가진단키트의 한계를 알고서 적절하게,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승인을 위한 임상시험 등을 신속하게 진행하되 정확성이 담보되는 자가 진단키트를 개발할 수 있게끔 정부에서 지원하겠다"고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을 통해 말했다.
당장 진단키트 업체가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해도 식품의약처 정식 허가를 받는 데는 최대 80일이 소요된다. 자료 보완이 필요하면 이 기간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정확한 자가 진단키트 개발에 드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도입이 현실화되기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