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고용량 스테로이드 복용, ‘당뇨병’ 유발할 수도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3/30 10:07
스테로이드(steroid)를 처방받고 있다면, 혈당 관리가 필요하다. 스테로이드는 혈당 상승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 약물이다. 하지만, 다양한 질환의 치료에 폭넓게 사용되기 때문에 환자도 의사도 모르게 처방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전 당뇨와 당뇨병 환자는 물론 위험하고, 혈당 범위가 정상인 사람이라도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주입할 경우 당뇨병까지 유발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스테로이드 복용, 혈당 상승 시켜
당뇨병 환자는 스테로이드 사용을 주의해야 한다. 처방되는 스테로이드는 보통 콩팥 위에 위치한 부신 겉질에서 만들어지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corticosteroid)’다. 코스티코스테로이드는 인체가 받는 스트레스를 조절하는데, 단백질과 지방을 분해하고 포도당을 새로 만들어내 혈당을 높이면서 몸이 스트레스에 저항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가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하면 혈당 조절이 어려워진다. 당뇨병 환자는 불가피하게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아야 한다면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야 한다.
혈당 범위가 정상이라면, 저용량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는 건 괜찮다. 하지만 고용량 사용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병준 교수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스테로이드제는 5mL다”며 “항암치료나 관절 주사 등 일부 질환을 치료할 때 몇 배에서 10배 가까이를 단기간 내에 사용하게 되는데, 당뇨병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테로이드 유발 당뇨병은 스테로이드 용량을 줄이거나 끊으면 보통 회복된다. 일부는 지속적인 당뇨병을 보이기도 해,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스테로이드가 혈당을 높이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다. 혈당을 높이는 작용이 복합적으로 이뤄진다고만 보고되고 있다. 스테로이드는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키고, 간에서 당 생성을 높이고, 췌장 베타세포에서 인슐린이 분비되거나 만들어지는 것 자체를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이며,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한다.
◇스테로이드 사용 질환은…
스테로이드는 빠르고 확실하게 효과를 내기 때문에 여러 질환의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어떤 질환에 스테로이드가 사용되는지 미리 알아두는 게 좋다. 스테로이드는 항염증·항알레르기 치료에 주로 사용된다. 주로 사용되는 질환은 ▲관절염 ▲허리통증 ▲근육통 ▲중증의 알레르기성 피부 질환 ▲염증성 피부 질환 ▲기관지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포도막염 ▲알레르기성 결막염 등이다.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김규리 교수는 “항암 치료, 관절 주사, 췌장암·담도암 수술을 앞두고 있을 때 특히 고용량 스테로이드 약제를 복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스테로이드 투여 방법에 따라 혈당 상승 지속 시간 달라
스테로이드로 인한 혈당 상승은 어떻게 투여하느냐에 따라 지속 시간이 달라진다. 경구용 스테로이드는 복용 중지 후 48시간 안에 혈당 급등이 사라진다. 정맥용 스테로이드를 주사했을 땐, 즉시 체내로 흡수되며 지속 효과는 8~54시간이다. 근육, 관절에 스테로이드를 주사한 경우, 흡수가 더 느리고 효과는 4~5주 동안 지속할 수 있다.
혈당이 높아지면 소변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자꾸 목이 마를 수 있다. 심한 고혈당이면 구토 증상, 메스꺼움 등이 나타난다. 악화하면 실신할 수도 있다. 스테로이드제를 맞고 해당 증상이 나타난다면 급격하게 혈당이 올라 부작용이 나타난 것일 수 있으므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혈당 상승 정도에 따라 처방 달라
스테로이드 복용을 끊거나 줄인 후에는 식이요법을 지키면서 꾸준히 운동하는 등 집중적인 자가 관리 노력이 필요하다. 김병준 교수는 “고용량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한 환자라면 운동이나 식이요법이 어려운 사람이 많다”며 “단기간 고용량 스테로이드로 혈당이 올라갔다면, 인슐린 단기간 치료를 하는 게 원칙이다”고 말했다.
치료는 혈당이 오르는 정도에 따라서 달라진다.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병준 교수는 “식후 혈당만 오르면 혈당강하제 등 약제로 조절이 가능하고, 공복 혈당까지 올랐다면 인슐린 치료를 해야 한다”며 “스테로이드제는 빨리 혈당을 높이는데, 당뇨병약은 천천히 혈당을 낮추기 때문에 환자의 혈당 상승 상황에 따라 처방이 달라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