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
젊은 의사 사망케한 '뇌출혈'… 응급처치법 꼭 알아두세요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3/12 05:00
기도 확보·구토물 제거가 핵심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최석근 교수에게는 눈물나는 기억이 있다. 신경외과 레지던트를 할 때 이제 막 전문의를 딴 친구가 뇌출혈로 유명을 달리했다. 그 친구는 뇌를 싸고 있는 지주막 아래 큰 혈관에 출혈(뇌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하면서 구토를 하게 됐는데, 그 구토물이 기도를 막아서 저산소증으로 결국 뇌사에 빠졌다. 당시 영상 검사 소견으로는 뇌출혈이 크지 않아 더욱 안타까운 사례였다.
젊은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뇌출혈은 뇌졸중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뇌경색보다 빈도는 낮지만 더 심각하고 급작스러운 증상을 보이며, 최종 예후도 불량한 경우가 많다. 되도록 빠른 시간 내에 응급실을 방문해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 젊은 의사 사례에서 보듯 응급 처치가 중요한데, 심장마비때 시행하는 심폐소생술과 달리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뇌출혈 응급처치의 핵심은 ‘기도 확보’와 ‘구토물 제거’에 있다.
◇뇌출혈 의심 증상
먼저 의심증상을 알아둬야 한다. 뇌출혈은 터진 혈관, 뇌 부위, 갖고 있는 질병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인 증상으로는 경험해보지 못한 심한 두통, 구역질, 구토, 어지러움 증상이 흔하며, 심한 경우 뇌조직 파괴에 따른 신경학적 증상이나 숨골압박에 의한 의식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신경학적 증상으로는 말이 어눌해지는 현상, 한쪽 팔과 다리의 마비 증상, 안면 마비 증상이 있다. 이런 증상으로 뇌출혈이 의심되는 경우에 되도록 빠른 시간 내에 119를 불러 응급실로 가야 한다.
◇뇌 문제라면 구토… 기도 확보가 관건
구급차가 올 때까지 환자 주변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대한뇌혈관외과학회 총무이사이기도 한 최석근 교수는 "첫째 기도를 확보하고, 둘째 숨을 잘 쉬는지 보고, 셋째 맥박(심장)이 뛰는 지 확인을 해서 심장이 뛰지 않으면 심장 압박을 해야 하지만 뇌출혈의 경우에는 심장이 뛰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뇌출혈 등 뇌 문제라면 뇌압이 올라가기 때문에 환자가 구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뇌출혈로 생명이 위독해서 병원에 오는 경우, 토물에 의한 기도 협착이나 토물이 기도로 흘러가서 발생하는 흡인성 폐렴에 의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 뇌출혈로 구토를 하면 입의 혀가 말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거즈같은 말아서 치아에 물려놓고, 구강 내에 있는 토물을 잘 제거해 숨을 잘 쉬게 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단 산소 공급이 되면 뇌혈관은 수축을 하게 되고 뇌에서 출혈하는 것을 어느 정도 지연해줄 수 있다.
<뇌출혈 의심 시 행동 강령>
첫째, 즉시 119에 전화한다.
둘째, 의식이 없을 때는 목을 뒤로 젖히거나 머리를 옆으로 돌려 기도를 유지하고 목이 조이는 옷이나 넥타이 등을 풀어줘야 한다.
셋째, 구토를 할 때는 바로 눕힌 상태에서 목을 옆으로 돌리고 토물을 손가락을 이용해서 제거해야 한다. 혀가 말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거즈같은 말아서 치아에 물려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뇌출혈 의심 시 삼가야 할 행동>
첫째, 의식이 혼미한 환자에게 우황청심환 같은 약제를 입에 넣어주면 안된다. 경우에 따라 기도를 막아 사망하거나 폐로 들어가 흡인성 폐렴을 일으킬 수 있다.
둘째, 정신을 차리게 하려고 뺨을 때리거나 찬물을 뿌리면 안된다.
셋째, 피를 통하게 한다고 손끝을 따거나 팔다리를 주무르며 시간을 지체하면 안된다.
넷째, 경련이 일어날 경우 목을 꽉 누르면 안된다. 호흡이 억제될 수 있다. 부딪혀 다치지 않도록 눕혀주고 기도를 유지해야 한다.
다섯째, 야간이나 휴일에 뇌졸중이 발생했을 때 인근의 의원이나 종합병원 외래 진료를 보려고 기다리면 안 된다. 뇌혈관 치료가 가능한 병원에 가능한 빨리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