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칼럼

[의학칼럼] 직장 내 괴롭힘, 원인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서현정 삼성공감정신건강의학과 부산센텀클리닉 원장

스트레스가 지속되며 누적… 중요성 간과하지 말아야
다양한 인간상만큼 괴로움의 유형도 다양
회복 탄력성 키우고 전문가 도움 받아야

이미지

서현정 삼성공감정신건강의학과 부산센텀클리닉 원장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2019년 7월 시행되었으나, 여전히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괴로움으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진료실에서도 직장에서 발생한 문제로 인한 심적인 괴로움을 털어놓는 환자가 많아 사연을 듣는 나도 함께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우울, 불안, 불면을 유발하기 때문에 적응장애나 주요우울장애, 공황장애 등의 정신 질환과 관련이 있다. 게다가 회사는 일과를 보내는 공간이므로 일단 괴롭힘이 시작되고 나면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매순간 일정한 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다가 직장에서 크고 작은 사건이 발생하면 일시적으로 높은 강도의 스트레스가 악화되며 점차 누적된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 고통이 증가한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단순한 문제로 볼 수 없는 이유이다.

직장 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간에 괴롭힘 구도가 발생하게 되면 조직화된 회사 분위기가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게 되어 피해자는 내면에서 회사 대 개인의 구도로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할 수 있다. 회사 시스템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만큼 다양한 대인관계에서의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가 느끼는 다양한 가해자들의 양상은 능동적으로 가해하는 주동자, 기울어진 분위기를 감지하고 피해자를 외면하며 몸을 사리는 방관자들, 그리고 피해자를 공감하는 듯하지만 결정적일 때 가해자의 편을 들며 피해자의 멘탈을 뒤흔드는 회유자 등이 있다.

괴롭힘 주동자의 경우 미숙한 의사소통 방식이 두드러지며, 피해자와는 성향이 다른 것이 특징이다. 피해자가 업무지시에 있어 논리적 설명을 선호할 때, 권위적으로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린다든가, 피해자가 사람들과의 유대관계를 중시할 때 사무실 내에서 피해자를 의도적으로 소외시킨다든가 하는 형태이다. 직장 내 괴롭힘을 일으킬 때 주동자는 자신의 취약한 자존감이나 열등감을 들키지 않기 위하여 더욱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행동을 하고, 자신이 상황을 컨트롤한다는 안도감을 느끼기 위해 피해자와 주변 사람들을 이간질한다. 중학교 교실에서 또래들끼리 할 법한 행동을 50대 어른이 딸 뻘인 20대를 상대로 하기도 한다. 그러한 현상은 성숙하지 못한 상태로 주동자가 퇴행하였기 때문에 나타난다.

방관자들은 특별히 악하거나 특별히 선하지 않은 평범한 인간 군상들일 가능성이 높다. 주동자가 되어 피해자에게 적극적인 가해 행위를 할 만큼 특별히 악한 것은 아니나, 나서서 피해자의 편이 되어 줄 만큼 선한 사람들도 아니다. 동조자들 중에는 괴롭힘이 발생하기 전 피해자와의 관계가 비교적 원만했던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피해자로 하여금 배신감과 고립감을 느끼게 하는 원인이 된다.

회유자들은 자신은 합리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본다고 생각하며 ‘좋은 의도로’ 피해자에게 조언한다. 이들은 진심으로 피해자를 위한다고 생각하고 조언을 하기 때문에 피해자를 일부러 기만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합리적인 결론이란 이미 가해자 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내린 것이며 대개는 ‘저항하는 건 시끄러워질 뿐이니 조용히 져줘라’ 등의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행여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거나 회유자의 심기를 거스를 경우 돌변하여 이 모든 상황을 피해자가 초래했다는 듯이 피해자에게 비난을 가하며 멘탈을 뒤흔들 수 있다.

언급되지 않은 다양한 유형의 행동 양상이 다발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피해자의 괴로움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어떤 형태의 괴롭힘이라도 절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떤 유형의 괴롭힘은 피해자를 콕 특정하여 해를 가하려는 악한 의도가 없이도 일어난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형태의 괴롭힘에 대응하기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직장 내 괴롭힘 유형 중 어떤 유형이 가장 스트레스를 유발하는지를 파악하고, 가장 견디기 힘든 한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직장 내에서 괴롭힘을 가하는 자들은 스스로가 하는 행동을 정당화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신이 하는 행동이 괴롭힘이라는 인식을 못하고 있을 수 있다.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투사하여 되려 자신을 화나게 만드는 피해자가 이기적이거나 예민하다며 탓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든 당사자인 자신은 이 상황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피해 사실과 관련한 증거들을 수집해 놓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가해자들이 스스로가 했던 가해 행동에 대한 문제 인식이나 반성하는 마음이 생길 가능성은 낮지만, 적어도 가해자를 위축시켜 앞으로의 문제 행동을 자제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증거 사실을 수집하는 것은 실제 법적 절차를 밟을 때에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의 마음을 보호해주는 중요한 도구이다. 직장 내 괴롭힘이 계속되면 피해자는 점차 위축되게 되며 납득되지 않는 이상한 일이 계속 일어나는 환경 속에서 결국에는 ‘내가 이상한 것인가’ 하는 자아상의 혼란을 경험한다. 이때 피해 상황을 기록하여 둔다면 나중에 기록해둔 증거를 검토함으로써 자아상의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정신건강을 지켜내려면, 직장에서 겪는 크고 작은 사건과 사건 사이에 마음이 회복할 수 있도록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것이 좋다. 가족, 친구들, 종교 등 직장 외부에서 나를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자신이 가진 고유한 강점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충분한 수면과 적절한 운동과 식이를 통해 신체적인 건강을 유지해야 함은 필수다.

이러한 스트레스 해소법으로도 점차 심적인 부담이 계속된다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은 것이다. 마음이 무너지기 전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및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占싼딅뮞鈺곌퀣苑� 占쎌뮆�э옙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