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차광렬 줄기세포상' 수상 마리나 프리츠코바 교수 인터뷰

정소·난소 등 생식기관 인공장기로 제작하는 연구

인간 생식세포 분화 성공 땐 임신·출산 불가능한 환자에
감격의 기회 줄 수 있을 것

이번 수상으로 학계 관심, 연구 지속할 수 있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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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원 제공
최근 생식세포가 손상된 환자들에게 임신과 출산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항암치료로 인해 출산 기회를 잃었던 환자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과 마리나 프리츠코바 교수는 '생식샘 오가노이드 개발 연구'로 제8회 '차광렬 줄기세포상'을 수상했다. 마리나 프리츠코바 교수에게 연구 현황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물었다.

프리츠코바 교수의 중점 분야는 신체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만능줄기세포(PSCs)'다.

―차광렬 줄기세포상을 수상한 소감은?

만능줄기세포를 활용해 사람의 정소·난소와 같은 생식기관을 오가노이드(인공장기)로 제작하는 연구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대부분 줄기세포 연구는 인류의 질병과 약물 실험에 치중되어 있다. 생식과 관련된 연구는 장기적으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도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생식샘 오가노이드 연구도 아직 초기 단계이므로 사람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학계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고, 연구비 지원을 통해 연구를 지속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소외된 기초연구를 장려하고 지원하는 연구기관이 더 많이 생기길 바란다.

―인간 고환 환경을 모방하기 위해 만능줄기세포와 3D배양시스템을 제안했다. 실제에 가까운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현재 실험실에서 재현한 인공 고환 모델은 인간 고환을 완벽하게 구현하지는 못했다. 특징적인 관 형태 구조를 재현하지 못했으며, 정자를 생성하는 능력이 제한적이다. 만능줄기세포를 생식세포로 분화시키는 것은 일종의 도전이다. 앞으로 배아의 생식소에서 세포가 분화하는 과정과, 이후 성인의 고환으로 성숙해 가는 과정을 연구함으로써 사람의 정자를 생성할 수 있는 적절한 미세 환경을 조성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만능줄기세포를 활용한 3D배양시스템 연구를 다른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나?

만능줄기세포는 생물의 개체발생을 연구하는 모든 연구와 관련해 다양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만능줄기세포를 활용한 3D배양시스템은 ▲성 발달 장애 ▲독성학 및 약물 검사 ▲남성과 여성의 생식샘 재생을 위한 연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는 연구 분야다.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과거 단성생식줄기세포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에 큰 영향을 받았다. 이후 한국 과학자들이 발표하는 논문들을 관심있게 보고 있다. 특히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 속도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만능줄기세포와 관련해 진행중인 임상실험들을 유심히 관찰해왔다. 지난 10월 제 76차 미국생식의학회에서 열렸던 'KY Cha Symposium(차광렬 심포지움)' 세션 또한 생식의학 분야의 최신 연구들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앞으로의 연구 계획은?

많은 연구자가 20여 년 동안 생식세포 개발을 위해 수많은 연구를 해왔다. 그러나 인간의 만능줄기세포를 정상적인 생식세포로 분화시키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생쥐와 영장류의 만능줄기세포를 난자와 정자로 분화시키는 연구에서는 희망적인 결과가 발표되고 있지만, 아직 사람의 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는 갈 길이 멀다. 과학자로서 어떻게 하면 만능줄기세포로부터 감수분열 능력을 가진 생식세포를 만들어내고, 정상적인 감수분열 과정을 거쳐 제대로 된 기능을 갖춘 정자·난자로 발달시킬 수 있을지 계속해서 연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