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장내 미생물의 ‘힘’… 치매·뇌질환에 영향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11/16 17:14
스위스 연구팀 “프로바이오틱스, 치매 예방에 도움”
장내 미생물이 전신 건강을 좌우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로 인해 장내 유익균을 보충하기 위한 각종 건강식품들도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최근 장내 미생물 군총은 '치매'와도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미 장내 미생물과 뇌질환과의 연관성을 지적한 여러 보고가 나온 바 있는데, 이번 연구는 구체적으로 '알츠하이머치매'를 유발하는 물질이 장내 미생물과 연관돼 있음을 밝힌 것이다.
장내 유익균 적으면… 치매 유발 물질 쌓인다
스위스 제네바대 연구팀은 65~85세 치매 환자 89명을 대상으로 추적 관찰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통해 이들의 뇌 속 아밀로이드 침착 정도를 측정하고, 혈액 검사를 통해 장내 미생물에 의해 생성되는 특정 단백질을 측정한 후 분석했다. 그 결과, 혈액에 '지질다당류'나 '아세트산' '발레르산' 등 특정 단쇄지방산이 많을수록 아밀로이드 침착이 많았다. 반면 다른 단쇄지방산인 '부틸산'이 많을수록 아밀로이드 침착이 적었다.
지질다당류는 장내 유해균이 만들어내는 염증 물질로 염증, 발열, 혈전 등을 유발한다. 단쇄지방산은 식이섬유가 분해되며 생성되는 물질이다. 대사작용을 원활하게 돕고, 장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단쇄지방산 중에서도 종류에 따라 치매에 도움이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아밀로이드는 알츠하이머치매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로, 뇌에 많이 쌓일수록 인지능력을 저하시킨다.
연구를 주도한 지오바니 프리소니 박사는 "유익한 장내 미생물 군총 유지를 위해 프리바이오틱스 등을 보충하면 잠재적으로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며 "그러나 이를 치매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병 저널(Journal of Alzheimer's Disease)'에 게재됐다.
한편 장내 미생물과 뇌질환과의 연관성을 지적한 연구는 이전에도 있었다.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가 2016~2017년 건망증으로 진료받은 평균 74세 남녀 128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의 대변 속 세균의 DNA를 추출하고 장내 세균총 구성을 분석한 결과, 건망증으로 진료받은 사람의 장 속에는 '박테로이데스'라는 균이 정상인보다 훨씬 적었다.
식이섬유 섭취 늘리고, 기름진 음식 줄여야
건강을 위해 장내 유익균을 늘리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장내 유익균 비율을 높이기 위해 채식과 유산균이 다량 함유된 김치, 된장 등 발효식품을 많이 섭취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발효식품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육류와 채소류를 균형있게 섭취하는 것도 유익균을 늘리는 방법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도 먹어야 한다. 단쇄지방산은 식이섬유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생성되기 때문이다. 또한 식이섬유는 장 속 노폐물과 결합해 대변으로 배출되면서 유익균이 자라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
반면 기름진 음식, 인스턴트 음식, 가공식품 등을 많이 먹거나 항생제를 장기 복용하는 것은 장내 유해균을 증가시키고 유익균은 줄일 수 있으므로 최대한 피해야 한다. 식품만으로 관리하기 힘들다면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 제품을 복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프로바이오틱스의 일일 권장 섭취량은 1억~100억 마리다. 과도하게 섭취하면 소화불량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