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중증 건선 환자도 '완전히 깨끗한 피부'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09/29 08:00
[전문의에게 묻다] 경희대병원 피부과 정기헌 교수
건선 환자들에게 '건선'은 단순한 피부 질환이 아니다. 가렵고 따가운 증상 때문에 괴롭기도 하지만, 정신적 고통과 스트레스는 더욱 심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피부 병변 때문에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공시설 이용, 사회생활, 대인관계 등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다. 이로 인해 건선 환자들은 우울증·불안장애·수면장애 등 발병률이 높고, 일반인보다 극단적 선택 위험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경희대병원 피부과 정기헌 교수에게 건선에 관해 자세히 물어봤다.
Q. 건선은 구체적으로 어떤 질환인가요?
건선은 우리 몸의 면역 불균형으로 인해 발병하는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만성적인 피부 염증 질환을 말합니다. 원인은 한마디로 요약하기 어렵고 면역 이상, 유전적 소인, 환경인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피부 세포가 과다 증식하며 생깁니다. 어느 부위에나 나타날 수 있지만, 팔꿈치나 무릎과 같은 사지의 바깥쪽이나 두피, 엉덩이, 허리 등 부위에 잘 생깁니다. 피부가 붉어지는 '홍반', 하얀 각질이 일어나는 '인설', 두꺼워진 피부가 특징이며, 가려움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국내 유병률은 0.5~1%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며, 서서히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국내 건선 환자 수는 약 16만명 정도이며, 이중 상태가 심각한 '중증 건선' 환자는 20%인 약 3만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Q. 중증 건선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건선 치료에는 약을 바르는 '국소치료법', 자외선을 쪼이는 '광선치료법', 약을 먹는 '전신치료법', 건선 유발 요인의 중요한 단계를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생물학제제 치료법' 등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건선의 상태와 증세에 따라 적절한 치료법을 사용하는데, 대부분 경증 건선은 국소 연고가 일차 치료제로 사용됩니다. 중등도에서 중증 건선의 경우 광선치료나 전신치료제가 사용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에도 충분히 반응하지 않거나, 부작용 등으로 앞선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게는 생물학적 제제가 추천되고 있습니다.
Q. 생물학적 제제에는 무엇이고, 어떤 원리로 작용하나요?
중증 건선 치료에 사용되는 생물학적 제제는 ▲TNF-α억제제 ▲인터루킨(IL)-12/23 억제제 ▲인터루킨(IL)-23 억제제 ▲인터루킨(IL)-17 억제제 등이 있습니다. 여기서 '인터루킨'이란 면역 기능을 수정하거나 조절하는 기능을 하는 물질을 말합니다. 예컨대 'IL-23 억제제'는 건선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사이토카인인 IL-23 내 P19 하위 단위를 억제해 IL-23 경로를 제어함으로써 염증을 완화합니다. 이처럼 생물학적 제제는 발병 원인을 근본적으로 치료한다는 점에서 기존 치료제와 차별점이 있습니다.
Q.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면 어느 정도로 피부 개선이 가능한가요?
기존에는 증상의 약 75% 정도를 개선하는 정도가 목표였지만, 현재는 다양한 생물학적 제제들이 높은 효과를 보이면서 거의 깨끗한 피부로의 개선도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증상이 심한 중증 건선 환자도 치료만 적절히 받으면 원래 본인의 피부를 되찾을 수 있을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는 건선 치료 목표 지침이 없지만, 해외 지침을 살펴보면 건선 치료 목표는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영국 등의 지침에서는 '완전히 깨끗한 피부로의 개선'까지도 최종 목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Q. 생물학적 제제 사용에 부작용은 없나요?
생물학적 제제는 안전하면서도 효과가 뛰어난 치료법이긴 하지만, 완치하는 치료법은 아닙니다. 투약을 중단하면 다시 건선 병변이 악화할 수 있습니다. 생물학적 제제는 종류에 따라 작용하는 기전이 다르므로 이상 반응 또한 약제의 특성과 환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감염이나 종양 발생 가능성에서는 불리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실제 환자들이 느끼는 만족도는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한 환자의 피부 삶의 질 점수(DLQI)를 조사해보았을 때, 사용 전보다 후에 크게 개선된 것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Q. 생물학적 제제는 장기간 투여해야 하나요? 비용상 부담은 없나요?
건선은 완치가 어려운 질환으로, 치료 목표는 심각한 부작용 없이 병변이 현저히 호전될 수 있도록 장기간 재발을 억제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치료법을 선택하든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생물학적 제제는 큰 부작용 없이 장기간 투여가 가능하지만, 효과를 보인다면 지속 투여해야 하므로 비용이 많이 들 수 있습니다. 치료비 부담을 덜기 위한 보험급여, 산정특례, 본인부담상한제 등 제도들이 있으니 고려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Q. 치료비를 일부만 부담하는 '산정특례'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산정특례 인정 기준은 우선 피부과 전문의로부터 '중증 건선'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더불어 3개월간의 전신 약물 요법과 3개월간의 광선 요법을 모두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건선이 ▲체표면적 10% 이상 ▲PASI 10 이상인 경우 혹은 ▲환자의 부작용으로 인해 3개월간의 약물치료나 광선치료를 지속할 수 없는 경우나 ▲약물치료·관선치료를 6개월 이상 받았음에도 체표면적이 ▲체표면적 10% 이상 ▲PASI 10 이상인 경우 등이 인정 기준에 해당합니다.
Q. 다양한 생물학적 제제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요?
현재 다양한 생물학적 제제가 건선 치료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각 제제의 기전이 모두 다르므로 환자의 상태, 기저질환, 복용약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합니다. 생물학적 제제는 잠복 결핵을 활성화할 수 있으므로 투약 전 잠복 결핵 검사도 반드시 받아봐야 합니다. 잠복 결핵이 있다면 예방적 결핵 치료제와 생물학적 제제를 병용합니다. 또한, 심한 심부전을 앓고 있거나 B형 간염 보균자일 경우에는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주사마다 투여 간격도 다르므로 환자 개인의 상황도 고려해야 합니다.
Q. 최근 출시된 '스카이리치'는 기존 치료제 대비 어떤 장점이 있나요?
IL-23 억제제 스카이리치(성분명: 리산키주맙)는 가장 최근 출시된 제품으로, 여러 임상 연구에서 피부 개선 효과 및 효과의 장기간 유지 측면에서 상당히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올해 영국에서 발표한 건선 치료 지침 개정안에 따르면, 치료 3~4개월 후 '거의 깨끗한(PASI 90)' 피부에 도달한 환자 비율은 '리산키주맙'이 74%로 다른 약제와 비교해 가장 높았습니다. 스카이리치의 주요 임상 결과에서도 약 2년간 지속 투여했을 때 '완전히 피부가 깨끗해진(PASI 100)' 환자 비율이 72%에 달했습니다.
투여 횟수가 적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스카이리치는 유지요법 기준으로 매 12주 간격으로 연 4회 투여하면 되는데, 이는 현재 출시된 IL-17i, IL-23i 계열 치료제 중 투여 횟수가 가장 적었습니다. 건선은 주로 20대에 발병해 30~50대까지 사회활동이 활발한 연령대의 환자가 많은 것을 고려하면, 병원 방문 횟수가 적은 것이 큰 장점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Q. 중증 건선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중증 건선은 피부 증상이 심하고, 기존의 경구 약제로 호전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효과가 있더라도 장기간 치료로 인해 약제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해 중간에 치료를 중단하거나 포기하기는 환자분들도 많았는데요. 최근 10년 사이에는 높은 피부 개선 효과를 보이며 장기간 투여해도 안전한 치료제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제 중증 건선 환자라도 치료만 잘 받으면 깨끗한 피부로 개선은 물론 재발까지 최대한 늦출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인 치료 및 관리를 통해 깨끗한 피부를 되찾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