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보일러' 사용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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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춘천시 한 주택에서 소망관 2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8일 소방관 2명이 강원 춘천시 한 주택에 있는 황토방에서 잠들었다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2018년에도 강릉 펜션에 놀러 간 고등학생 4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하는 등 비슷한 사고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유사한 가스 유출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일산화탄소를 흡입하면 왜 사망까지 이르게 되는지 자세히 알아본다.

완전히 타지 않은 숯에서는 나오는 '죽음의 가스'

소방관들을 사망케 한 정확한 원인은 아직 수사 중이다. 다만 일상에서의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는 의도적 흡입을 제외하면 대부분 '화목보일러'로 인해 발생한다. 나무는 완전히 타면 평범한 이산화탄소로 변한다. 그러나 부주의 등 상황으로 인해 숯이 완전히 타지 않으면 일산화탄소라는 유해 가스로 변한다. 과거에는 일반 가정에서도 연탄보일러를 사용해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빈번했다. 최근에는 화목보일러, 아궁이, 벽난로를 사용하는 시골 전원주택이나 펜션에서 주로 발생한다. 황토방에서 유사한 사건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와 밀폐된 공간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더해져서다.

불완전 연소로 만들어진 일산화탄소를 밀폐된 공간에서 흡입하면 인체에 치명적이다. 일산화탄소를 호흡하면 전신에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헤모글로빈'이 산소가 아닌 일산화탄소와 결합한다. 주요 장기는 산소가 공급돼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정상적으로 배달되어야 할 산소가 아닌 일산화탄소까지 배달돼 손상을 일으키는 것.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손창환 교수는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면 모든 장기에 산소 공급이 안 되는 '저산소 허혈증'이 발생한다"며 "특히 뇌에 일산화탄소가 들어가면 뇌 염증을 유발해 후유증까지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산화탄소 후유증은 갑자기 발생하지 않는다. 치료를 받고 퇴원한 후까지 천천히 생기는 경우가 많다. 뇌에 생긴 염증이 이상을 일으키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김기운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치료 2~3주 후 갑자기 멍해지고, 응답이 느려지거나,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질 수 있다"며 "중증도 질식 환자의 1/4 정도는 이런 '지연성 뇌병증'으로 인해 평생 후유증을 갖고 살아간다"고 말했다.

치료 2~3주 후 갑자기 식물인간 될 수도

일산화탄소를 흡입하더라도 곧바로 쓰러지는 등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두통, 어지럼증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의 기체인 탓에 자신도 모르게 노출됐다 의식을 잃고,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김기운 센터장은 "혈중 일산화탄소 결합 헤모글로빈(COHb)의 농도가 50%를 넘었다면 심각한 상태"라며 "60% 이상이 되면 대부분 사망한다"고 말했다.

만약 일산화탄소로 인한 쇼크 증상으로 쓰러진 사람을 발견했다면, 즉시 밖으로 옮겨 산소를 들이마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대한 빨리 구급차를 불러 고압산소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옮기는 것도 중요하다. 손창환 교수는 "고압산소치료를 한다고 해서 생존율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지연성 신경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고압산소치료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압산소치료는 100% 농도의 산소를 들이마시게 해 몸속에 산소를 꽉 채워주는 치료 방법이다. 시설을 갖춘 일부 병원에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화목보일러나 벽난로 등을 사용할 때 각별히 주의한다. 나무를 태운 후에는 숯이 완전히 다 탔는지 확인한다. 웬만하면 취침하기 전 미리 난방한 후 한 번 환기해주는 게 좋다.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캠핑장에서 가스를 이용한 기기를 사용할 때는 과열·소음·이상한 냄새가 나면 즉시 사용을 중단한다. 특히 밀폐된 텐트 안에서는 숯, 번개탄 등을 피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