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 체험자, 스트레스 잘 견디는 힘 증가

사찰 생활 체험(템플스테이)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팀은 템플스테이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연구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게재했다.
연구는 2014~2015년 지리산 대원사 3박 4일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장인 50명을 대상으로 했다. 총 12그룹으로 나눠 33명은 사찰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17명은 같은 장소에서 숙식을 했지만 자유롭게 생활했다.
연구 결과,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대조군보다 일상 스트레스에 잘 견디는 지표 ‘회복탄력성’이 상승했다. 효과는 이 기간에만 잠시 상승한 것이 아니라 3개월 후에도 높게 지속됐다.
연구팀은 회복탄력성 변화가 단순히 심리적 변화인지 뇌의 변화로 인한 것인지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해 기능성 뇌 자기공명영상(fMRI)과 확산텐서 영상(DTI) 연구를 추가로 실시했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대조군보다 ‘디폴트모드 네트워크(휴식을 취할 때만 활성화되는 뇌 부위들의 연합)’의 기능적 연결성이 더욱 강화됐다. 일하지 않을 때 의식이 외부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 향하기 때문에 가장 초기상태라는 의미에서 디폴트모드라고 부른다.
권준수 교수는 “템플스테이가 디폴트모드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은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 뇌에 더욱 깊은 휴식을 선사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가 연구를 통해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전두엽과 두정엽 사이 그리고 뇌의 좌·우반구를 연결해주는 ‘백질다발’ 연결성이 더욱 향상됐음을 밝혀냈다. 인간의 뇌세포가 쇠퇴와 생성을 거듭한다는 뇌 가소성을 지지해주는 사실이다. 신체적 활동도 적은 템플스테이가 짧은 기간만으로도 충분히 뇌를 변화시키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 정신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권준수 교수팀은 그동안 템플스테이의 효과와 메커니즘을 밝힌 연구를 지속해 국제학술지에 연달아 발표했다. 명상이 뇌에 미치는 영향은 세계 연구자들의 관심거리였다. 이번 연구는 서양 주도의 명상 프로그램이 아니라 한국 고유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권준수 교수는 “우리에게 오랜 경험이 있는 명상 분야가 서양의 시선으로 연구가 진행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로 템플스테이는 좌선, 입선, 행선, 와선 같은 다양한 형태의 명상뿐 아니라 예불, 발우공양, 운력, 차담 등 여러 명상·신체·지적활동으로 구성된다.
권준수 교수는 “복잡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시대에 정신건강을 스스로 다스리는 방법으로 템플스테이가 유용하다”며 “향후 회복탄력성을 증가시켜 정신질환의 발병을 예방하거나 새로운 치료법으로서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과학기술분야 기초연구사업의 후원으로 서울대병원과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연구결과 중 뇌의 백질다발 연결성 증가는 ‘마음챙김(Mindfulness)’, 회복탄력성 상승은 ‘정신건강&의학(Psychology Health & Medicine)’, 뇌의 디폴트모드 네트워크 강화는 ‘신경과학프론티어스(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 등의 학술지에 각각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