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병원 따라 2배 이상 차이… 4가 독감백신 가격 왜 다를까?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제품별 독감 예방률엔 차이 없어…
접종비 비급여, 병원 자율에 맡겨 시장 선점 위한 제조사 경쟁 과열

서울시 관악구에 사는 주부 김모(43)씨는 최근 집 근처 내과 의원에서 4가 독감백신(4종류의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백신)을 4만원에 맞았다. 그런데 이웃이 관악구 다른 병원에서 4가 독감백신을 1만7000원에 맞았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몇 천원 차이도 아니고 같은 동네에서 2배가 넘게 비싼 비용을 내고 백신을 맞았다는 사실을 알자 손해본 느낌이 들었다.

4가 독감백신의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소비자들이 혼란을 느끼고 있다. 같은 효과를 가진 백신의 접종 비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일부 병의원들은 독감백신 접종 시기가 되자마자, 저렴한 비용을 내세워 광고·홍보를 하고 있다. 실제 4가 백신 접종 비용이 낮은 병의원은 입소문을 타고 사람이 몰린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효과가 같으면 싸게 맞는 것이 좋지만, 비용 차이가 많이 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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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원·제약사 간에 4가 독감백신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백신 접종 비용의 차이가 커지고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4가 백신 접종 비용의 차이는 왜 나는 것일까?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비용 차이는 백신을 제조하는 제조사, 접종 비용을 책정하는 병원들의 과열 경쟁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순천향대병원 가정의학과 유병욱 교수는 "어떤 제조사가 만들었든 같은 4가 백신이라면 독감 예방률에는 큰 차이가 없다"며 "병원에서는 싸게 백신을 공급받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싸게 접종을 받는 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가에서 무료로 접종해주고 있는 독감백신은 3가 백신(3종류의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이다. 독감백신의 무료 접종 대상자가 지속적으로 확대(12세 이하, 65세 이상)되면서 독감백신 시장이 4가 백신 쪽으로 재편되고 있다. 국가 예방접종용인 3가 백신은 공급 단가가 정해져 있지만, 4가 백신은 민간 시장 영역이다 보니 가격 책정이 자유롭다. 무엇보다 2015년부터 4가 독감백신을 생산·유통하는 회사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제조사들 간에 가격 경쟁이 커지고 있다. 현재 4가 독감백신은 백신을 직접 제조하는 녹십자, SK바이오사이언스, 일양약품, GSK, 사노피 파스퇴르 등 5개사와 백신 원료를 받아 포장·유통하는 동아에스티, 보령바이오파마, LG화학, 한국백신, 보령제약 등 5개 사에서 나온다. 한 백신 제조사 관계자에 따르면 "백신을 직접 제조하는 회사에서는 공급가를 1만5000원 선으로 맞추고 있지만, 원료를 받아 포장을 하는 일부 회사는 1만원 밑으로 가격을 책정, 빨리 병원에 판매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은 매년 바이러스 균주가 달라져 생산한 해에 팔지 못하면 모두 폐기해야 한다.

일부 병의원이 박리다매식 영업 전략을 세워 접종 비용을 크게 낮춘 것도 이유이다. 4가 백신은 비급여 품목이기 때문에 병원 '마음대로' 접종 비용을 정할 수 있다. 한 제조사 영업사원에 따르면 "독감 백신 비용을 저렴하게 책정 해 사람을 모은 뒤 폐렴백신·대상포진 백신 같은 비싼 백신을 추가로 접종하게 하는 전략을 세워 이윤을 내는 병원도 있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정성균 대변인은 "가격을 지나치게 덤핑하는 소수의 병원 때문에 의료 시장이 혼란스럽다"며 "내부 자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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