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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건강]기억을 잃는 여자, 기억을 선물하는 남자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 | 정선유 헬스조선 인턴기자
입력 2018/08/24 16:27
기억상실증은 많은 영화의 모티브다. 2004년 개봉한 ‘첫 키스만 50번째’도 그렇다. 기억 유통기한이 하루밖에 되지 않는 루시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 헨리는 갖은 방법을 동원해 환심을 산다. '첫 키스만 50번째'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고, 2017년 6월에 재개봉 하기도 했다.
◇‘첫 키스만 50번째’ 줄거리
주인공 루시는 1년 전 교통사고로 뇌에 손상을 입는다. 그녀는 사고 이전까지의 기억만 간직한 채, 사고 후에 벌어진 일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그녀의 기억 유통기한은 단 하루다. 그런 그녀를 보고 한눈에 반한 남자 헨리는 그녀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루시는 다음 날 그에 대한 기억이 없어진다. 헨리는 그녀가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의 병을 알게 된 후, 매일 그녀와의 새로운 만남을 계획한다. 동물로 관심을 끌어보려고도 하고 친구를 폭력배로 위장해 자신이 피해자가 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녀에게는 매일 새로운 남자로서 첫 데이트를 만들어간다. 헨리는 루시에게 자신을 기억하게 하는 방법으로 비디오테이프를 선택하고 그는 그 속에 자신의 소개와 일과를 담아 매일 아침 그녀에게 자신을 각인시킨다. 매일 기억을 잃던 여자가 매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 기억을 선물받는다.
◇코르사코프 증후군이란?
영화 속 루시가 앓는 병은 ‘골드필드 증후군’이지만 이는 영화에서 설정한 병으로, 신경학적으로 허구다. 루시가 앓는 병과 비슷한 증상은 ‘코르사코프 증후군’이 있다. 심각한 기억력 장애로, 뇌가 손상되기 전에 일어났던 사건은 기억할 수 있지만, 손상 이후에 접한 새로운 정보는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순행성 기억상실증이다. 건망증후군이라고도 불린다. 가장 큰 원인은 알코올 중독이다. 지속적인 음주가 뇌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를 손상시킨다. 해마가 잠시 마비돼 단기 기억이 저장되지 않고 일시적으로 기억상실증이 생기는 것이다. ‘필름이 끊겼다’라고 말하는데, 이것이 반복되면 해마가 위축돼 영구적인 기억장애 ‘코르사코프 증후군’이 된다. 노인성 치매, 두부외상, 뇌종양 등의 경우에도 나타난다. 이 증후군을 앓으면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고, 시간과 날짜, 방금 지나온 길, 방금 먹은 음식조차 기억 못 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하면 역행성 기억상실증이 일어나 뇌가 손상되기 전의 상황들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코르사코프 증후군을 예방하려면 비타민 B와 티아민 결핍을 막아야 한다. 식품을 통해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 볶은 보리, 땅콩, 돼지고기, 생완두콩 등에 풍부하다. 흰 쌀밥, 흰 밀가루, 흰 설탕 등 고도로 공정된 탄수화물 음식은 멀리해야 좋다. 알코올은 티아민의 흡수를 감소시키고 배설을 증가시키므로 금주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