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편의점 藥, 안심하고 먹어도 되나요?
이기상 헬스조선 기자 | 사진 셔터스톡
입력 2018/01/24 08:00
안전상비의약품
‘안전상비의약품’이란?
안전상비의약품은 약국 외 판매가 허용된 의약품으로, 약국이 문을 닫는 공휴일이나 야간에 의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현재까지는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네 종류 13개 품목의 의약품이 판매 허가가 돼 있다. 최근 여기에 제산제·지사제·항히스타민제·화상연고 등 4개 품목에 추가 논의가 진행 중에 있다.
편의점 약, 안전한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공급량은 2012년 194만 개에서 2016년 1956만 개로 10배 이상 불어났다. 문제는 판매량 증가와 함께 상비의약품 부작용 보고건수도 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부작용 보고건수의 증가가 단순히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와 관련 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편리하다 vs 위험하다
편리하다
안전상비의약품의 최대 장점은 편리하다는 것이다. 소화가 잘 안 된다거나 감기 기운이 있을 때 집 앞 편의점에서 바로 약을 구매할 수 있다. 게다가 약국 문을 닫은 심야시간에 약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안전상비의약품 제도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당초 도입 취지가 약의 성능과 효능이 널리 알려진 의약품을, 환자가 자기 판단하에 구매하도록 제도가 설계된 만큼 위험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위험하다
안전상비의약품은 전문적인 복약지도가 불가능한 편의점주 또는 아르바이트생이 판매하는 만큼 부작용의 위험이 크다. 게다가 현재 판매가 허용된 의약품이나 앞으로 허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의약품의 경우, 제대로 된 복약 지도가 없으면 부작용의 위험이 있을 수 있는 것들이다. 약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평소 복용하는 약물과의 상호작용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정말로 위험한가?
안전상비의약품이 실제로 편의성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인 만큼, 편리성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정말로 편리성을 온전히 누려도 될 만큼 안전한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실제 안전상비의약품 섭취가 문제를 일으키거나 일으킬 만한 소지가 있는지 현재 판매 중인 약물 성분을 중심으로 알아봤다.
진통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편의점에서 파는 진통제에는 아세트아미노펜이라는 성분이 들어간다. 해당 성분은 간 대사효소인 CYP2E1에 의해 대사된다. 문제는 간에서 해독되는 알코올과 만날 때다. 평소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이나, 숙취로 인한 두통을 없애겠다고 해당 성분이 들어간 진통제를 먹게 되면 간 독성작용이 커진다.
종합감기약
카페인, 클로르페니라민, 메틸에페드린, 구아이페네신 성분
카페인은 진통작용을 강화, 클로르페닐아민은 콧물 감기에, 메틸에페드린은 코막힘, 구아이페네신은 가래에 효과적인 성분이다. 종합감기약에는 다양한 성분이 들어가는 만큼 부작용도 다양하다. 특히 복약지도가 필요한 성분은 클로르페니라민이다. 클로르페니라민은 항콜린 작용을 하는 약물인데, 체내 리듬을 조율하는 자율신경계에 작용한다. 이 때문에 전립선 환자는 주의해야 하고, 녹내장 환자는 안압이 올라갈 수 있으며, 천식이나 만성폐질환 환자는 기관지 점액이 끈끈해져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소화제
판크레아틴, 우루소데옥시콜산, 시메티콘, 셀룰라제 성분
편의점에서 팔리는 소화제도 다양한 성분이 들어간다. 소화효소를 늘리는 판크레아틴과 이담제(담즙 분비ㆍ배출 촉진) 역할을 하는 우루소데옥시콜산, 가스를 제거하는 시메티콘,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셀룰라제가 그것이다. 이런 성분도 복약지도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 우르소데옥시콜산은 위염이나 위궤양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산부는 혹시 모를 부작용 위험이 있어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
파스
멘톨, 캄파, 살리실산, 노닐산바닐아미드 성분
멘톨, 캄파는 통증 부위의 자극을 완화하고, 청량감을 준다. 살리실산은 진통 작용을 하며, 노닐산바닐아미드는 후끈한 느낌이 들도록 만든다. 이 중 멘톨과 캄파는 피부 혈관을 확장하는데, 피부 발진이 생기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후끈한 느낌을 주는 노닐산바닐아미드는 화학적 화상이나 빨개짐, 가려움증 등의 부작용이 있다. 해당 파스를 더운 날이나 사우나 후에 붙이면 부작용이 심해지며, 파스 위에 붕대를 감싸는 행위도 금물이다. 한 곳에 장기간 붙이는 것도 약물 성분이 온몸으로 과도하게 흡입돼 위험하다.
편의점 약, 편의성 살리고 안전하게 먹으려면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약이 부작용 보고가 많고, 실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성분이 들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부 품목은 특정 질환이 있는 경우에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는 것들도 있어 사용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하지만 덮어놓고 편의점 약 판매를 금지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편의점에서 팔 수 있는 약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성분의 경우 함량 기준을 엄격히 설정해두고 있다. 따라서 약에 대한 지식이나 포장에 들어간 복용지침만 잘 확인하면, 충분히 편의성과 안전성을 모두 높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진통제의 경우 복용 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복용량을 초과해 먹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진통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므로, 약효가 잘 안 들 때는 다른 원인 질환을 찾는 게 먼저다.
종합감기약도 중복 복용이 문제가 되는 만큼 여기에 대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해당 약물에 들어 있는 일부 성분은 전립선 환자나 녹내장 환자, 천식, 만성폐질환자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소화제에 들어 있는 일부 성분은 위염이나 위궤양을 악화시킨다. 따라서 이런 질환을 앓는 경우에는 복용을 삼간다. 특히 임산부는 해당 약물을 복용하지 않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