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대중교통 출퇴근·서서 회의하는 박 과장… 살찔 틈이 없네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입력 2017/12/12 09:13
[의학자문위원이 쓰는 건강 노트] ② 니트(NEAT) 다이어트
운동 안하고 활동 통해 열량 소비
계단 이용하기·집안일·산책 등 생활 속 움직임 많으면 체중 줄고 사망률·심혈관질환 위험 낮아져
1999년 미국의 유명 병원 메이요 클리닉의 레바인 박사는 똑같은 칼로리의 음식을 먹어도 누구는 살이 찌고 누구는 살이 찌지 않는 현상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뚱뚱하지 않은 16명의 자원자를 모았다. 그들에게 하루 필요한 열량보다 1000㎉(칼로리) 더 높은 식단을 두 달 동안 제공했다. 별다른 운동을 시키지 않았다. 8주 후, 결과는 천차만별이었다. 체중이 가장 적게 증가한 사람은 고작 0.36㎏ 늘었지만, 가장 많이 증가한 사람은 4.23㎏이 늘었다. 체중 증가 폭이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
◇'니트' 양이 살찌고 안 찌고 결정
이 연구에서 체중이 별로 늘지 않은 사람들을 보니 일상 속 움직임이 많아 신진대사율이 높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들은 소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계속해서 앉았다 일어나서 움직이고, 뭔가를 이리저리 옮겼다. 집에서도 청소하고 설거지를 하는 등 부지런을 떨었다.
이런 신체 활동은 운동이 아닌 움직임이다. 칼로리 소비와 연관지어 전문 용어로 '비(非) 운동성 활동에 의한 열 생산'(non-exercise activity thermogenesis)이라고 한다. 영어 약자로 '니트(NEAT)'라고 부른다. 비슷한 직업, 유사한 거주 환경과 식습관 속에서 살이 찌고 안 찌고는 이 '니트'의 양이 결정한다.
◇많이 움직이면 심혈관질환도 줄어
운동을 하면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고 싶지만 그러기 어렵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움직여라. 정기적인 운동을 하더라도 일상 속 활동이 많으면 그 효과는 배가 된다. 움직이는 만큼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이다. 해서, '니트'를 올려야 한다.
니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가만히 앉거나 누워 있는 것 외의 모든 활동이 여기에 속한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버스나 지하철 한두 정거장 정도 일찍 내려 걷기, 청소하기, 설거지하기, 세차하기 등 일상에 무수히 많다. 최근 세계 17개국 13만명 대상 연구에서 이런 '니트' 양이 많을수록 살이 빠질 뿐만 아니라 사망률과 심혈관질환 발생률도 줄어든다는 사실이 밝혀져 저명한 학술지에 실렸다.
니트 연구의 대가 메이요 클리닉의 레바인 박사 연구소에는 러닝머신 위에서 천천히 걸으면서 컴퓨터 작업을 하도록 사무 환경을 바꾸었다. 의자 없는 회의실에서 서서 회의를 한다. 인터뷰나 상담도 복도를 걸어 다니면서 한다.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나 건강을 지키는 신체 기술 '니트'를 당신은 갖고 있다. 니트를 마음껏 올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