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관절질환
밥상 들다가 ‘뜨끔’…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미세골절’이라고?
김진구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7/11/06 07:00
주부 백모(63·여)씨는 얼마 전 밥상을 들다 허리에 뜨끔한 느낌을 받았다. 당장 움직이지 못할 정도도 아니었고 통증도 심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후로도 허리를 굽힐 때 이따금 불편한 느낌을 받긴 했지만,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지냈다. 통증이 심해지면 파스를 붙이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통증은 점차 견딜 수 없이 심해졌고, 백씨는 디스크를 예상하며 병원을 찾았다. 의사가 꺼낸 말은 의외였다. 의사는 피로골절이라고 했다.
골절은 외부의 힘에 의해 뼈가 부러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뼈가 부러졌어도 어긋나지 않거나 살짝 금이 간 정도의 심하지 않은 골절은 흔히 ‘미세골절’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미세골절이라는 진단명은 없다. 대신 ‘피로골절’이라는 용어로 설명된다. 피로골절이란 뼈에 과도한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쌓여 아주 미세한 골절로 나타나는 부상이다. 보통의 골절이 교통사고·추락사고·낙상사고 등으로 일어나는 것과 달리, 일상생활에서 흔히 취하는 동작으로 나타날 수 있다. 백씨처럼 밥상을 들 때를 비롯해 바닥을 짚고 일어설 때, 걷다가 삐끗했을 때, 잘못된 자세를 오래 취할 때 등이다.
문제는 피로골절로 인한 증상이 염좌나 타박상 같은 부상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통증과 붓기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정도에 미세한 차이가 있어, 전문의가 아니라면 알아차리기 힘들다. 골절을 진단하는 가장 흔한 방법인 X-ray로도 발견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피로골절을 입은 대부분의 환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부상 정도를 키우는 경우가 많다.
피로골절과 염좌·타박상을 구분하려면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심해지는지를 살펴야 한다. 대부분의 염좌·타박상은 짧으면 1주, 길어도 2~3주 안에 증상이 호전된다. 그러나 피로골절의 경우 통증과 붓기, 불편한 느낌이 지속되거나 오히려 심해진다. 약을 복용해도 통증이 줄어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때라도 병원을 찾아야 한다. 피로골절은 X-ray가 아닌 골스캔검사, CT, MRI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계속 방치하면 실금이 나있던 뼈가 완전히 어긋나 완전 골절로 악화된다. 해당 부위에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이때는 치료가 어렵다.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김용찬 교수는 “피로골절 상태에서 치료는 최대한 안정을 취하면서 보조기구를 착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비교적 쉽게 치료할 수 있지만, 골절을 방치해 완전골절로 악화되면 완치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피로골절은 뼈가 튼튼한 일반인에게는 흔히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골다공증 환자,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는 환자 등 뼈가 약한 환자라면 피로골절에 주의해야 한다. 작은 충격에도 쉽게 골절이 발생할뿐더러, 충격 없이 일상생활 중에도 골절이 일어날 수 있다. 피로골절이 주로 발생하는 부위는 척추, 정강이뼈, 손목 등 체중이 집중되는 곳이다. 김용찬 교수는 “척추는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정강이뼈는 울퉁불퉁한 바닥을 디딜 때, 손목은 바닥을 짚고 일어설 때 각각 피로골절이 발생하기 쉽다”고 말했다.
그는 “폐경기 이후 골다공증을 앓는 중장년 여성에게 주로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비교적 젊은 환자도 많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