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요양병원, 5년 새 45% 증가… 사무장병원이 의료 질 떨어뜨려
황인태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7/06/14 04:30
요양병원 정밀진단 <上>
요양병원 입원, 2년 새 9.6% 늘어… 개설법 느슨해 사무장병원 난립
의사 수·시설·식단 직접 살펴야… 의료 필요 없을 땐 요양시설 선택
박씨처럼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요양병원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요양병원은 치매 등 노인성 질환, 만성질환 또는 수술 후 회복이 필요한 사람을 돌보는 의료기관으로, 가족의 수발이 어려운 고령의 노인들이 주 입원대상이다. 실제로 지난해 요양병원 입원환자는 54만3753명으로 2014년 49만6034명보다 9.6%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2026년 65세 노인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돼 요양병원을 찾는 노인 수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손요양병원 손덕현 병원장은 "노인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질환을 앓는 기간도 길어지면서 가족이 직접 간병을 하기보다는 전문적 치료와 재활이 가능한 요양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요양병원 질에 대한 의구심은 높다. 많은 사람은 요양병원에서 인권침해, 환자 방치 등 질 낮은 의료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질 낮은 의료서비스는 요양병원이 아닌 대부분 사무장병원과 연관이 깊다. 2014년 21명의 생명을 앗아갔던 전남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건의 경우도 해당 요양병원이 사무장병원이었다. 의사 명의를 빌려 만든 불법 병원인 사무장병원은 의료서비스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비급여 치료만을 권해 환자를 돈벌이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요양병원은 2011년 988곳에서 2017년 5월 1428곳으로 5년 새 44.5%가 증가했는데, 이 과정에서 사무장병원도 크게 늘었다고 추정된다. 사무장병원이 늘어나는 이유는 요양병원 개설권 조항이 느슨하고, 요양병원은 대부분 도시에서 떨어진 곳에 있어 단속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배진환 상근부회장은 "요양병원은 하루에 환자 한 명당 3만~7만원으로 보험급여가 정해져 있어 의료서비스를 적게 할수록 이익이 발생한다"며 "이런 제도를 악용하는 사무장병원들이 난립하면서 요양병원의 의료 질이 낮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가야 할 환자가 요양시설에 30%
요양시설을 요양병원으로 잘못 알고 이용하다가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요양시설은 질환 유무에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는 복지시설이다. 따라서 질환을 앓고 있어 의료서비스가 필요하다면 요양병원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요양시설과 요양병원 모두 노인이 요양 생활을 한다는 점에서 외관상 구분이 쉽지 않다. 요양시설과 요양병원을 구분하기 위해선 의사 고용을 살펴보면 된다. 요양병원은 환자 40명당 1명의 의사를 둬야 하지만 요양시설은 정기적(한 달 2회)으로 의사가 방문(촉탁의)하면 되기 때문이다. 또 적용받는 보험이 국민건강보험이면 요양병원, 장기요양보험이면 요양시설이다. 대한노인병학회 연구에 따르면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노인 30%는 요양병원을 가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온누리요양병원 이필순 이사장(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장)은 "요양병원은 30병상 설치가 의무화된 의료시설로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노인분들은 요양병원을 찾아야 한다"며 "간판에 '요양병원'이라고 명시돼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도 쉽게 요양병원을 찾는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의료서비스 진화하는 요양병원
요양병원은 질이 낮다는 국민 정서를 바꾸기 위한 요양병원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4무 2탈 운동이다. 4無(냄새 발생 무, 욕창 발생 무, 낙상 발생 무, 신체 구속 무) 2脫(탈 기저귀, 탈 침대)은 노인 환자를 단순히 돌봄의 대상이 아닌 한 사람의 인격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 전환에서 출발했다. 이미 몇몇 병원에선 간병인 수를 늘려 노인 환자의 신체 구속이나 기저귀를 채우는 일을 줄여나가고 있다. 식사의 경우도 침대가 아닌 식탁에서 먹을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영양사가 있는 급식 업체를 통해 균형 있는 식단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천안요양병원 박용우 이사장은 "병원에 의사가 고용돼 있는지, 간병인이 몇 명의 환자를 돌보는지, 직접 병원을 방문해 시설과 식사 등을 살펴본다면 질 높은 요양병원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